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놓치지 말아할 전국 곳곳의 전시들.
광주, 제 15회 광주비엔날레


Ltd. Commissioned by the 15th Gwangju Biennale

더 늦기 전에 광주를 가야만 하는 이유는 ‘광주비엔날레’가 12월 1일로 막을 내리기 때문이다. 2016년 광주비엔날레 포럼에서 소설 <소년이 온다>의 일부를 낭독한 한강 작가는 올해도 비엔날레와 인연을 맺었다. 개막 공연에선 직접 작성하고 낭송한 글과 함께 퍼포먼스가 펼쳐졌고, 본전시 섹션의 소제목 ‘부딪힘 소리’, ‘겹침 소리’, ‘처음 소리’를 작명하며 올해 전시의 기획이 우리말로 잘 전달되는 데에 힘을 더해주었다. 그 소리의 정체를 감각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시작으로 양림문화샘터, 옛 파출소 건물, 양림쌀롱 등 총 9개 장소에서 펼쳐지는 전시를 다급하지 않게 하나씩 감상할 생각이다. 특히 해외 미술 신을 탐구할 수 있는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이 역대 가장 많은 수인 31개나 참여한다고 하니, 웬만한 수학여행보다 더 빠듯한 미술 여행이 될 듯하다. 비엔날레의 장점이 그런 것 같다. 단기간에 예술 경험을 엄청나게 확장시켜주는 것. 그리고 굿즈. 마음에 드는 굿즈 하나는 있어야 할 텐데….
add 광주 북구 비엔날레로 111
instagram @gwangjubiennale
서울, 션 스컬리 개인전 <소울>

Courtesy of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Paris·Salzburg·Seoul /
©Sean Scully PHOTO: Eva Herzog
“당신이 가진 것, 진정으로 소유한 것은 영혼뿐이다.” 아일랜드 출신 미술가 션 스컬리(Sean Scully)의 문장을 접하니 그의 개인전 <소울>에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11월 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선과 블록 모티프를 기반으로 추상미술을 전개해온 작가가 풍경의 대기를 구리, 알루미늄, 리넨 위에 그려낸 회화를 소개한다. 불규칙하게 배열된 컬러, 과감한 붓질을 통해 햇볕이나 석양빛 등을 표현한 연작 ‘월 오브 라이트(Wall of Light)’, 수평선을 거듭 그려내며 완성한 연작 ‘랜드라인(Landline)’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장소’의 개념에 주목하며, 예술을 통해 자연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자 해온 작가가 영혼으로부터 탄생시킨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나의 내면도 충만하게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제주, 포도뮤지엄 기획전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

올해 포도뮤지엄이 선보이는 기획전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은 빨라진 삶의 리듬에서 잠시 벗어나 더 먼 미래를 그려보게 만든다. 노화의 과정에서 겪는 인지 저하증을 화두 삼아 시간의 유한함, 과거를 향한 그리움, 기억의 불완전한 속성에 대해 10인의 작가가 풀어낸 저마다의 사유가 한자리에 모여 있다. 혈관성 치매를 진단받은 어머니의 일상 속 명랑한 모습을 기록한 쉐릴 세인트 온지의 ‘새들을 집으로 부르며’부터 방의 모퉁이를 썰어낸 듯한 형상으로 흐릿해져가는 기억을 시각화한 민예은의 ‘기억이 어떤 형태를 이룰 때’까지, 고독의 순간을 딛고 삶을 살아내게 하는 힘이 예술에 있다는 사실을 얼마간 마음에 품고 지내게 될 것 같다.
add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788
instagram @podomuseum
강원도 양구,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박수근: 평범한 날들의 찬란한 하루>

우연히 박수근 화백이 열여덟 살에 ‘조선미술전’(선전)에서 입선한 작품 ‘봄이 오다’(1932)를 본 적이 있다. 잎새 하나 남지 않은 나무의 선이, 빈 농가의 음영이, 쓸쓸하고도 다정한 그 풍경이 내내 마음을 쓰다듬었다. 불편함과 부조리를 정면으로 목도하게 만드는 서슬 퍼런 현대미술의 전위와 전복에 매혹되다가도 마음이 허약한 때에는 ‘진짜 삶’을 살아내며 생을 다지듯 물감을 쌓고 굳히기를 반복한 박수근의 담백한 그림이 보고 싶어진다. 인제에 다다르기 전 그의 고향 양구에 자리한 박수근미술관에 먼저 들르려 한다.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는 소장품 특별전 <박수근: 평범한 날들의 찬란한 하루>가 열리고 있다.
add 강원 양구군 양구읍 박수근로 265-15
instagram @parksookeun_mus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