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LAM

“반짝임과 로맨티시즘은 하나의 연장선상에 있어요. 낭만적이죠.”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번 시즌 동화 속 판타지를 사랑스럽게 구현한 돌체 앤 가바나는 알록달록한 시퀸 드레스를 맞춰 입은 모델들을 떼로 등장시키며 환상적인 피날레를 연출했다. 원색 젬스톤과 진주, 시퀸 등 주얼 장식 자체는 그다지 신선하지 않지만 구찌, 발렌티노, 알렉산더 맥퀸 등 굵직한 브랜드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수놓은 보석은 과거에 비해 더 관능적인 무드를 연출하며 핫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걸을 때마다 찰랑거리는 태슬이 반짝이는 펄의 효과를 극대화한 발렌티노의 실버 드레스며, 원색 시퀸을 섬세하게 세팅해 농염한 분위기를 강조한 구찌의 치파오 드레스, 투명한 원형 플라스틱을 곳곳에 장식해 여성미를 더한 마르니의 오버사이즈 재킷, 빅토리안 무드의 오간자에 별빛을 연상시킬 만큼 화려한 비즈를 흩뿌린 알렉산더 맥퀸의 이브닝 가운까지, 다채로운 주얼 디테일의 향연은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다. 번쩍이는 룩이 부담스럽다면, 로샤스의 스톤 장식 장갑이나 미우미우의 진주가 박힌 퍼 슬라이드 같은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줘도 좋다. 중요한 건 어떤 스타일을 택하든 올가을이야말로 호기롭게 빛날 때라는 것.

 

 

 

 

UPTOWN FUNK

“구조적인 실루엣과 미래적인 컬러 스펙트럼, 번쩍이는 PVC 소재의 하모니는 힙한 스트리트 룩과 참 잘 어울려요.” 이번 시즌 컬렉션을 두고 아크네 스튜디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니 요한슨이 한 말이다. 그 때문일까? 올가을 메탈릭한 루렉스며 형광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비닐, 매끈한 광택이 돋보이는 페이턴트 가죽을 전면에 내세운 디자이너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특히 메종 마르지엘라, 발맹, 생 로랑, 오프닝 세레모니 등 트렌드에 민감하며 과감한 실험을 즐기는 대세 레이블이 하나같이 이 ‘반짝임’에 집중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 브랜드들이 똑같은 소재를 두고 서로 상반되는 과거와 미래를 그렸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