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돌아보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이슈

 

국경이라는
장벽을 허물며

2023년 6월 14일, 유엔난민기구 난민 통계 발표

 

전쟁은 대량 난민을 낳는다. 난민 수용소는 현대 전쟁이 그려내는 우울한 초상화 가운데 하나다. 난민을 돕는 유엔난민기구(UNHCR)는 해마다 난민 통계를 낸다. 6월 14일 발표된 글로벌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을 기준으로 전 세계 난민은 1억 명에 이른다. 한국 인구의 두 배에 달한다니, 놀랍지만 사실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난민 수가 크게 불어났다. 우리는 지금 난민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다. 난민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1951년에 제정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규정된 난민은 전쟁통에 살던 집을 떠나 ‘국경을 넘은 사람’을 가리킨다. 이들은 전통적 의미에서의 난민으로, 2022년 말을 기준으로 3천5백30만 명이다. 전쟁으로 집을 떠난 사람 가운데 ‘국경을 넘지 못한 사람’도 많다. 이들을 ‘국내 피란민’이라고 부른다. 6·25전쟁 때 피란민들이 국내에 머물렀던 것과 같다. 현재 6천2백50만 명으로 국경을 넘은 난민보다 훨씬 많다. “모든 통계 숫자 뒤에는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이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이 UNHCR 책임자로 있을 때 한 말이다. 지구촌은 지금 난민 홍수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1억 명의 난민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제라도 그들을 돕는 데 나의 작은 관심을 기울이면 어떨까. 김재명(국제분쟁 전문 기자)

 

 

인신매매와 강제 노동으로 얼룩진
공급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2023년 6월 15일, 대한민국 인신매매 2등급으로 하향 조정

 

한국 정부는 2년 연속 미국 국무부가 발표하는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2등급을 차지했다. 인신매매 보고서는 미국 국무부가 매해 전 세계 국가의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노력을 1등급부터 3등급까지 기준을 나눠 평가하는 지표로, 한국은 2021년까지 20년 연속 1등급을 유지하다 올해 6월 15일에도 작년에 이어 2등급 국가로 평가 받았다.

인신매매라고 하면 봉고차에 사람을 태워 납치하는 이미지를 생각할 수 있지만, 인신매매를 정의하고 있는 국제 규범인 팔레르모 프로토콜에서는 “사람을 착취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위협을 가하거나, 실제로 폭행이나 위협을 하지 않더라도 노동조건을 속이거나 취약한 지위를 이용해 사람을 모집하거나 이동시키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인신매매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입고 쓰는 것을 만드는 기업의 공급망 속에서 여전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

어업에 적용하는 법과 관행으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이 강제 노동과 인신매매를 당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수리얀토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 원양어선에 취직했다. 그는 태평양에서 참치를 잡는 배에 올라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며 한국인 선원이 받는 임금의 반도 안 되는 급여를 받았다.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면 집문서를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약속을 했기에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배를 떠날 수 없었고, 1년이 넘도록 배가 육지에 닿지 않았기에 그야말로 배에 갇혀 노동착취를 당했다.

우리가 매일같이 먹는 소금도 강제 노동과 인신매매로 얼룩져 있다. 한국에서 소금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섬에서 지적 장애인과 노숙인이 고강도 노동을 강요당하며 급여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고, 신체적·언어적 학대를 당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이들은 좋은 일자리를 구해주겠다는 직업 소개업자에게 속아 염전으로 보내졌다. 이는 전형적 인신매매와 강제 노동 사례다.

앞서 살펴본 팔레르모 프로토콜에 따르면 이러한 사례는 분명 인신매매임에도 국내법과 정책의 한계로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미 국무부가 매해 발간하는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2년 연속 한국을 2등급 국가로 평가한 이유다. 내가 사는 물건이 강제 노동과 인신매매로 얼룩진 결과물이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제도가 없기에 소비자는 자신도 모르게 강제 노동과 인신매매에 연루될 수 있는 상황이다.

다가오는 해에는 강제 노동과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인신매매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기를 바란다. 또한 복잡한 공급망에서 일어나는 강제 노동과 인신매매가 은폐되지 않도록 기업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살피고, 그 내용을 공개하는 제도 또한 마련되어야 한다. 정신영(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