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반갑다. <마리끌레르> 코리아 독자들에게 당신을 소개해주기 바란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워치 브랜드 파네라이에서 마케팅 총괄 책임자(CMO)를 맡고 있다. 2005년 9월에 마케팅 및 프로덕트 매니저로 입사해 제품과 디자인 관련 업무를 담당했고, 2년 전인 2021년 CMO로 취임하면서 브랜드의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고 있다.

파네라이에서 20년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그간 쌓은 경험이 CMO로서 일하는 데 큰 자산일 것 같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파네라이에서 론칭한 모든 시계가 내 머릿속에 다 저장되어 있다. 나는 대학교에서 마케팅을 전공하고, 마케팅 및 프로덕트 매니저로 파네라이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당시 디테일과 관련한 업무가 많았는데, 알다시피 파네라이의 모든 시계는 역사적인 과거 모델에서 시작해 새로운 기능과 소재를 입히는 혁신을 더해 완성한다. 이것은 기능과 디자인에 관한 것이고, 브랜드 고유의 영역이기도 하다. 브랜드의 역사와 제품, 디테일을 잘 아는 것은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파네라이의 고객은 단순히 시계를 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역사와 기술력, 디자인 등을 모두 고려해 구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다.

CMO로 취임한 후 마케팅 전략에 변화를 주었는가? 마케팅을 위해서는 브랜드의 히스토리와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고객과 소통해야 한다. 파네라이 마케팅의 핵심은 스토리텔링에 있다. 우리는 새로운 이야기를 개발하는 대신 브랜드의 시작과 기반을 전하는 데 집중한다. 마케팅 전략의 관점에서 최근 파네라이는 ‘가시성(visibility)’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는 브랜드의 아이콘인 루미노르, 섭머저블, 루미노르 두에, 라디오미르 4개의 컬렉션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동시대적 광고 비주얼을 제작하고 있다. 올해는 아일린 요트가 담긴 라디오미르 컬렉션 광고 비주얼을 새롭게 제작했는데, 지난해에 다이버를 위한 워치 섭머저블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선장의 시계 라디오미르에 주력하고 있다.

디지털 마케팅 전략도 궁금하다. 우리는 소셜미디어나 웹사이트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고객들이 보다 몰입도 있게 브랜드를 경험하기를 바란다. 우선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잘 전달하기 위해 브랜드의 스토리, 즉 역사와 기술력, 디자인 등을 담은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 중이다. 지속 가능성이나 브랜드 앰배서더, 이탈리아 해군 특수부대와 이어온 파트너십 등 브랜드의 활동과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디지털뿐 아니라 실질적 경험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최근 파네라이 부티크에서는 브랜드를 가깝게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전시 및 상영하고 있다. 우리는 파네라이의 익스피리언스 에디션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매우 특별한 경험도 제공한다. 이것은 제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경험까지 전하는 우리만의 전략이다. 2019년에 시작한 프로그램으로 첫해에는 이탈리아 해군 특수부대를 체험했고, 지난해에는 포시타노, 피렌체 등지에서 환상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좌측) esteel™ 소재 케이스가 빈티지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라디오미르 오또 지오르니. 8일간의 롱 파워 리저브 기능을 갖춰 더욱 실용적이다. (우측) 파네라이가 개발한 붉은빛을 띠는 파네라이 골드테크™ 케이스와 화이트 선 브러시드 다이얼의 조화로 탄생한 라디오미르 쿼란타 골드테크™.

3시 방향에서 달과 날짜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브랜드 최초의 라디오미르 애뉴얼 캘린더 워치.

 

파네라이 임원이라는 직위를 떠나 시계 애호가로서 파네라이라는 브랜드의 가장 큰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이탈리아 사람으로서 파네라이의 일원이자 브랜드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자랑스럽다. 파네라이는 독보적인 이탤리언 럭셔리 워치 브랜드다. 브랜드 매뉴팩처가 스위스 뇌샤텔에 있지만 이탈리아 특유의 디자인 감각과 창의성을 지켜가고 있다. 브랜드 업무의 전반적인 부분은 밀라노에서 시작된다. 파네라이의 디자인은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이어져온 히스토릭 제품, 이탈리아 해군에 납품한 제품들에서 시작된다. 나는 이 사실이 여전히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지난해 우아한 문페이즈 기능을 갖춘 루미노르 두에 루나를 선보인 점이 인상적이었다. 올해도 여성을 위한 신제품이 있는가? 파네라이는 큼직한 케이스와 다이얼이 특징인 남성용 시계를 주로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 시계를 좋아하는 여성 고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기존의 루미노르보다 케이스가 작고 얇은 루미노르 두에를 출시하게 됐다. 루미노르 두에는 현재 38mm와 42mm 모델로 출시하는데, 특히 38mm 모델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시계업계에서 38mm 사이즈는 보통 남성용으로 여기지만 파네라이에서는 작은 편에 속한다. 우리는 38mm 케이스에 마더오브펄 다이얼, 다양한 컬러 스트랩을 매치해 여성 고객을 위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파네라이 모델 중 사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모델, 혹은 컬렉션이 있는가? 실제로 구입한 모델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처음 파네라이에 입사했을 때 루미노르 44mm 티타늄 모델을 구입했다. 숫자 3, 6, 9, 12가 아주 크고 심플한 디자인의 시계인데, 그 시계를 본 아버지는 “아, 드디어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았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시계는 아버지께 선물했고, 그 이후 나는 또 다른 파네라이 시계를 구입했다. 개인적으로 라디오미르를 좋아하는데 특히 아끼는 제품은 라디오미르 크로노그래프. 지금 차고 있는 라디오미르 브론조 47mm도 즐겨 착용한다. 라디오미르는 파네라이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콘이자 올해 가장 중요한 컬렉션 중 하나다.

현재 전 세계가 ‘K-컬처’에 열광하고, 수많은 브랜드가 한국을 빅 마켓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의 럭셔리 워치 시장도 대대적으로 성장했는데 파네라이는 한국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전략을 세웠는가? 지난해 11월, 출장으로 한국에 처음 방문했다. 한국은 럭셔리 워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우리에게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다. 한국 고객은 럭셔리 브랜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아름다운 것이나 트렌드를 잘 받아들인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국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 중이다.

워치스 앤 원더스를 준비하며 오랜 시간 업무에 집중했을 것 같다. 이후 휴가 계획이 있는가? 나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번 워치스 앤 원더스가 끝나면 가족과 함께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보통 업무 시간이 길기 때문에 가족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지만, 여가 시간에는 최대한 가족과 함께하려고 한다. 이전에는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를 즐기거나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는데, 최근 몇 년간은 가족 특히 네 살 된 딸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애쓰고 있다. 워치스 앤 원더스가 끝나는 주말 역시 가족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고, 부활절 무렵에는 피렌체 근처 토스카나 지역으로 가족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사람과 문화를 경험하는 것은 가슴 설레는 즐거운 일이다.

당신은 이탈리아 사람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다. 혹시 <마리끌레르> 코리아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이탈리아의 특별한 도시나 장소가 있는가? 이탈리아는 도시 곳곳의 역사와 문화가 매우 다양하다. 로마와 베네치아, 나폴리, 피렌체 등 각 도시가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가지고 조화를 이룬다. 나는 이탈리아의 동남부 지역인 풀리아(Puglia)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곳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 중 하나라고 자부한다. 방에서 창문을 열면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었는데 꼭 가보기를 권한다. 시칠리아도 정말 좋아한다. 어느 레스토랑에 가도 기본 이상의 훌륭한 음식과 향긋한 와인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