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의 삶에 오롯이 스며드는 휴식의 시간.
중국 쓰촨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깃든 숙소 세인트 레지스 청두와
리사이 밸리, 어 리츠칼튼 리저브에서 누린 날들.

티베트 고원의 가장자리에 자리한 리사이 밸리의 빌라 전경.
리사이 밸리 빌라의 테라스에서 마주할 수 있는 자연의 장면.

해외로 떠날 때 머물 곳을 고르는 기준은 다양하다. 뛰어난 입지와 환경, 훌륭한 객실 컨디션 등을 두루 갖춘 동시에 현지 고유의 삶까지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면 여행의 밀도는 훨씬 높아진다. 중국 쓰촨 여행을 준비할 때도 이 점을 염두에 뒀다. 활기차면서도 여유가 느껴지는 도심, 짙은 녹음이 펼쳐진 자연을 모두 누리는 경험. 이를 가능케 하는 숙소 두 곳을 쓰촨의 청두와 주자이거우에서 각각 발견했다.

청두 톈푸 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차를 타고 1시간 가까이 달려 도착한 첫 번째 목적지는 청두 중심부에 있는 세인트 레지스 청두(The St. Regis Chengdu). 세인트 레지스는 20세기 초 뉴욕에 첫선을 보인 호텔 앤 리조트로, 지역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반영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서른세 번째 공간인 세인트 레지스 청두 또한 현지 특유의 분위기가 곳곳에 묻어났다. 쓰촨의 자연 지형에서 영감 받은 건축물, 높은 층고와 웅장한 계단이 돋보이는 ‘그레이트 홀’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2백82개의 널찍한 객실과 스위트는 쓰촨의 전통 요소와 현대적인 시설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특별하면서도 안락한 휴식을 취하기에 제격이었다. ‘집처럼 편안한 공간’을 지향하는 만큼, 1백 년 넘게 세인트 레지스를 대표해온 ‘버틀러 서비스’를 통해 투숙객 개개인의 필요를 세심히 살펴주는 덕분에 한층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청두의 칠리 오일과 고추에서 영감받은 칵테일 ‘촨 메리’를 선보이는 세인트 레지스 바.
세인트 레지스 청두의 프레지덴셜 스위트에 마련된 야외 수영장.

세인트 레지스 청두에서의 현지 체험은 룸을 벗어나도 계속 이어졌다. 지역의 미식을 선보이는 6개의 레스토랑과 바가 내부에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 ‘윈푸(Yun Fu)’와 ‘옌팅(Yan Ting)’에서 훠궈와 딤섬, 마파두부 등 쓰촨과 광둥의 정통 요리를 맛보았다. 더 다양한 풍미를 즐기고 싶을 땐 세계 곳곳의 요리를 함께 선보이는 ‘소셜(Social)’로 향했다. ‘더 세인트 레지스 바’를 찾아가 칵테일 블러디 메리를 현지식으로 매콤하게 재해석한 ‘촨 메리(Chuan Mary)’를 직접 만들어 마시기도 했다. 또한 세인트 레지스 청두는 청두의 럭셔리 호텔 중 실내 수영장과 계절성 야외 수영장을 모두 갖춘 유일한 호텔이라 더욱 알찬 휴식을 누릴 수 있었다. 청두 인민 공원, 쇼핑 거리 춘시루(Chunxi Road)을 비롯한 명소가 가까이에 있다는 점 또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세인트 레지스 청두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청두에서 약 400km 떨어진 리사이 밸리, 어 리츠칼튼 리저브(Rissai Valley, a Ritz-Carlton Reserve)로 거처를 옮겼다. 쓰촨 북서부로 향하는 고속 열차에 올라 황룽주자이거우역으로 향한 뒤 차로 약 두 시간 이동하니 리사이 밸리가 고즈넉한 자태를 드러냈다. 현지 전통문화와 자연 철학을 깊이 반영하는 리츠칼튼 리저브의 세계 여섯 번째이자 중국 최초의 공간. 주자이거우의 드넓은 자연보호구역에 자리한 이곳은 티베트고원의 푸른 풍광에 둘러싸여 있었다. 리사이(rissai)가 티베트어로 ‘마을’을 뜻하는 만큼, 전통 티베트 마을을 본떠 설계되어 있었고 현지인이 거주하는 인근 마을의 모습도 두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리사이 밸리는 ‘웰컴 파빌리온’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국의 낙원에 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천장과 바닥에는 연꽃 문양을, 카펫에는 티베트 가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원한 매듭’ 문양을 수놓아 ‘번잡한 세상에서 벗어나 마음을 정화하자’는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하며 마련한 87채의 프라이빗 빌라에서도 숲과 산이 이루는 절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전체 공간의 조도를 낮추고, 나무를 비롯한 천연 소재 가구와 오브제를 곳곳에 놓아둔 데서도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며 그 아름다움에 스며들고자 하는 마음이 엿보였다.

리사이 밸리의 서비스와 부대시설에도 주자이거우의 면면이 깃들어 있었다.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티베트 원주민의 지혜에서 영감 받은 스파를 비롯한 웰니스 테라피, 싱잉볼 소리로 아침을 여는 명상 세션, 춤이 어우러진 전통 의식을 체험할 수 있는 나이트 리추얼 등을 누렸다. 식사 시간에는 현지 농가와 협업하는 ‘보리 빌리지(Bo Ri Village)’, 중식 파인 다이닝을 선보이는 ‘차이린쉬안(Cai Lin Xuan)’을 비롯한 다이닝 공간에서 내어주는 요리를 맛보기도 했다. 이처럼 리사이 밸리에서 보낸 시간은 지역의 역사가 빚어낸 경험들로 풍성하게 채워졌다.

청두 도심의 생기와 주자이거우의 경이로운 자연, 현지의 삶이 담긴 문화까지. 세인트 레지스 청두와 리사이 밸리, 어 리츠칼튼 리저브에서 보낸 날들은 지역 고유의 삶 속에 잠시 녹아드는 여정이자 온전한 쉼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