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CAPELET

사실 패션계가 어깨 장식에 집중한 건 아주 오랜만이다. 마크 제이콥스가 루이 비통에 있던 시절, 디자인한 동그란 칼라가 달린 코트나 5년 전 미우미우 쇼에 등장한 뾰족한 칼라의 셔츠가 기억나는 정도. 이번 시즌 어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케이플릿(capelet) 때문이다. 케이프를 작게 줄인 장식인데 소재나 디자인, 매치하는 옷에 따라 매번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버버리의 입체적인 셔츠, 밀리터리 재킷과 대비를 이룬 미우미우의 빈티지한 니트 카디건, 레이스 케이플릿으로 꾸민 마크 제이콥스의 스웨트 셔츠처럼 스타일이 다양하니 그저 취향에 맞게 고를 일만 남았다.

 

 

LONG SLEEVE

최근 1~2년 사이 베트멍의 뎀나 바잘리아가 이룬 찬란한 업적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손을 다 덮는 롱 슬리브다. 평소 좋아하는 디자인이기도 하지만 별다른 노력 없이 동시대 패션의 중심에 서 있다는 묘한 쾌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로 마니아층을 확보한 이 트렌드는 올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셔츠와 니트, 코트 등 어느 때보다 다양한 옷에 적용되었고 베트멍을 필두로 구찌, 랙앤본, N°21, 자크뮈스, 겐조, 엘러리, MSGM 등 다수의 브랜드가 가세했다. “대중은 어떠한 분위기나 태도를 얻기 위해 전혀 실용적이지 않은 옷을 입길 원한다.” 마치 뎀나가 한 인터뷰에 한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LONG TAILS

포츠 1961의 컬렉션을 지켜보는 동안 심플한 재킷과 팬츠도 드라마틱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곳곳에 달린 긴 스트랩 장식 덕분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포츠 1961의 옷들과 어찌나 우아하게 어울리던지. 쇼를 보는 내내 당장 옷을 입고 싶다는 생각에 조급증이 날 정도였다. 독특하게 자른 원단을 끈으로 이어 묶은 장난스러운 자크뮈스, 여러 겹 레이어드한 스트랩으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극대화한 마크 제이콥스, 해체주의의 정점을 찍은 크리스토퍼 케인이 대표적이다. 이토록 담백하게 만들어진 옷들을 보고 나니 이번 시즌 런웨이를 채운 화려한 컬러나 프린트가 도통 눈에 차지 않을 지경이다.

 

 

FURRY CUFF

구찌와 미우미우, 프라다, 크리스토퍼 케인, 메종 마르지엘라 쇼에 등장한 아우터의 공통점은 손목에 거대한 퍼를 장식했다는 것. 캐주얼한 데님 재킷이나 점퍼, 다채로운 코트처럼 특정 스타일에 구애받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고, 사용한 퍼의 소재나 컬러도 천차만별이다. 체형의 단점 때문에 퍼 아우터를 주저하던 이들에게 유독 반가운 디자인이 아닐까. 손가락 끝까지 완벽하게 덮어줄 이 디테일은 아마도 겨울이 되면 더욱 반가울 듯하다. 휴대폰을 쓰기 위해 장갑을 벗고 끼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고 스타일은 물론 보온 효과까지 높여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