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을 추구할 때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건 조화다. 많은 디자이너가 이번 시즌 다양한 색의 하모니를 구현하는 데 몰두했다. 하나의 룩이 얼마나 다양한 색을 품을 수 있는지 보여주려 경쟁이라도 하듯 오색찬란한 컬러의 아이템이 쏟아져 나왔으니! 물론 파란 하늘에 뜬 아름다운 무지개처럼 아주 조화로운 모습으로 말이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창의력의 근본’이라는 메시지를 설파하는 통로로 무지개를 택한 크리스토퍼 베일리의 버버리를 비롯해 여러 디자이너가 멀티컬러를 선보이며 그 생각에 동조를 보냈다. 컬러를 총집합시키기 위해 디자이너들이 선택한 방법은 패치워크. 이 배경에는 지난 시즌 한차례 트렌드를 휩쓴 아메리칸 포크 스타일 자리 잡고 있다. 색색의 천 조각을 섬세하게 패치워크한 디올과 캘빈 클라인의 컬렉션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한편 1980년대 무드의 파워풀한 룩에 갖가지 색으로 강렬한 느낌을 더한 톰 포드와 베르사체, 스트리트 스타일에 현란한 패턴으로 쿨한 기운을 불어넣은 돌체 앤 가바나와 타미 힐피거, 과거 텔레비전 화면 조정 패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전하며 기발한 상상력을 내비친 마르코 드 빈센조까지 자칫 어지럽고 현란하기 십상인 다양한 색의 공존에 집중한 컬렉션들은 그야말로 창의적이었으니. 돋보이고 싶을 때 이만큼 확실한 방법이 또 있을까? 하지만 그저 눈에 띄는 색이라고 단정 짓기엔 무지개가 담고 있는 메시지가 꽤 의미심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