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더’. 이 악기의 이름을 들으면 바로 장난스러운 소리와 색깔과 무게가 떠오릅니다. 학교 앞 문구점에서 준비물을 사던 기억과, 음악 시간에 삑삑대는 서로를 보며 웃던 친구들의 웃음도 같이 오죠. 그런 리코더에 진심인 40대의 아마추어 리코디스트가 있습니다. 바로 신간 <아무튼, 리코더>의 황선우 작가입니다.

꽉 막힌 일상에
경쾌한 균열을
<아무튼, 리코더>는 황선우 작가가 40대의 어느 크리스마스에 리코더를 선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약 30년 만에 이 악기와 다시 인연이 닿은 것이죠. 특히 작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든 것이 멈추고, 어떻게든 마음을 달래줄 무언가가 간절해지면서 본격적으로 리코더를 삶에 초대하는데요. 이 책은 자기의 숨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이 악기로 감염병 시대의 숨구멍을 내고, 빠듯한 일상이 옥죄는 나날 속에서 숨 쉴 틈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30년 만에 시작한 리코더는 작가를 또 다른 세계로, 영원히 지루하지 않을 세계로 이끕니다. ‘못하는데 어째서 이리도 즐거울까’ 생각하게 만드는 세계로, ‘삑사리’ 앞에서 머뭇거리는 대신, 자신 있게 숨을 불어 넣는 ‘좋아함’의 세계로 말이죠. 그럼에도 책에는 배우고 연습하며 리코더 실력을 갈고닦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악보를 구하고, 리코더에 맞게 조옮김하고, 맛깔 나는 소리를 위해 기교를 연마하고, 틀리지 않으려고 연습하는 날들의 기록이 빼곡하죠. 못해도 즐겁지만, 기왕이면 잘하고 싶으니까, 그것이 좋아하는 마음이니까요. 결국 <아무튼, 리코더>는 좋아하는 게 재능이고 소질인 한 사람이 성장해 가는 과정을 완연하게 보여줍니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분 좋은 균열을 내고 싶다면, 경쾌한 리코더 선율이 들려오는 듯한 이 책을 읽어 보세요.
‘아무튼’ 시리즈란?
‘아무튼’ 시리즈는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를 다룬다는 취지로 단 하나의 주제를 선택해 쓴 에세이입니다. 제철소, 코난북스, 위고의 세 출판사가 뭉쳐 2017년부터 꾸준히 발행하고 있죠. 좁고 깊은 사랑의 세계가 한 사람의 세계를 얼마나 다채롭고 넓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를 다루어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데요. 이번 신간 <아무튼, 리코더>는 이 시리즈의 일흔여섯 번째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