어릴 때부터 공연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고 들었다. 동네에 행사가 열릴 때마다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공연을 했다. 당시 무대 위에서 자기표현을 하며 자유로움을 느꼈다. 민요에 맞춰 춤추던 순간의 기쁨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공연 예술에 애정이 있었기에 인도 전통 공연 ‘타마샤(Tamasha)’에도 자연스레 호기심이 생겼다.

타마샤를 언제 처음 접했나? 타마샤는 1백여 명의 사람이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의 곳곳을 유랑하며 선보이는 공연인데, 내가 열두 살 때 우리 동네에서 열린 적이 있다. 여러 대의 트럭이 마을에 들어섰고, 사람들이 무대와 천막을 설치하며 저녁에 열릴 공연을 준비했다. 공연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마을 전체에 울려 퍼지는 활기찬 음악과 관객의 웃음소리에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날 이후 몇 년간 타마샤와 관련한 자료와 영화 등을 살펴보며 지식을 쌓았다. 타마샤를 직접 관람하기 위해 여러 지역을 여행하기도 했다.

그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은 언제인가? 타마샤를 보러 판다르푸르를 방문하기 전, 현지에서 내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소개받았다. 그를 만나기 위해 공연 현장을 찾아가 간신히 인파 속으로 들어갔는데, 누군가 갑자기 내 손을 잡고는 무대 뒤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 공연을 앞두고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목격했다. 그때 나는 타마샤의 관찰자가 아닌 참여자가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내가 타마샤의 세계에 더욱 빠져들게 된 순간이었다.

 

 

백스테이지 광경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무대를 준비하며 변신하는 과정이 아름다워 보였다. 백스테이지에 있던 한 무용수가 공연을 앞두고 한 말이 기억난다. “우리가 맡은 역할의 크기와 상관없이 공연을 보러 올 관객을 생각하며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각자 공연 속 캐릭터가 되어 의상과 메이크업은 물론 대사와 동작까지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경탄했다.

타마샤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공연인지 궁금하다. 음악, 무용, 연극, 문학이 어우러진 역동적인 공연으로 무려 5~7시간 동안 이어진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건 전통음악 연주자들이다. 이들은 타악기 할기(halgi), 돌키(dholki), 삼발(sambal)과 현악기 툰투나(tuntuna) 등을 활용해 리듬감 있는 음악을 들려주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가수들 또한 강렬하면서 섬세한 목소리로 공연의 서사를 돋보이게 한다. 이어서 민속과 신화 등을 주제로 한 시를 소개하고, 유쾌한 연극을 선보이며, 발을 쓰는 동작이 특징인 무용도 펼쳐진다. 여러 형태의 예술을 결합해 폭넓은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이 여타 공연 예술과 다른 타마샤의 특징이다.

이 공연을 다루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계기는 무엇인가? 사진과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통 예술의 본질을 파고드는 작업에 대한 기대가 컸다. 타마샤가 여러 지역을 순회하며 일궈낸 문화적 현상을 탐구해 기록하고 싶은 욕구도 있었다.

타마샤를 기록하기 위해 활용한 방식이 독특하다. 사진을 오려내고, 콜라주 작업을 하고, 아카이브 자료도 사용했다. 현대적 도구와 기법으로 나만의 시각언어를 창조하는 데 관심이 있다. 이미지의 크기, 구성, 배열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하나의 조화로운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이 프로젝트의 이미지들이 모호하게 느껴지기를, 의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기를 바랐다. 그래야 사람들이 각자의 해석을 제약 없이 펼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긴 점이 있다면? 타마샤의 전통과 존엄성을 지키려는 마음을 가지는 것. 공연자의 삶에 몰입할 기회가 내게 주어진 덕분에 그들의 심정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타마샤에 더욱 매료되었고, 이 공연을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열정이 생겼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타마샤의 경이를 조명하며 공연자의 삶을 존중하는 작업으로 발전했다.

그들에게 타마샤가 단순한 공연 이상의 의미를 지닐 거라 짐작한다. 그렇다. 타마샤는 공연자가 살아가는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들은 타마샤를 통해 사회제도와 정치 사안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수많은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세상을 향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타마샤가 오락의 수단이자 소통과 변화의 창구인 만큼 이를 지켜나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연자들이 타마샤를 지키려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몇 세대에 걸쳐 전해 내려오는 타마샤는 공연자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지역 문화유산이다. 그들은 문화적 근본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와 조상에 대한 경의를 품은 채 공연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그들의 헌신에도 불구하고 타마샤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전통 공연을 존속시키기 위해 그들이 고집하는 것과 새롭게 바꿔나가는 것은 무엇인가? 전통 악기의 사용과 공연의 형태는 타마샤의 필수 요소인 만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젊은 세대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현대적 취향을 반영해 공연 일부를 수정하기도 한다. 타마샤를 선보이는 소규모 그룹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변화다. 더 많은 공연자가 일자리를 얻는 것은 물론, 타마샤를 다음 세대에 보다 수월하게 전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 공연 예술이 본질을 유지하는 동시에 세태를 반영하며 적응과 진화를 거듭하고, 이를 통해 꾸준히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타마샤 공연자들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나?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건‘존중’이다. 전통 예술을 이어가는 공연자들이 마땅한 대우를 받으며 희망적인 미래를 그려갈 수 있으면 좋겠다. 어려움을 직면하고, 문제에 봉착하더라도 무대에 오르고자 하는 그들의 투지를 많은 사람이 기억하기를 바란다. 그 투지야말로 타마샤가 지닌 미덕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