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여행을 떠나는 길에 보고 싶은 두 편의 영화.

미야케 쇼 <새벽의 모든>

미야케 쇼 감독의 <새벽의 모든>은 생리전증후군(PMS), 그리고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두 주인공을 조명한다. 두 사람은 가족도 연인도 아닌 직장 동료지만, 서로를 세심히 보살핀다. 아픔이라는 공통분모를 공유하지만, 상대의 고통을 단정 짓지 않는다. 그저 나를 헤아리는 당신이 있음에 위로받으며 느슨한 연대를 형성할 뿐이다. “기쁨이 가득한 날도 슬픔에 잠긴 날도 지구가 움직이는 한 반드시 끝난다. 그리고 새로운 새벽이 찾아오는 것이다.” <새벽의 모든>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대사는 따스한 아침 햇살처럼 관객을 비춘다. 오늘은 어떻게든 끝나며 결국 새로운 새벽이 밝을 것이라는 그 자명한 사실을 되새기며, 매듭을 짓고 내일로 나아갈 수 있는 영화다.

셀린 시아마 <톰보이>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내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고민하다 보면 어린 시절의 나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진다. 순수에 가까웠던, 그렇기에 나다운 나날을 보낼 수 있었던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 <톰보이>가 올가을 다시 한번 국내 관객을 만난다. 셀린 시아마 감독이 10여 년 전 선보인 두 번째 장편이자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테디상을 수상한 이 작품의 주인공은 10세 소녀 ‘로레’. 파란색과 축구를 좋아하고,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는 로레는 새로 이사한 동네에서 ‘미카엘’이라는 이름의 남자아이로 살기 시작한다. 주변과 세상의 시선 속에서 ‘내가 원하는 나’이고자 하는 아이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스크린에 섬세하게 펼쳐진다. 과거의 나를 그리워하고, 그 마음을 동력 삼아 다시 부단히 나아가게 해줄 것만 같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