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적이게도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될수록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아지트를 갈망하게 되죠. 간판이 꽁꽁 숨어 있어 코앞에서 헤매게 만드는 곳, 동네 주민들이 강아지와 산책하다 슬쩍 들러 맥주 한 잔을 기울이는 아늑한 술집, 그리고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이미 만석을 이루는 허름한 노포까지. 에디터가 아껴 두었던 지도에는 안 나오는 숨은 맛집을 소개합니다. 부디 소문내지 말고 조용히 방문해 주세요.
이로리 비전



손 그림 가로등이 안내하는 비밀스러운 산장
어두운 골목길, 손이 그려진 가로등을 이정표 삼아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면 마치 인적 드문 숲속의 프라이빗한 산장에 초대받은 듯한 공간 이로리 비전이 비밀스럽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곳은 원초적이면서도 섬세한 숯불 요리를 바탕으로 다채로운 스몰 플레이트와 와인, 사케를 곁들일 수 있는 다이닝 바입니다. 내부는 아늑한 테이블 좌석과 셰프의 손길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바 좌석으로 나뉘어 있는데요. 로맨틱한 데이트 장소로도 더할 나위 없죠. 부드럽게 으깬 감자에 페코리노 치즈 풍미의 랜치 소스를 곁들인 감자 샐러드,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단새우와 우니 크림을 바삭한 김부각에 올려 먹는 시그니처 메뉴, 그리고 계절의 변화를 담아내는 숯불구이까지 모든 메뉴가 훌륭합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이면 야외 테라스에 앉아 와인 잔을 기울여 보세요. 나만 알고 싶은 아지트란 바로 이런 곳입니다.
주소 서울 종로구 백석동길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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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종


부암동 주민들의 낭만 방앗간
가게 이름부터 묵직한 포스를 풍기는 강석종은 부암동 주민들을 위한, 주민들에 의한 낭만 가득한 동네 심야 식당이자 술집입니다. 강아지와 여유롭게 산책을 하던 동네 단골손님들이 참새가 방앗간을 들르듯 자연스럽게 들어와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들이켜고 가는 다정한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죠. 공간은 단 5평 남짓으로 소박한 바 좌석과 단 1개의 테이블석이 전부라 상황에 따라 대기는 필수입니다. 웨이팅을 피하고 싶다면 오후 4시 오픈 시간에 맞춰 오픈런을 하시는 것을 추천할게요. 이곳의 자랑은 단연 크림처럼 부드러운 목 넘김을 자랑하는 생맥주입니다.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이 일품인 닭 연골 난코츠 가라아게, 고소한 참깨 소스와 가쓰오부시가 듬뿍 올라간 고마 순두부, 그리고 육즙을 꽉 가둔 두툼하고 퀄리티 높은 함박스테이크는 맥주 도둑이 따로 없죠. 향긋한 사케도 잔술로 판매하고 있어 가볍고 맛있는 혼술을 즐기기에도 완벽합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창의문로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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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커리 호텔 레스토랑


힙스터들의 갤러리 다이닝
최근 서울에서 가장 힙하고 감각적인 호텔을 단 하나만 꼽으라면 주저 없이 치커리 호텔을 외치겠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숙박 시설을 넘어 수십 점의 다채로운 예술 작품이 전시된 거대한 갤러리이자 감도 높은 라이프스타일 공간인데요. 특히 1층에 자리한 라운지 공간은 투숙객이 아니어도 누구나 미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으로 운영 중입니다. 실력파 도웅희 셰프의 섬세한 손길이 닿은 수준 높은 이탈리안 요리를 맛볼 수 있는데요. 푹신하고 부드러운 제철 가지의 매력을 200% 끌어올린 카포나타, 쫀득한 생면의 식감이 살아있는 치폴라 파스타, 신선한 독도 총알 오징어의 녹진함이 입안을 맴도는 깔라마리 파스타 등 눈과 입을 동시에 사로잡는 메뉴들이 즐비합니다. 훌륭한 식사를 마친 후에는 2층에 자리한 디저트 바로 자리를 옮겨 달콤한 여운을 길게 이어가는 코스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주소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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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빈 순대국


독산동을 평정한 깔끔하고 깊은 국물의 진수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허름한 붉은 벽돌 건물 1층. 겉보기엔 평범한 동네 식당 같지만 독산동 일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전설의 로컬 맛집이 귀빈 순대국입니다. 메뉴판은 쳐다볼 필요도 없습니다. 오직 순대국 단일 메뉴 하나로 보통과 특 두 가지 사이즈만 뚝심 있게 운영하는 곳이니까요. 밥이 뚝배기 안에 토렴되어 함께 말아 나오는 스타일로 취향에 따라 얹어진 붉은 양념장을 풀거나 덜어내어 맵기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텁텁함이라곤 1도 없는 놀랍도록 맑고 깔끔한 국물 맛은 해장하러 왔다가 다시 소주를 부르게 만들고, 잡내 없이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푸짐한 부속 고기들은 씹을수록 고소함을 자아냅니다. 주변 직장인들과 동네 주민들의 맹렬한 사랑을 받는 곳이라 본격적인 점심시간인 12시가 되기도 전부터 길게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여유롭게 국밥 한 그릇의 위로를 느끼고 싶다면 꼭 오전 11시 이전에 방문하시기를 바랄게요.
주소 서울 금천구 시흥대로 3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