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 높은 컬렉션을 연이어 선보이며 브랜드를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놓은 프린의 두 디자이너는 자신들의 재능을 좀 더 광범위하게 사용하기로 했다. 그들은 두 인물에 집중했고 1980년대 영국 수상이었던 마가렛 대처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적 목소리를 냈다. 지난 몇 달간 여성 인권 보장을 외치는 시위가 계속되며 패션계와 정치계가 의도치 않게 가까워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행보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면서도, 영민하고 바람직한 시도로 보였다. 재기발랄한 두 디자이너가 풀어낸 페미니즘 역시 칭찬받을 만했다. 풍요로웠던 에드워드 7세 시대의 에드워디안 룩을 차용한 프린만의 뉴 로맨티시즘을 제시했고 긴 소매가 달린 러플 장식 하이넥 블라우스와 캐럿 팬츠, 케이블 니트, 벨에포크풍 퍼플 드레스, 플라워 미디 원피스로 부족할 것 없던 당시의 시대상을 그려냈기 때문. 그리고 트레이시 에민의 작품을 닮은 레터링 이어링과 벨트, 영국 아티스트 세라 루커스, 크리스티나 브룸의 감성을 곳곳에 녹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