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즌 지겨울 정도로 반복되는 트렌드가 있다. 그중 하나가 각양각색으로 변주되는 프린트들. 특히 호피, 지브라로 대표되는 애니멀 패턴과 타탄, 글렌, 하운드 투스 등 다양한 형태의 체크무늬는 디자이너들이 너나없이 애정을 드러내는 프린트 중 하나다.
“레오퍼드는 더 이상 트렌디한 요소가 아니에요. 뉴트럴 컬러 중 하나로 분류해야 할 만큼 대중적인 프린트죠.” 유명한 패션 블로거 린드라 메딘이 말했듯이 한때 아주 특별하고 과감한 취향을 지닌 여성들의 전유물로 치부되던 애니멀 패턴은 이제 그 희소성을 완전히 탈피했다. 그 대신, 다양한 취향을 가진 여성들의 욕구를 모두 만족시킬 만큼 다채로운 아이템으로 출시되며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올해 가을·겨울 패션위크엔 어느 때보다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애니멀 프린트 룩을 앞세운 컬렉션이 특히 눈에 띄었다. 동시대 여성들의 취향을 완벽하게 파악하는 데 성공한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리는 건축적인 실루엣의 호피 무늬 코트를 선보였고, 캐럴린 베셋 케네디, 폭시 브라운 등 미국을 대표하는 클래식한 패션 아이콘들의 스타일을 힙하게 재해석한 알렉산더 왕은 퍼 코트에 쇼츠와 스니커즈를 더해 애니멀 프린트의 미감을 쿨하게 드러내는데 성공했다. 이 밖에도 빛의 각도에 따라 관능적으로 반짝이는 실크에 호피, 지브라 패턴을 입힌 셀린느와 파코 라반의 드레스는 애니멀 프린트 고유의 관능미를 부각하는 데 충실했고, 마크 제이콥스의 호피 무늬 케이프 코트는 러플 블라우스와 함께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좀 더 과감하게 연출하고 싶다면 지암바티스타 발리 쇼에서 선보인 파이톤 가죽 무늬 룩을 눈여겨보길. 몸에 꼭 맞는 재킷과 팬츠를 세트로 입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려한 파이톤 가죽 패턴으로 도배한 흑인 모델은 너무나도 섹시했으니까.
반면, ‘패션은 사라지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Fashions fades, style is eternal.)’라는 유명한 말이 꼭 어울릴 만한 프린트가 바로 체크다. 관전 포인트는 이번 시즌 체크무늬가 다양한 프린트와 어우러져 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것. 우선 샤넬과 톰 브라운은 색채나 간격, 굵기가 미묘하게 서로 다른 체크무늬를 섞어 감각적인 스타일을 완성했다.
특히 프레피한 타탄 체크무늬 오버사이즈 셔츠와 하운드투스 체크 펜슬 스커트를 조합한 마르코 드빈센조의 스타일링에 주목하길. 이뿐만이 아니다. 플로럴 프린트와 믹스 매치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 코치와 에르뎀, 호피 무늬 부츠 하나로 반전미를 살린 빅토리아 베컴의 쇼피스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결론은? 이토록 무궁무진한 프린트와 패턴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스타일을 고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