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환대란 무엇일까. 오늘날 호스피탈리티는 단순히 숙박과 서비스를 넘어
우리의 감각과 태도를 변화시키는 경험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역과 관계 맺는 태도부터 몸과 마음을 돌보는 새로운 방식,
머무는 이를 배려하는 공간의 설계, 숙소 밖 일상과 연결되는 경험까지.
여행과 공간을 저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바라본 9인의 필자가
자신이 경험한 숙소를 떠올리며 오늘날 변화하는 환대의 정수를 이야기했다.
지금, 우리가 원하는 호스피탈리티의 새로운 기준.

호텔이 제안하는 또 다른 삶
어쩌면 우리의 여행에서 가장 오래 남는 마음은 그곳에 머물지 못한 애틋함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떤 호텔은 그런 마음 위에 들어선다. 근사한 로비와 넓은 수영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호텔을 찾는 이들은 투숙객인 동시에 낯섦을 갈구하는 여행자다. 제아무리 완벽한 호텔일지라도, 여전히 일상이 반복되는 공간이라면 만족할 수 없다는 의미다. 여행자는 호텔에서도 여행을 찾는다. 내가 살아보지 않은 방식으로 보내는 시간, 결코 속할 수 없는 어떤 세상에 잠시 발을 들이는 하루. 그것을 직관적으로 가능케 하는 것이 호텔의 하드웨어다. 여행자가 어떤 삶을 경험하도록 설계한 물리적 장치 말이다.
샹그릴라의 ‘반얀트리 링하(Banyan Tree Ringha)’와 주자이거우의 ‘리싸이 밸리, 리츠칼튼 리저브(Rissai Valley, a Ritz-Carlton Reserve)’. 중국에 자리한 두 호텔은 티베트 전통 가옥의 요소를 호텔의 하드웨어로 삼았다. 반얀트리 링하는 샹그릴라 해발 3400m의 런안(仁安) 마을 언덕에, 리싸이 밸리는 주자이거우의 계곡 깊숙한 골짜기에 들어섰다. 그저 외형만 흉내 낸 수준이 아니라 호텔의 구조와 건축 방식, 공간의 빛과 그늘에 티베트의 정수를 담았다. 그럼에도 두 호텔의 하드웨어를 통해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여행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반얀트리 링하는 반얀트리 그룹이 중국에서 최초로 오픈한 호텔이다. 총 32개의 객실은 과거부터 이 땅을 터전 삼아 살아온 이들의 가옥 18채를 해체 후 재조립해서 만든 것이다. 모든 빌라는 티베트 전통 가옥 구조에 따라 2층으로 구성했다. 1층은 전통적으로 화장실과 가축을 위한 축사를 겸하는 공간이지만, 링하에서는 축사 대신 화장실과 욕실 등을 널찍하게 들였다. 각 빌라 입구에는 본래 가옥의 소유주 이름이 적혀 있다. 우리가 고급 호텔에 기대하는 친절은 이곳에서 무의미할 뿐이다. 두꺼운 양모 커튼, 걸을 때마다 삐걱거리 는 바닥, 불단으로 쓰이던 장식장. 이토록 날것의 생활감을 하드웨어로 채택해 한 시대의 삶을 객실 안에 고스란히 봉인한 것이다. 이 덕분에 티베트 사람들의 삶, 나무와 흙, 계곡과 초원, 그곳을 가득 메운 들꽃과 말, 이 외딴곳의 고요, 그리고 삶의 단단함까지 오롯이 누릴 수 있다. 그것도 ‘호텔’에 걸맞은 안정감 속에서 말이다.


리싸이 밸리의 방향은 완전히 다르다. 인도네시아 건축가 자야 이브라힘(Jaya Ibrahim)이 설계한 이 호텔은 티베트 창족 문화의 골격을 바탕으로, 주자이거우 계곡에 있었을 법한 마을을 새롭게 조성했다. 그는 세계적인 럭셔리 호텔 브랜드인 아만(Aman)의 미적 정체성을 설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디자이너다. 신경증적일 만큼 정밀한 대칭 구조, 마을 사람들에게서 수집한 방대한 오브제, 계곡 건너편 보르 마을(波日俄, Bo Ri)과 거울처럼 마주 보이는 호텔의 배치. 리싸이 밸리의 치밀하게 설계한 하드웨어가 제안하는 삶은 실재한 누군가의 삶이 아니다.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삶을, 어떤 아쉬움도 없이 현실화한 공간이다. 빌라 총 87채로 구성한 리싸이 밸리는 가장 작은 객실이 158m²(약 48평)에 달한다. 개인 화로와 망원경을 설치한 발코니, 창밖으로 펼쳐지는 설산까지. 이 모든 공간적 장치는 결핍 없이 꿈꿔온 삶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요소다.
삶의 계승을 선택한 하드웨어와 꿈의 실현을 선택한 하드웨어, 이 중 어느 쪽이 더 좋은 하드웨어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분명 각자에게 달려 있다. 반얀트리 링하는 이번 생에 결코 살아볼 수 없는 삶을 선사하고, 리싸이 밸리, 리츠칼튼 리저브는 어떠한 불편도 없는, 막연히 꿈꾸던 삶을 현실로 구현해냈다. 결국 좋은 호텔의 하드웨어란 화려한 공간이 아니라, 선명한 삶을 제안하는 장치다. 그 제안이 선명할수록 호텔은 오래 기억된다. 강화송 <트래비>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