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정

2003
싱어송라이터

열네 살 무렵부터 혼자 일기를 쓰듯이 써나간 곡을 모아 2021년에 정규 1집 <Jay Knife>를 발표했다. 음악을 만드는 정해진 방식에 대한 질문과 삶을 향한 너른 사유를 가사에 담아왔다. 스스로에게 노랫말을 들려주듯 써나간 다정의 노래에서는 듣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힘이 느껴진다.

“직관에 귀 기울이는 것.
모든 창작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다.”

침대에서 만든 노래 열두 살 무렵부터 해외에 거주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내 방 침대에 누워 노래를 찾아 듣거나 공연 영상 을 감상하며 보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이었는데, 한 다큐멘터리에서 수첩에 가사를 적은 뒤 기타 반주에 맞춰 손쉽게 곡 을 쓰는 그의 모습을 보고 어쩐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기타 한 대와 ‘가라지 밴드(GarageBand)’라는 무료 소프 트웨어를 활용해 스스로에게 노랫말을 들려주듯 무작정 곡을 쓰기 시작했다.

음악의 힘 음악에는 세포가 다르게 반응하는 것 같다. “잘할 거야”,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응원의 말보다도 소리가 주는 자극이 내겐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김 도언이라는 전자음악가와 예순 살까지 음악을 하자고 약속했다. 금세 휘발되어버리지 않고 내가 존경하는 음악가들처럼 오 래오래 음악을 만들고 싶다.

놓칠 수 없는 것 직관에 귀 기울이는 것. 모든 창작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다. 직관 을 믿으려면 좋은 걸 발견했을 때 바로 파고들 수 있는 집중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악기를 고를 때 듣자마자 좋은 소리라면 판단하려 들지 않고 바로 활용해보는 식이다. 처음에는 감을 믿고 작업하는 게 오만한 방식인가 싶어 스스로 검열하 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알렉스 지(AlexG)나 그루퍼(Grouper)처럼 즉흥과 직관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뮤지션들의 인터뷰를 접 하고, 한국에서 마음 맞는 작업자들과 수차례 협업을 거치면서 내게는 직관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됐다.

요즘의 동력 정규 1집 <Jay Knife>는 10대 무렵 타지에서 느낀 외로움과 반항심을 일기 쓰듯 써나간 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1집을 지 탱하는 감정이 우울이라면, 요즘은 행복한 상태라 얼마간 다음 앨범을 준비할 동력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만든 음악을 사람 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갈망은 언제나 있다. 음악은 누군가가 들어주어야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고 생각하기에 힘을 내서 새로운 EP를 만들고 있다.

중심과 외곽 올해 초 지인과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해소되지 않던 감정이 언어화되는 순간을 경험했다. 도쿄의 중심부가 아닌 외곽을 떠돌며 소설을 쓴 그의 삶과 작품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듣다 보니 나 역시 외곽에서 잘 살고 싶은 사람이란 걸 깨닫게 됐다. 음악을 만드는 정해진 방식이나 보여져야 하는 이미지를 중심에 둔다면 나는 그 바깥에 있는 사람인데, 어떻게 하면 중심으로 끌려가지도, 아예 바깥으로 튕겨 나가지도 않으면서 잘 살 수 있 을지 고민하게 된 거다. 다음 EP에도 중심과 바깥이라는 구분, 둘 사이의 텐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자기만의 방 새로운 앨범 작업을 계기로 동경하던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 앞으로의 작업에서는 이들과 함께하며 배운 것들을 토대로 ‘자기만의 방’으로 돌아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나의 것을 만들어보고 싶다. 더 장기적인 목표를 떠올 리면 자라나는 아이들과 교류하며 그들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선생님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그러려면 일단 졸업부터 해 야겠지만.(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