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생일, 친구가 39컷을 찍을 수 있는 일회용 필름 카메라인 코닥 펀 세이버 39를 선물해 주었다. 즐거움을 저장하는 기계라니! 퍽 낭만적인 이름이었다. 일상에서, 또 여행지에서 에디터는 펀 세이버를 열심히 들고 다니며 그 순간 가장 사랑한 사람과 장면을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 셔터를 눌렀을 때, 거짓말처럼 올해 생일이 돌아왔다.
생일 당일, 1년이 빼곡히 담긴 필름을 스캔하려고 몽글몽글한 마음으로 사진관에 들렀다. 메일로 스캔본을 받자마자 카메라를 선물해 준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내가 찍은 사진과 함께 문자를 보냈다. “네가 줬던 필카 드디어 다 찍어서 오늘 스캔함. 신사에 진짜 저렴하게 해주는 사진관 있더라고!” 그런데 이게 웬걸. 그 사진관이 바로 친구가 내게 선물한 카메라를 산 곳이었다.
코닥 펀 세이버는 처음 있던 사진관으로 돌아갔고, 에디터도 1년을 꼬박 돌아 다시 생일을 맞았다. 모든 것이 한 바퀴를 돌아 제자리에 왔지만, 펀 세이버도, 에디터도 1년 전과는 다른 무언가가 되어 있었다. 에디터는 그 카메라 덕분에 바다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필름의 3분의 2 정도가 파도와 윤슬, 그리고 바닷가 풍경을 담고 있었다. 어떤 사진은 여전히 내 곁에 있는 누군가와 같이 들여다볼 수 있는 추억이었다. 앞으로 에디터는 매년 생일마다 필름 한 롤을 찍기 시작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