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느가 지난달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데뷔 컬렉션을 앞두고 인스타그램에 새로운 로고를 공개했다. 어떻게 보면 고작 악센트 기호 하나 사라졌을 뿐인 미미한 변화에 따르는 반향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누군가는 에디 슬리먼이 추구하는 디자인의 방향성과 이 ‘점’ 하나가 주는 프랑스적 우아함의 간극이 크기 때문일 거라 예측했고, 다른 누군가는 집권 시기 동안 유구한 업적을 쌓아 올린 피비 필로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행위라 단언했다. LVMH 그룹의 수뇌부도, 에디 슬리먼도 아닌 제3자 사이에 오가는 말은 모두 불확실성을 띠었지만, 로고의 재정비(오리지널 로고에 가까운 모습으로 돌아갔으니 복원이라 부르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가 브랜드에 닥칠 새로운 국면에 대한 암시라는 점에는 어떠한 이견도 없었다. 어쩌면 6년 전 ‘이브 생 로랑’을 ‘생 로랑 파리’로 바꾸며 로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슬리먼의 전적을 경험하며 얻은 학습 효과일지도 모르겠다. 버버리의 총괄 디렉터로 부임한 리카르도 티시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오랜 시간 사랑받은 프로섬 로고를 잠시 묻어두기로 결정한 것. 그 대신 티시는 현대적인 폰트로 쓰여진 새 로고와 함께 그래픽 디자이너 피터 새빌과 협업해 만든 T와B 모티프의 모노그램 패턴을 발표했다. 뒤이어 베일을 벗은 컬렉션은 클래식한 분위기대신 쿨한 무드가 한껏 강조된 스타일이었다. 새로운 버버리는 담담하게 받아들여졌다. 로고가 변경될 때 이미 예견된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해프닝을 통해 다시금 강조된 사실은 로고가 지닌 의미가 꽤 크다는 것이다. 브랜드의 철학과 디자이너의 가치관, 나아가 당대의 트렌드까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아이덴티티의 결정체이니 당연한 일일지도. 이번 시즌 하우스 브랜드들은 이러한 특성을 영민하게 활용한다. 대표적으로 몇 시즌간 세련된 대문자 로고를 고집해온 디올과 펜디, 지방시, 베르사체가 역사적인 로고를 꺼내 들었다. “우리는 레트로 무드를 향한 패션계의 향수를 받아들였고, 설립자와 역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당분간 아카이브에서 영감 받은 컬렉션을 선보일 겁니다”라고 지루하게 설명하는 대신 말이다. 이러한 결정은 빅 로고나 로고 플레이 트렌드와 맞물리며 단숨에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혁신에 언제나 긍정적인 반응만 따를 수는 없다. 특히 패션의 세계는 한쪽이 실망하면 다른 한쪽이 매혹되는 제로섬의 양상을 띠니 더더욱 그럴밖에. 그러나 로고가 바뀐 시점이 브랜드의 역사에 기록할 만한 터닝 포인트가 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두 브랜드 역시 엇갈리는 반응 속에서 각자의 전환점에 막 들어섰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르지만, 겉보기와 달리 제법 잠잠한 패션계에서 이토록 흥미진진한 지각변동을 지켜보는 일이 흔치 않은 기회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름표의 역할을 넘어선 로고의 무한하고 심오한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