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화두

 

동물원 밖으로

2023년 7월 5일, ‘갈비 사자’ 구조

 

‘갈비 사자’는 이날 청주동물원으로 옮겨갔고, 그곳에서 새로운 이름 ‘바람이’를 얻었다. 바람이는 2004년 서울동물원에서 태어나 2016년 김해 부경동물원으로 옮겨진 후 7년 동안 가로 14m, 세로 6m, 약 25평 정도의 우리에서 살아야 했다. 우리의 한쪽 면에는 관람객이 내부를 볼 수 있도록 투명 창이 설치됐고, 나머지 면과 바닥, 천장은 모두 닫혀 있었다.

동물이 체험 대상으로 여겨지면서 동물원 방문이 하나의 경험이 되는 시대가 있었다. 그 무렵에는 동물원을 관리하는 법령조차 없었다. 동물원에 관한 법령은 2017년이 돼서야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제정됐는데, 그마저도 동물 보호 차원이 아니라 동물원 운영을 관리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이 법률을 바탕으로 도심에 ‘실내 동물원’이라는 비정상적인 동물원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이는 동물원이라기보다 일종의 동물 전시장이나 체험장에 가까웠다. 동물원법에는 사육 환경을 관리하거나 제재하는 근거 규정이 없어 동물원의 서식 환경이나 최소한의 면적 기준과 같은 사항을 정하지 않고 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야생동물의 사육 시설 면적 기준을 정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움직임이 매우 제한되는 3평가량의 좁은 공간에 불과하다.

동물원이 동물 보호와 생명계 보전의 기능을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동물원을 모두 폐쇄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동물의 본래 서식 환경과 유사한 환경이라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동물을 체험 대상이 아닌 공존의 대상으로 삼을 법 개정이 필요하다. 김지혜(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변호사)

 

 

기후 위기의 외침

7월 15일, 오송 지하 차도 침수

 

인간이 대기에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발생한 기후 위기는 이제 상상을 뛰어넘는 재난과 인명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재난은 다른 나라 혹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일어나는 현실이 다. 지난해 8월, 서울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이 집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빗물에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같은 해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9명이 침수된 차를 빼러 나갔다가 익사했고, 올해 7월 15일 오송 지하 차도에서도 차량 17대가 고립되며 14명이 사망했다. 이는 기후 위기의 원인도 있지만 도시의 배수 시스템과 안전관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결과다.

지난 9월, 리비아 동북부의 항구도시 데르나에서는 폭우로 댐이 무너져 1만1천3백 명이 사망하고, 1만 명 이상이 실종되었다. ‘다니엘’이 하루에 1년 치 강수량보다 많은 1백mm의 비를 뿌리면서 댐 두 개를 연달아 무너뜨렸고,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기면서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밤새 휩쓸려 갔다. 데르나 인구는 10만 명이다. 하루아침에 이 도시에 살던 사람 10명 중 1명이 사망한 충격적 재난인 것이다. 리비아의 대홍수는 기후 위기와 인재가 겹친 사고다. 지중해에서 형성된 열대성저기압 ‘다니엘’은 예년보다 높은 지중해의 수온에서 막강한 에너지를 얻어 비와 바람을 쏟아냈고, 리비아 정부는 노후된 댐을 정비하지 않은 채 방치해 재난 규모를 키웠다.

기후 위기가 전례없는 사망자 수와 피해로 드러나면서 인류의 기후 위기 대응에도 속도가 붙었다. 전 세계 1백51개 국가가 인간 활동이 지구 대기에 추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상태를 뜻하는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화석연료에 의존해온 인류의 경제 시스템을 완전히 뒤엎는 수준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30년 안에 배출량을 0에 가깝게 극단적으로 줄여야 가능한 일이다.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77%가 화석 에너지인데, 이 화석 에너지를 땅에 묻어만 놓고 채굴해서 태우지 않는 사회가 과연 실현 가능할까?

결국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감축과 적응, 나아가 협력이다. 기후 위기가 더욱 심각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온실가스 사용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동시에 진행함과 동시에, 이에 적응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호주는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는 섬나라 투발루 주민들에게 기후 난민 지위를 부여하기로 해, 매년 2백80명이 호주에 올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면 이처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이유진(녹색전환연구소 소장)

 

서이초 사건이 남긴 것

2023년 7월 18일,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서이초 사건이 발생한 지 4개월이 지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과 교권 보호 4법이 일부 개정되고, 각 시도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도 수정·보완되는 등 학교 현장은 크고 작은 변화를 이뤄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실효성 있는 교권 보호를 요구하는 교사 집회는 4개월째 계속되고 있으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가 진행하는 아동 학대 및 학교 폭력과 관련한 법 개정 촉구를 위한 입법 청원 서명 운동에도 전국 교원들의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폭력’은 형법의 규정을 받는 법적 개념이다. ‘학교’라는 특정 공간을 기준으로 ‘학교 폭력’이라는 새로운 신조어를 정의한다 해도, 형법이 규정한 폭력의 개념은 달라지지 않는다. 또한 폭력이 누구에 의해, 어디에서 발생하든 이를 담당하고 처리하는 업무 또한 경찰과 사법의 영역인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학교와 교사가 처리하고 있는 ‘학교 폭력’에 관한 한 이러한 보편적인 법 집행이 작동되지 않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학생이 폭력을 행사했으므로,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가 이를 담당하고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아동 학대’ 관련 법은 이와는 정반대로 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아 교육 현장에서 오작동되고 있는 또 하나의 비정상적 법 제도 운영 사례다. 예를 들어보자. 수술실에서 칼을 든 의사 때문에 자녀가 무서움을 느꼈다고 그 의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하진 않는다. 의사가 아이에게 수술칼을 사용해도 아동학대죄에 적용되지 않는 이유는 환자 치료라는 직무의 특수성을 법으로 보장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와 교사는 교육의 특수성에 따른 직무 수행을 실효성 있는 법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교사의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충분한 안전망이 없는 상태에서 경찰과 사법이 담당하는 폭력 업무가 오히려 교사가 담당해야 하는 특수 업무로 여겨져 왔다.

학생 교육을 위해 보호받아야 할 교사의 교육 활동은 아동 학대 관련 법에 의해 가로막혔고, 질 높은 공교육 수업을 보장하기 위해 담보되어야 할 교사의 교수 연구 활동 시간은 수많은 행정 공문과 학교 폭력 업무 처리로 채워져 있다. 법으로 규정한 교사의 학생 교육 업무가 또 다른 법 조항에 의해 가로막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의 교육은 미래 사회의 품격을 좌우한다. 우리 사회는 미래 인재를 키우는 교사가 학생 교육에 대한 좌표를 잃지 않을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교육 환경 내의 안전망을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실효성 있는 보호가 이루지도록 말이다. 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회성 차원에서 단기 처방전을 쏟아내는 일은 결국 현장을 갈등과 정쟁의 도가니로 밀어넣을 뿐이다. 이처럼 교사와 학생이 가르침과 배움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아동학대처벌법, 아동복지법, 학교폭력예방법 등은 교육의 특수성과 폭력의 일반성을 기준으로 빠르게 재정비되어야 한다. 송미나(한국교육정책연구소 소장)

 

 

사랑해, K-뮤직

2023년 7월 25일, K-Pop 아티스트 2주 연속 빌보드 메인 차트 석권

 

이날 정국의 ‘세븐’이 ‘빌보드 핫 100’ 1위를 차지했다. 8월 초에는 뉴진스의 EP ‘GetUp’이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하며 2주 연속 빌보드 메인 차트를 ‘K’로 물들였다. 10년 전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핫 1002위에 오르던 때로 돌아가 “10년 후엔 한국 음악이 빌보드 메인 차트 1위를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 믿을 이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비단 K-Pop과 빌보드가 아니어도 한국 음악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걸 보여주는 지표는 다양하다. K-Pop과 연결 고리가 있는 새소년, 바밍타이거, AOMG 레이블, DPR 크루 같은 그룹은 이미 매년 해외 투어를 돌며 팬을 양성하고 있다. 텐거, 살라만다, 모과는 어떤가. 모두 해외 인디 레코드 레이블에서 음반을 발매하고 공연하는 한국 일렉트로닉 음악가다. 한국 일렉트로닉 신은 작지만, 전 세계의 팬을 모으면 규모가 훨씬
커진다. 아예 해외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많은 사랑을 받는 예지, 페기 구, 박혜진도 있다. 파란노을, 공중도둑, 아시안 글로우의 사례처럼 사운드클라우드, 밴드캠프, 스포티파이, 레이트 유어 뮤직 등의 국제적인 플랫폼을 통해 해외에서 먼저 인기를 얻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한국 음악에 관심 있는 해외 매거진 에디터, 팬이 생겨나 직접 기사를 작성하거나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일도 잦아졌다. 그렇게 한국 음악은 자연스레 전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하박국(뮤직 콘텐츠 크리에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