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기다리던 10월이 되었습니다. 유독 짧게 느껴지는 이 찰나의 계절을 가장 농밀하게 만끽하는 방법은 다름 아닌 음악이죠.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재즈로 10월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차가워진 공기를 훈훈하게 데워주는 묵직한 색소폰의 숨결부터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위로가 되어줄 달콤한 보컬까지. 당신의 평범한 가을밤을 뉴욕 뒷골목 재즈 클럽으로 탈바꿈시켜 줄 재즈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스탄 게츠 & 주앙 지우베르투(Stan Getz & João Gilberto) – Autumn Leaves

벅스 뮤직

브라질의 나른한 햇살을 머금은 보사노바

고엽(Autumn Leaves)이라는 제목만 들어도 우수 어린 목소리가 떠오르나요? 그렇다면 이번 가을엔 색소폰의 거장 스탄 게츠와 보사노바의 창시자 주앙 지우베르투가 만들어낸 나른하고도 리드미컬한 버전을 들어 보세요.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가볍게 밟으며 걷는 듯한 산뜻한 가을을 경험할 수 있을 테죠. 게츠의 테너 색소폰은 벨벳처럼 부드럽게 곡의 전반을 감싸안습니다. 차가워진 가을 공기 속으로 그의 색소폰 소리가 피어오르면 마치 난로를 켜둔 것처럼 주변이 훈훈해지는 마법을 경험하게 되죠. 여기에 지우베르투 특유의 정박을 묘하게 빗겨 나가는 리드미컬하고 속삭이는 듯한 기타 연주가 찰떡처럼 어우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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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 – Autumn In New York

스포티파이

가을 재즈 보컬의 영원한 바이블

가을이라는 계절이 가진 낭만을 단 한 곡의 음악으로 완벽하게 묘사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엘라 피츠제럴드의 Autumn In New York을 꼽겠습니다. 재즈의 여왕으로 불리는 그의 맑고 다정한 음색은 차갑게 식어가는 10월의 공기를 단숨에 포근하게 덥혀주는 마법 같은 힘을 지니고 있죠. 루이 암스트롱과 함께 호흡을 맞춘 듀엣 버전도 전설적이지만 오롯이 그의 유려한 목소리로만 꽉 채워진 버전을 듣고 있으면 깊은 가을 한가운데로 훅 빨려 들어가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과한 기교나 자극적인 사운드 없이 우아하게 흐르는 피아노와 스트링 선율 위로 사뿐히 내려앉는 엘라의 보컬은 뉴욕 센트럴 파크의 황금빛 낙엽 길을 떠오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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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콜트레인 & 조니 하트만(John Coltrane & Johnny Hartman) – My One And Only Love

애플뮤직

로맨틱한 가을밤을 완성하는 마스터피스

가을은 사랑에 빠지기 가장 좋은 계절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걷는 낙엽 쌓인 거리와 곁에 있는 사람의 체온이 유독 따뜻하게 느껴지는 10월. 로맨틱한 순간을 위해 이 곡을 추천합니다. 재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색소포니스트 존 콜트레인과 중후한 바리톤 보컬을 지닌 조니 하트만이 만나 탄생시킨 세기의 명반에 수록된 ‘My One And Only Love’인데요. 멜로디의 아름다움과 보컬의 음색을 돋보이게 하는 데 집중한 곡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고요한 가을밤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배경 음악이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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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베이커(Chet Baker) – Almost Blue

애플뮤직

10월의 하늘을 닮은 트럼펫

때로는 억지로 기운을 내기보다 계절이 주는 쓸쓸함의 바닥까지 깊게 침잠해 보는 것도 가을을 보내는 멋진 방법입니다. 쳇 베이커의 ‘Almost Blue’는 쳇 베이커 특유의 서정적이고 애절한 트럼펫 연주 그리고 부서질 듯 위태롭게 떨리는 중성적인 보컬로 가을비 내릴 때 들으면 더욱 좋겠죠. 힘을 툭 빼고 느릿느릿 이어지는 트럼펫의 선율은 마치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하는 다정한 손길처럼 느껴지는데요. 모든 것이 시들어가고 차가워지는 계절, 그 공허함을 채워주는 것은 얄팍한 위로의 말이 아니라 이렇게 묵직하고 솔직한 슬픔의 멜로디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