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문학계에 긴장을 불어넣는 제42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 박참새 시인의 <정신머리>는 얼얼한 마라탕과 닮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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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참새 작가의 <정신머리>

든든하고 속 편한 한식이 최고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눈물 콧물 쏙 빼는 마라탕을 먹고 엄지를 치켜세우곤 하죠. 담백한 문학계에 긴장을 불어넣는 제42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 박참새 시인의 <정신머리>는 얼얼한 마라탕과 닮았습니다. 박참새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누가 왜 시를 쓰냐고 물어보면 “내 깡패 되려고 그렇소”라고 답하겠다는 당찬 성격의 소유자죠. 박참새의 책 <정신머리>에는 그의 과감한 발상과 활화산처럼 들끓는 기개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박참새 시인은 “‘정신’은 보이지 않고 희미한 내면의 것, ‘머리’는 확고하고 가시적인 부위의 것, 이 상반된 두 가지는 모두 시를 쓸 때 필요한 것”이라 말했습니다. 특히 단어와 문장을 검은 박스 속에 숨기거나 줄을 긋고, 행으로 나누어 나열하는 등 파격적인 편집으로 독자들이 작가의 의도에 여러 갈래로 접근할 수 있게 했죠. 우회나 주저함 없이 끝까지 시적 주제를 파고드는 정통적인 힘, 낱낱의 파격을 강하게 붙들어 중심을 잡는 고유한 ‘박참새만의 시론’을 경험해 보세요.

이서수 작가의 신작 <첫사랑이 언니에게 남긴 것들>은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출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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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수 작가의 <첫사랑이 언니에게 남긴 것들>

핸드백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첫사랑이 언니에게 남긴 것들>은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책입니다. 이서수 작가의 신작 <첫사랑이 언니에게 남긴 것들>은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출간됐는데요. 책에는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는 두 자매가 등장합니다. 동생 ‘정연’은 동성인 사촌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 언니 ‘정해’가 가족에게서 멀리 도망칠 때마다 꼭꼭 숨은 언니를 찾아내는데요. 정연은 언니를 질책하기 보단 나름의 방법으로 그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상처 주지 않으려 애쓰죠. 정연은 한여름에 롱패딩을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이주 노동자들이 모인 다문화 거리를 배회하는 ‘정해’를 절대로 이해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는데요. 정연은 잊은 줄 알았던 사랑을 다시 만났을 때, 자신이 언니의 과거와 현재의 마음을 모두 안다고 섣불리 판단하고 집착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사랑의 정의를 찾아가는 이들에게 “사랑에 대한 모든 정의를 뛰어넘는 게 사랑이야”라는 정해의 말을 전합니다.

<칵테일, 러브, 좀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조예은 작가의 첫 번째 연작소설집 〈꿰맨 눈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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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은 작가의 <꿰맨 눈의 마을>

<칵테일, 러브, 좀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조예은 작가의 첫 번째 연작소설집 〈꿰맨 눈의 마을〉. 책은 환경 오염으로 인해 얼굴이 아닌 곳에 이목구비가 나는 저주병이 창궐한 2066년 6월 6일 둠스데이를 배경으로 하는데요. 작가는 어느 아파트에서 입주자 전용 출입문을 만들어 단지 외에 거주하는 초등학생의 등굣길 막아버린 사건과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와 같은 사회 이슈를 계기로 ‘소외’와 ‘배제’라는 키워드를 생각했죠. 주민들은 ‘다름’의 존재를 철저하게 배제하고, 저주병에 걸린 이들을 마을에서 내쫓습니다. <꿰맨 눈의 마을>의 배경이 되는 타운의 상황도 우리의 현실과 다르지 않은데요. 조예은이 ‘다름’에 대해 전하는 전언에 귀 기울여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