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남보다 더 많이 겹쳐 입으면 쿨해 보인다는 생각이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예상치 못한 아이템을 이리저리 조합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게 되죠.” 리파이너리 29(Refinery29)의 에디터 알리사 코스카렐리가 블로그에 썼듯이 매 시즌 ‘레이어드’는 디자이너 특유의 DNA를 입은 채 진화해왔다.
2018 F/W 시즌엔 밀푀유처럼 옷을 쌓고 또 쌓듯 거대하게 겹쳐 입은 맥시 룩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그 대표 주자는 발렌시아가. 뎀나 바잘리아는 거리의 부랑자를 연상시킬 만큼 여러 벌의 오버사이즈 아우터를 겹쳐 입은 듯한 룩을 선보였는데, 놀라운 점은 색색의 스포티한 멀티 포켓 파카를 겹겹이 입은 듯한 이 룩이 단 한 벌의 옷으로 완성됐다는 사실! 바잘리아의 이런 재기발랄한 트롱프뢰유 기법은 힙스터들의 호응을 얻기 충분했다. 꼼데가르송은 또 어떤가! 도톰한 이불을 연상시키는 패딩 제품을 이리저리 겹쳐 볼륨을 극대화한 레이 카와쿠보의 마법은 SNS상에서 한동안 화제를 일으킬 만큼 열렬한 반응을 얻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원색 파카와 베이식한 테일러드 코트를 함께 입어 부담스럽지 않은 레이어드 룩을 연출한 스포트막스나 기본 티셔츠에 벌룬 실루엣 튜브톱 드레스를 겹쳐 입어 드라마틱한 글램 룩을 완성한 베르사체도 눈여겨볼 만하다.
맥시멀리즘의 대가 미우치아 프라다 역시 레이어드 기법을 적극 활용해 찬사를 받았다. 프라다 쇼에선 하늘하늘한 시폰과 튈을 다양한 방식으로 겹쳐 미래적인 분위기를 로맨틱하게 풀어낸 반면, 미우미우 쇼에선 아이스 워싱 데님과 원색 니트를 레이어드한 것도 모자라 벨트까지 여러 개 두르는 센스를 드러내며 1950년대 무드를 위트 있게 재현했다.
디자이너들이 이번 시즌 선보인 레이어드 룩이 과하게 느껴진다면 패션 피플의 스트리트 룩을 참고하길. 날렵하게 재단된 셔츠 위에 벌키한 니트 톱을 입은 뒤 한쪽 어깨를 쿨하게 늘어뜨리거나 롱 코트 위에 오버사이즈 데님 재킷을 덧입으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원색 아이템을 중심으로 레이어드를 시도하는 것도 좋다. 비대칭 실루엣의 네온 컬러 드레스에 진을 매치하거나 그 위에 모노톤 스웨터를 겹쳐 입는 등 그 방법도 다양하다. 포인트는? 레트로 무드를 위트 있게 비틀거나 스트리트 룩을 힙하게 풀어내는 덴 ‘레이어드’만큼 좋은 테크닉이 또 없다는 사실! 과감하게 시도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