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밀라노, 런던, 뉴욕으로 이어지는
4대 패션위크.
더없이 화려한 이 패션 축제의 이면에서
4인의 에디터가 마주한
사소하고 사적인 순간과 단상들.
BEAUTY IN LONDON 런던에서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 엘레미스의 스파를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먼저 피부 문제와 생활 전반을 점검하는 질문지에 답한 뒤, 에스테티션과 상담하며 어떤 프로그램을 받을지 결정하고 트리트먼트에 들어간다. 아늑한 조명과 에스테티션의 친절한 설명과 야무진 손맛이 더해진 덕분에 출장으로 쌓인 피로를 조금 덜 수 있었다. 런던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이곳에 꼭 들러보길.
런던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정했다. 길을 물으면 웃으며 친절하게 안내했고, 이방인인 나에게 어떤 일로 이곳을 찾았는지 물으며 인사를 건넸다.쌀쌀한 소호의 밤거리를 걷고 있을 땐 꽃집 주인이 팔다 남은 꽃을 흔쾌히 선물했고, 런던에 거주하는 지인은 선뜻 집에 초대해 직접 식사를 대접해주었다. 혼자 떠난 출장이라 조금은 외로운 심정으로 발걸음 떼었는데 곳곳에서 만난 다정한 이들 덕분에 넉넉한 마음을 품은 채 돌아올 수있었다.
R.I.P. QUEEN ELIZABETHⅡ 런던 출장이 결정된 무렵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소식이 들려왔다.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도착한 런던은 예상대로 추모 물결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공항에 들어서자마자 큰 전광판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생전 업적을 담은 영상이 나오고 가는 걸음마다 작은 꽃과 여왕의 사진이 울타리에 꽂혀 있었다. 런던 사람들은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영국의 수장으로 지낸 여왕의 빈자리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HALLYU! 런던에서의 하루하루는 K-콘텐츠의 위상을 눈으로 확인한 날의 연속이었다. 런던의 메인 스트리트인 소호 거리에 한글로 ‘분식’과 ‘치맥’이라고 쓰인 가게가 줄지어 있을 뿐 아니라, 한국 기념품 가게가 버젓이 자리한 모습을 심심찮게 발견했다. 여기에 유서 깊은 V&A 뮤지엄에서 열리는 한류 기획전까지! <HALLYU! The Korean Wave>는 우리나라 콘텐츠가 세계로 뻗어나간 역사를 차례차례 짚어, 외국인들도 그흐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구성한 점이 흥미로웠다.
지난 9월 20일 막을 내린 런던 패션위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나름의 방식으로 여왕에게 헌사를 표하며 쇼를 이어갔다. 런던은 오랜 헤리티지를 지닌 버버리나 비비안 웨스트우드 같은 브랜드 외에도 개성 넘치는 로컬 디자이너의 활동이 활발하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가장 인상 깊었던 쇼는 단연 시몬 로샤! 올드 베일리(Old Bailey) 대법원에서 진행된 쇼는 웅장한 공간에 걸맞은 아름다운 컬렉션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