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CILIE BAHNSEN’S GIRL

여리고 사랑스러운 소녀 감성을 담은 컬렉션을 통해 코펜하겐을 넘어 전 세계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디자이너 세실리에 반센에 대하여.

CECILIE BAHNSEN

세실리에 반센은 수많은 마니아를 거느린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나의 컬렉션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한 여성들을 마주할 때 마다 감회에 젖는다. 일종의 자매애를 느낀다고 할까? 여성들의 일상생활에 내 컬렉션이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풍경은 나에게 큰 감동과 영감을 준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론칭 이래 변함없이 유지하는 것 같다. 세실리 에 반센의 시그니처인 베이비 돌 드레스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하다. 나는 항상 패브릭 디자인을 시작으로 컬렉션을 구상한다. 이렇게 완성한 소재는 여러 옷으로 구현되는데, 룩 하나하나가 조각품처럼 존재감을 갖길 원한다. 이 과정에서 베이비 돌 드레스는 섬세한 패브릭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룩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유행을 좇고 시대 풍조를 의식하기보다 이런 아이코닉한 아이템으로 시즌을 거듭할수록 브랜드 고유의 세계관을 창조하고 이를 더욱 확고하게 다지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당신이 만든 아름다운 드레스들은 여성들로 하여금 유년기의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 당신이 어떤 소녀였는지 궁금하다. 나는 옷을 멋지게 차려입는 것만큼이나 남자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것도 좋아했다. 그래서 드레스에 운동화, 니트 스웨터, 레인 코트 같은 편안한 아이템을 매치했고, 이런 방식은 지금 나 의 컬렉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세실리에 반센의 드레스는 토요일 밤 파티에 갈 때도, 월요일 아침 출근할 때도 입을 수 있다.

세실리에 반센의 캠페인 컷은 꿈속의 한 장면을 포착한 듯 아름답다. 룩 북의 기획이나 모델 선정 등 촬영 진행 과정이 궁금하다. 컬렉션의 모든 것은 하나의 DNA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캠페인 컷은 브랜드의 철학을 드러내는 데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이미지는 친구인 요세피네 세이프르트(Josefine Seifert)가 촬영한다. 요세피네는 캠페인 컷뿐 아니라 쇼의 비하인드 신과 영상 등을 포착하는데, 대체로 아주 고요한 분위기에서 진행한다. 캠페인 컷을 찍을 때 우리는 룩과 모델들의 분위기에 집중한다. 스타일링이나 헤어, 메이크업은 중요하지 않다. 분위기가 담긴 이미지를 통해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것들을 보여주고 싶다.

평소 어떤 것에서 영감을 얻나? 나는 소녀들의 우정이나 자매들의 우애를 다룬 책과 영화를 보며 영감을 얻는다. 일본 사진작가 오사무 요코나미의 사진집과 소피아 코폴라의 영화를 아주 좋아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아동복도 많은 아이디어를 준다. 당시 아동복은 디테일이 풍부해서 한 벌만으로도 컬렉션 전체를 구상할 수 있을 정도다. 아름다운 볼륨과 강렬한 색이 인상적인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컬렉션의 고상한 아름다움도 사랑한다.

2020 S/S 컬렉션을 소개해주기 바란다. 이번 시즌 컬렉션엔 핑크, 옐로, 오렌지 등 이전보다 훨씬 더 다양한 컬러를 사용했다. 크리스토와 잔 클로드의 작품을 특히 눈여겨봤다. 다양한 소재를 자연에 녹여내는 그들을 보며 깨달음을 얻어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보는 방법을 고민했다.

세실리에 반센은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브랜드다. 앞으로 어떤 브랜드로 성장하길 원하나? 내 컬렉션이 여러 세대에 걸쳐 소중하게 여겨지고, 엄마와 딸이 공유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