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이 선화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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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Pilotto

이번에는 페루다. 쇼가 열린 월도프 힐튼 호텔은 싱그러운 야자수와 푸른 바다 빛으로 채워졌고, 컬렉션은 오리엔탈 무드가 가득한 로맨틱한 분위기였다. 생동감 넘치는 오렌지색을 주조로 카키와 블랙, 핑크, 블루를 곁들인 다채로운 컬러 매치가 펼쳐졌으며 가벼운 니트 원피스와 울로 만든 랩스커트, 화려한 프린트의 실크를 층층이 덧댄 비대칭 블라우스, 사선으로 재단한 바이어스 컷 드레스를 선보이며 모던한 에스닉 룩이 나아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했다. 유난히 마음에 든 건 누비 점퍼들. 자수 장식 라이더 부츠와 오버사이즈 재킷을 조합한 심플한 스타일링은 충분히 이국적이면서도 동시대적으로 느껴졌다. 이번 컬렉션의 또 다른 주인공은 영국 유리공예가 조셴 홀즈의 주얼리. 유연한 곡선 셰이프와 투명한 유리 소재가 이뤄낸 완벽한 하모니를 보며 서로 다른 영역의 콜라보레이션은 늘 옳다는 생각을 했다.

Marques’ Almeida

니나 시몬의 노래가 쇼의 시작을 알렸다.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미국 싱어의 곡을 배경음악으로 정한 건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이번 시즌 테마 때문. 지난번 실제 친구를 런웨이에 올려 이슈가 된 디자이너 듀오는 다문화주의를 지지하는 자신들의 가치관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체형과 피부색을 가진 모델을 섭외했다. 의상 또한 상상 이상으로 다채로웠는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떠오르는 커다란 체크무늬, 굵직한 스트라이프, 그래픽적이거나 동양적인 도트 패턴, 추상화처럼 보이는 기하학적인 무늬 등 가능한 모든 것을 그려냈다. 하지만 LVMH 프라이스를 수상한 신인 디자이너에게 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 그나마 종이를 구긴 것 같은 독특한 텍스처의 슬립을 레이어드한 스타일링과 구조적인 굽이 돋보이는 플랫폼 부츠, 형형색색의 앙증맞은 클러치 백은 소녀들의 지갑을 열게 하기 충분해 보였고, 패션으로 패션 이상의 이념을 보여주려 한 디자이너의 열정만은 높게 사고 싶다.

Joseph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몇 시즌 만에 런던을 대표할 만큼 성장한 조셉. 이번 시즌에도 여자를 위한, 여자가 입기 좋은 레디투웨어를 만들면서 최근 패션계의 트렌드를 정확하게 짚어낸 실용적인 컬렉션을 완성했다. 솔직히 지난 S/S 시즌, 발렌시아가와 셀린느를 떠올리게 하는 형광빛 핑크와 블루, 과감한 컬러 블로킹, 실험적인 저지 소재가 등장하긴 했지만 이 또한 조셉만의 감성으로 다시금 풀어냈으며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던 폴리에스테르나 PVC 유광 가죽마저 웨어러블한 재킷, 트렌치코트로 재해석했다. 루이스 트로터는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며 양성의 공간에 사는 동시대 여성을 떠올렸다고 한다. 루스한 실루엣과 베이식한 컬러 팔레트, 성별을 드러내는 어떤 것도 장식하지 않은 팬츠 수트, 브랜드 고유의 청키한 니트웨어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이 안정적이고 순조로웠던 컬렉션.

Preen By Thornton Bregazzi

완성도 높은 컬렉션을 연이어 선보이며 브랜드를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놓은 프린의 두 디자이너는 자신들의 재능을 좀 더 광범위하게 사용하기로 했다. 그들은 두 인물에 집중했고 1980년대 영국 수상이었던 마가렛 대처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적 목소리를 냈다. 지난 몇 달간 여성 인권 보장을 외치는 시위가 계속되며 패션계와 정치계가 의도치 않게 가까워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행보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면서도, 영민하고 바람직한 시도로 보였다. 재기발랄한 두 디자이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