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의 옷장에서 훔쳐온 듯한 옷은 이미 너무 많이 봤다.
재킷도, 셔츠도, 티셔츠도 정복한 지 너무 오래된 이야기.
남자 옷과 여자 옷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이 아이템만큼은 내 옷장 보다는 남자의 서랍 속에, 아직은, 더 많을 것 같다.
사실 ‘남자 팬티야?’ 싶은 룩을 처음 런웨이에 세운 건 알렉산더 왕이다.
2017 봄/여름 컬렉션 오프닝 룩.
흰 셔츠와 남자 속옷을 입은 것 같은 룩은 그 때 당시 SNS에 많이 회자되었다.
그리고 2018년에는 루이비통, 아담 셀먼, 마가렛 호웰이 이 룩을 선보였다.
어딘가 이상한 듯 하지만 왠지 따라 입고 싶은, 보이시 하면서도 섹시한 이 조합은
카이아 거버, 지지 하디드와 같은 스타일 얼리어답터들에 의해 재해석됐다.
솔직히 말해 편한 건 물론이고(영감의 원천이 속옷이니 말 다했다),
통풍도 잘 돼 시원하다(이건 남자들에게 물어봐도 좋다).
아쉬운 게 있다면 정말 쉽게 후줄근해 보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스타일링에 특 별 한 신경을 써야 한다.
모델 지지 하디드, 헤일리 볼드윈처럼 스포티한 룩을 하겠다면
실크와 같은 고급스러운 소재의 힘을 빌리던지
아니면 톤온톤으로 맞춰 아예 ‘한 벌’로 연출하는 트릭을 써보자.
정말 의외라고 생각하겠지만 드레스 업 한 룩도 가능하다.
오간자 블라우스나 오버사이즈 셔츠 그리고 하이힐을 매치하면 그만.
편해 보이면서도 색다른 ‘파티 룩’이 가능하다.
이정도면 남자친구 속옷 장을 뒤지는 시도 정도는 해볼 만하다.
보이시한 룩의 끝판왕, 트렁크 쇼츠.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엉덩이를 겨우 가리는 손바닥만 한 반바지나
움직이기 불편한 미니 스커트는 잠시 넣어두고
편안하면서도 시원한 트렁크 쇼츠의 매력에 빠져 보자.
남자친구의 것으로 모자라 남성 속옷 코너에서 쇼츠를 고르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