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세계 클래식 음악계를 대표하는 두 이름이 다시 한 무대에 오릅니다.

다시 성사된 두 거장의 만남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과 한국에서 다시 한번 만납니다. 오는 10월 25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의 협연 소식을 알린 건데요. 이번 공연은 2023년 빈 필하모닉 내한 공연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투간 소키예프(Tugan Sokhiev)가 다시 한번 무대를 이끕니다. 그는 빈 필하모닉을 비롯해 베를린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무대를 함께해 온 세계적인 마에스트로로, 한국 관객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름이죠. 아직 어떤 곡으로 호흡을 맞출지 공개되지 않았지만 공연 예고만으로도 클래식 팬들과 업계의 관심은 이미 뜨겁습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오케스트라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다시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레이는데요. 지난 2021년 이후 빈 필하모닉이 6년 연속 한국을 찾고 있는 가운데, 조성진 역시 이들과 다시 한 무대에 서며 올가을 가장 기대되는 클래식 공연이 될 전망입니다.

사실 두 거장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조성진과 빈 필하모닉의 첫 협연은 2022년 2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이루어졌는데요. 당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예정되어 있던 러시아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Denis Matsuev)의 출연이 취소되면서 조성진이 대신 연주하게 된 것이죠. 갑작스레 성사된 만남이었지만 그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후 2024년 10월, 두 거장은 빈 필하모닉 내한 공연을 통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습니다. 당시 안드리스 넬손스(Andris Nelsons)의 지휘 아래 무대에 오른 조성진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며, 깊이 있는 음색과 아름다운 앙상블로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죠. 우연처럼 시작된 인연은 어느새 세 번째 만남으로 이어지며 또 한 번의 특별한 무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낳은 건반 위의 시인, 조성진

2015년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피아니스트, 조성진. 쇼팽 콩쿠르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클래식 콩쿠르로 꼽히는 권위 있는 대회인데요. 우승자를 내지 않는 해가 있을 만큼 엄격한 심사 기준으로도 유명하죠. 당시 21세였던 조성진은 1위는 물론, 폴로네이즈(Polonaise) 최고 연주자 상까지 거머쥐며 세계 피아노계의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이후 그는 베를린 필 하모닉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국제 무대에서 입지를 넓혔습니다. 정명훈,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 등 동시대를 대표하는 지휘자들과도 꾸준히 호흡을 맞춰 왔죠.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이어진 시즌에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주 음악가로 선정되어 독주회와 실내악, 협연 무대를 오가며 세계 클래식계에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 쇼팽 콩쿠르 우승으로 이름을 알렸던 그가 이제는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이 먼저 찾는 피아니스트로 자리매김한 것이죠.

살아 있는 전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84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창단된 빈 필하모닉은 18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클래식 음악계의 중심을 지키며 동시대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 올라섰습니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로열 콘서트헤보 오케스트라와 함께 음악계 최고 수준의 관현악단으로 평가 받고 있죠.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매년 1월 1일,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빈 신년 음악회를 통해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데요. 한스 리히터(Hans Richter)부터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빌헬름 푸르트벵글러(Wilhelm Furtwängler),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에 이르기까지 음악사를 대표하는 지휘자들이 이 악단과 함께 해왔습니다. ‘빈 필 사운드’라 불리는 특유의 섬세하고 정교하며 따뜻한 음색은 빈 필하모닉만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180년 전통의 악단이 6년 연속 한국을 찾는다는 사실은, 한국이 이제 세계 클래식 투어에서 얼마나 중요한 무대로 자리 잡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이번 협연을 위한 티켓 선예매는 7월 23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며, 일반 예매 일정과 상세 프로그램은 추후 공개될 예정입니다. 세계 무대에서 각자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두 이름. 이번 가을 예술의전당에서 조성진과 빈 필하모닉이 어떤 울림을 선사할지 기대해봐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