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처에디터 3인이 고른 여행과 함께하고 싶은 노래.

Beach House <Depression Cherry>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되는 대자연의 경치를 마주할 때마다 머릿속에 저절로 떠오르는 앨범이 하나 있다. 바로 비치 하우스의 정규 5집 . 우주를 떠도는 듯한 몽환적인 선율을 듣고 있으면, 거대한 자연 속을 떠다니는 한 줌의 먼지보다도 작은 존재가 된 것처럼 한없이 초연해진다. 제주의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듣고 싶은 곡은 6번 트랙 ‘PPP’.

백건우 <그라나도스 – 고예스카스>

(비교적) 무명의 스페인 음악가의 곡을 음반으로 완성한 피아니스트 백건우를 보며 모종의 벅차오름을 느낀 적이 있다. 그가 청년 시절, 뉴욕에서 처음 들은 후 40여 년 간 내내 오랜 꿈으로 품어온 엔리케 그라나도스. 이 음반을 듣고 있으면 쇼팽과 슈만, 라흐마니노프, 브람스에 침잠하면서도 마음 한편에 엔리케 그라나도스를 소망했을 한 예술가의 긴 시간을 상상하게 된다. 실제 이 음반을 발매하며 그는 “어느 정도 마음의 자유를 찾은 거 같기도 하고, 그게 필요한 거 같기도 해요. 나이가 들면서 음악과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그러면서 또 친해지는 느낌도 들어요. 이젠 음악과 제가 서로 포옹해주고 받아주는 느낌이에요”라고 그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한 예술가의 긴 생애를 동시대에 서서 바라보는 기쁨이란 이런 것이겠지. ‘고예스카스’는 엔리케 그라나도스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전람회를 본 후 받은 영감을 음악으로 구현해낸 작품으로 낭만과 서정이 강처럼 흐른다.

백현진 <모과>

광주 가는 길, 차에 모과 한 덩이를 둘 참이다. 처음에는 있는 듯 없는 듯, 그러다 점점 진하게 스며드는 모과와 가을은 퍽 닮았다. 이 생각이 백현진의 싱글 ‘모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모과 냄새 서서히 진동을 하네 / 그러더니 온 사방에 모과 냄새 퍼지네’. 은은하고 향긋한 이 음악을 몇 번이고 반복 재생하다 보면 광주에 가는 길도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