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 시몬의 노래가 쇼의 시작을 알렸다.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미국 싱어의 곡을 배경음악으로 정한 건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이번 시즌 테마 때문. 지난번 실제 친구를 런웨이에 올려 이슈가 된 디자이너 듀오는 다문화주의를 지지하는 자신들의 가치관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체형과 피부색을 가진 모델을 섭외했다. 의상 또한 상상 이상으로 다채로웠는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떠오르는 커다란 체크무늬, 굵직한 스트라이프, 그래픽적이거나 동양적인 도트 패턴, 추상화처럼 보이는 기하학적인 무늬 등 가능한 모든 것을 그려냈다. 하지만 LVMH 프라이스를 수상한 신인 디자이너에게 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 그나마 종이를 구긴 것 같은 독특한 텍스처의 슬립을 레이어드한 스타일링과 구조적인 굽이 돋보이는 플랫폼 부츠, 형형색색의 앙증맞은 클러치 백은 소녀들의 지갑을 열게 하기 충분해 보였고, 패션으로 패션 이상의 이념을 보여주려 한 디자이너의 열정만은 높게 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