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S/S 시즌 핫 트렌드로 떠오른 ‘고프코어(Gorpcore)’. 청키한 솔의 스니커즈와 투박한 스웨트셔츠, 오버사이즈 진, 조거 팬츠와 함께 고프코어 룩을 이끄는 또 하나의 키 아이템이 바로 아노락 점퍼다. 이 가볍고 속이 비치는 워터프루프 점퍼의 존재감은 상상 이상이다. 달콤한 셔벗 컬러 혹은 선명한 원색을 입은 아노락은 ‘촌스러운 등산복’이란 오명을 벗고 2018 S/S 시즌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의 런웨이에 모습을 드러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간 스트리트 룩을 주로 선보이던 브랜드뿐만 아니라 발렌티노, 보테가 베네타, 셀린느 등 로맨틱한 여성성을 중시하는 하이엔드 레이블까지 아노락을 메인 아이템으로 선택했다는 사실.
“지극히 발렌티노다운(Very Valentino) 여성성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발렌티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는 이를 위해 클래식한 아노락을 여릿한 파스텔컬러 미니드레스와 스틸레토 힐에 매치했다. “더스티 핑크 컬러 드레스에 톤온톤의 윈드브레이커를 매치해 위트를 더했죠.” 이 밖에 마리 카트란주는 풍성한 버블 슬리브 아노락에 나일론 스커트를 매치해 오프닝 룩으로 선보였고, 캘빈 클라인은 ‘나일론’ 소재를 컬렉션의 주요 테마로 잡아 다양한 실루엣으로 변주했다. 이자벨 마랑 역시 아노락이 이끄는 애슬레저 룩 행렬에 적극 동참했다. 풍성하게 부풀린 아노락과 트랙 팬츠, 여기에 정교한 크로셰와 레이스를 더해 완성한 컬렉션은 동시대 여인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기 충분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이뿐인가. 블랙 슬릿 스커트에 화이트 윈드브레이커를 매치한 셀린느, 여릿한 오간자 스커트와 메탈릭한 컬러 블록 아노락 점퍼의 하모니를 선보인 몽클레르 감므 루즈, 익스트림 스포츠를 주제로 다채로운 아노락 룩을 소개한 펜티 푸마 바이 리한나도 아노락의 매력을 설파하는 데 일조했다.
“반전 매력에 주목하세요. 아노락 점퍼 자체가 굉장히 스포티하기 때문에 정반대의 이미지를 지닌 이브닝드레스나 날렵한 펜슬 스커트를 같이 스타일링하면 외려 쿨한 느낌이 들거든요.” 스타일리스트 레슬리 프리마의 말처럼 연출법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분위기를 낼 수 있으니 아노락에 푹 빠질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