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밀라노, 런던, 뉴욕으로 이어지는
4대 패션위크.
더없이 화려한 이 패션 축제의 이면에서
4인의 에디터가 마주한
사소하고 사적인 순간과 단상들.
2023 S/S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가장 인상 깊은 쇼를 꼽으라면 단연 구찌 트윈스버그(Gucci Twinsburg)를 들겠다. 무려 68쌍의 쌍둥이가 런웨이에 올랐으며 중간에 가려진 칸막이가 올라가면서 혼자인 줄 알았던 모델들이 쌍둥이라는 사실이 공개된 순간과 그들이 만나 손을 잡고 무대를 걸어 나가는 장면을 본 전율은 말로 다할 수 없다.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기발한 연출력, 천재성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
낭만의 도시 밀라노. 거리 곳곳에 작은 꽃집이 있다. 이 덕분에 시시때때로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었고, 바쁘게 뛰어다니며 많은 쇼를 취재해야하는 피로를 잠시나마 잊었다. 로로피아나는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면서 곳곳에 꽃집을 테마로 한 팝업스토어를 열고, 사람들에게 꽃을 나눠주었다. 프레스 이벤트가 아닌, 모두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로로피아나의 센스에 꽃을 받은 모두가 행복했던 날.
가장 오랜 커피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 이탈리아답게 밀라노에서는 쉽게 에스프레소 바를 접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에스프레소와 에스프레소 머신을 최초로 개발한 나라라는 자부심이 드높은 이들은 하루 평균 네댓 잔의 커피를 마신다. 덕분에 카페의 도시에서 쇼를 보기 전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것이 하루 루틴이 되었다.
한국 셀러브리티의 영향력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쇼장 앞이 마비되는 것은 물론 쇼에 초대된 스타가 등장하자마자 열렬한 환호와 한국말로 전하는 인사로 가득 채워진다. 구찌 쇼에 참석한 아이유, 토즈 쇼를 관람한 조이, 프라다 쇼장에 등장한 사나와 김태리, 보테가 베네타 쇼에 모습을 보인 유아인.
에디터라면 누구나 톱 모델을 만나고 함께 촬영하는 로망을 지녔을 터. 늘 화면으로만 보던 모델들의 런웨이를 실시간으로 감상한 순간 동경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토즈 쇼에서 피날레를 장식한 모델계의 전설 나오미 캠벨과 질샌더 쇼의 피날레를 맡은 벨라 하디드.
보테가 베네타 2023 S/S 컬렉션 쇼장에 등장한 깜찍한 의자들. 프레스들을 위해 준비된 4백 개의 의자는 휴머니스트 건축가이자 아티스트인카에타노 페셰(Gaetano Pesce)의 작품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신을 담아 각기 다른 개성을 반영해 모두 다른 디자인으로 탄생한 이 작품은 깜찍한데 가볍기까지해 에디터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 어떤 것보다 집으로 가져오고 싶었다.
슈퍼 셀러브리티 킴 카다시안과 돌체 앤 가바나의 큐레이션 소식으로 쇼장 앞에는 그를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로 가득했다. 쇼가 끝난 후에도 그를 기다리는 팬들로 거리가 마비된 광경을 접하니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피부에 와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