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클리프 아펠의 시적인 순간 봄을 맞이하는 새들의 지저귐처럼 기쁨이 넘치던 제네바의 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은 제네바 워치스 앤 원더스 현장에는 전 세계에서 모인 프레스들을 위한 매혹적인 프라이빗 디너가 줄을 이었다. 그중 반클리프 아펠의 초대로 찾아간 곳은 아름다운 공원 한가운데 자리한 특별한 레스토랑. 디너 시작 전, 마치 살롱 쇼에 등장할 법한 개성 넘치는 옷차림을 한 유명 일러스트레이터가 손맛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근사한 포트레이트를 선물해주었다. 이 자리에 모인 프레스들은 서로를 닮은 프라이빗한 일러스트를 살펴보며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테이블에 앉았고, 이윽고 웃음과 탄성을 유발한 마술사의 퍼포먼스가 더해진 특별한 디너가 무르익었다. 이 시간은 본격적으로 시작될 워치 브랜드들의 치열한 각축장, 워치스 앤 원더스 2023 일정의 긴장감을 해소해주는 동시에 반클리프 아펠이 추구하는 시적인 순간을 더없이 매혹적으로 아로새겼다.

 

 

HERMES WATCHES 다이얼과 스트랩, 푸셔에 적용한 오렌지 컬러가 포인트 역할을 톡톡히 하는 에르메스 H08 워치. 스포티하면서도 도시적인 감각과 대칭을 이루는 완벽한 균형미로 보는 이를 매료시켰다.

 

 

IWC 제네바 출신 워치 디자이너 제랄드 젠타(G rald Genta)가 1970년대에 선보인 인제니어 오토매틱 SL(Ref. 1832)의 대담한 미학적 코드를 재해석한 모델. 체커보드가 연상되는 녹색 다이얼과 조각 같은 디자인의 케이스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MAMCO 제네바(Mus e d’Art Moderne et Contemporain)에서 진행 중인 전시장 곳곳을 포착했다. 뉴욕 드로잉 센터의 수석 큐레이터가 기획한 전시로 다채로운 현대 설치미술 작품과 사진, 드로잉, 영상 작품 등을 감상할 수 있었다.

 

 

CHANEL WATCHES 권력과 힘의 상징이자 가브리엘 샤넬의 별자리인 사자자리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한 리옹 아스트로클락과 샤넬이 늘 손목에 차고 있던 핀 쿠션을 시계로 구현한 마드모아젤 프리베 피케 귀 워치.

 

 

ROLEX 12시 방향에서 ‘LOVE’, ‘PEACE’ 같은 사랑스러운 단어를, 3시 방향에서는 특별히 디자인한 31개의 이모지를 설정할 수 있는 위트 넘치는 워치, 오이스터 퍼페츄얼 데이-데이트 36. ‘삶은 우리가 매일 맞춰가는 퍼즐’이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듯한 알록달록한 다이얼까지 어우러져 더욱 매력 넘치는 모델.

 

 

PANERAI 1940년대 전설적인 해군 다이버가 착용한 메종 최초의 시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라디오미르 쿼란타. 큼직한 케이스와 간결한 디자인에 매료돼 개인적으로 구입하고 싶은 위시 아이템에 올렸다.

 

 

워치스 앤 원더스가 펼쳐진 팔렉스포 초입에 자리한 라이브러리 북 숍. 까르띠에와 롤렉스, 예거 르쿨트르, 샤넬 워치 등 여러 브랜드의 히스토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탐나는 책들이 놓여 있어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결국 마지막 날, 눈에 아른거리던 책 구입 완료.

 

 

DOLCE & GABBANA 패션 하우스이기에 상상할 수 있는 독창적인 워치메이킹의 현재를 볼 수 있었던 돌체 앤 가바나 프레젠테이션. 프레셔스 스톤을 아낌없이 사용한 개성 넘치는 워치가 즐비해 돌아보는 동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바쉐론 콘스탄틴, 헤리티지 & 스타일 디렉터의 혜안 워치스 앤 원더스 현장에는 올해의 신제품을 직접 착용하고 살펴볼 수 있는 ‘터치 앤 필(Touch & Feel)’ 세션이 마련된다. 하지만 이러한 체험을 넘어 올해 주목할 새로운 워치스 앤 원더스 2023 컬렉션을 만들어낸 주인공들과 직접 대담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인 원탁회의(round-table) 형태의 세션도 있다. 소수의 매체, 소수의 프레스에게만 제공하는 이 특별한 경험을 바쉐론 콘스탄틴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저명한 스타일 앤 헤리티지 디렉터 크리스티앙 셀모니(Christian Selmoni)와의 만남이 이뤄진 30여 분의 시간. 올해 야심 차게 선보인 트래디셔널 투르비용 레트로그레이드 데이트 오픈 페이스 워치를 그가 직접 본인의 견해와 함께 설명하고, 한국 프레스들과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나눴다. 가장 마음에 드는 워치를 묻는 물음에 마치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듯 두루 애정을 내비치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 그 모습에서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다. 남녀 워치를 다이얼의 사이즈나 특정 스타일로 구분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메시지를 남긴 그의 답변에서는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비전을 느낄 수 있기도. 짧았지만 의미 있는 대담은 제네바의 추억을 위한 이 매력적인 시계 전문가와 함께 찍은 사진으로 마무리.

 

 

VAN CLEEF & ARPELS 래커 칠을 한 수련 잎과 로즈 골드 소재의 꽃봉오리, 그리오트 마블과 샤턱카이트 소재로 구성한 에베일 뒤 시클라멘( veil du Cyclamen) 오토마통. 전통적인 공예 기술을 이어온 워치 앤 주얼리 메종 반클리프 아펠답게 마치 작품 같은 독창적 워치를 구현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 오브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차임은 더없이 맑고 청아한 사운드로 시간을 알려준다고.

 

 

스위스 제네바에 가면 누구나 꼭 들른다는 레만호의 제토 분수. 상공 140m까지 시원하게 뿜어내는 물줄기가 인상적이다.

 

ZENITH 그래픽적인 블랙 스트라이프 다이얼과 12시 방향에 자리 잡은 별 모양 로고의 조화가 세련된 인상을 주는 제니스의 파일럿 워치. 올해는 세라믹과 스틸 소재 케이스 모델,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했다.

 

 

VACHERON CONSTANTIN 바쉐론 콘스탄틴 오버시즈 컬렉션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블루 선버스트 다이얼을 적용한 스테인리스스틸 소재의 오버시즈 문페이즈 레트로그레이드 데이트. 6시 방향에 위치한 정교한 문페이즈 디스플레이가 매력적인 워치. 인터체인저블 시스템을 갖춰 스트랩도 손쉽게 교체할 수 있다.

 

 

CARTIER 혁신적인 기술력과 정밀한 비율로 완성한 형태가 매력적인 까르띠에의 산토스 뒤몽 컬렉션. 눈으로 볼 때도 멋지지만 착용했을 때 더 멋지고 욕심나는 시계!

 

 

GUCCI WATCHES 구찌 워치가 경이롭고 신비한 우주 비행을 떠올리며 완성한 G-타임리스 문라이트. 정교한 문페이즈 칼리버 GGV838.MP는 고객이 원하는 장소와 시간, 생년월일을 새길 수 있도록 주문 제작이 가능하다. 밤하늘을 닮은 딥 블루 컬러의 어벤추린 글라스 다이얼과 다채로운 젬스톤, 다이아몬드의 조화가 매력적인 모델.

 

 

BULGARI 매혹적인 스타일과 브랜드의 탁월한 주얼리 전문 기술이 만나 활력 넘치는 아름다움을 선사한 불가리의 알레그라 칵테일 워치. 화려한 디자인 덕분에 드레스는 말할 것도 없고 그레이 컬러 캐시미어 스웨터에도 의외의 조화를 보여 높은 활용도를 짐작케 했다.

 

 

이번 출장에서 누린 호사 중 하나! 바로 리츠 칼튼 호텔의 ‘피스케 바’에서 코스 요리를 경험했다는 것. 최고급 식재료인 스위스산 캐비아를 듬뿍 넣은 아이스크림을 시작으로 담백한 연어 스테이크, 초콜릿 디저트로 마무리하는 코스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CHOPARD 쇼파드의 아이콘 중 하나인 해피 스포츠 워치. 올해는 화이트 골드와 로즈 골드 소재의 베젤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우아한 디자인의 모델을 선보인다. 다이얼 위에서 자유롭고 섬세하게 빛나는 무빙 다이아몬드가 매혹적인 모델.

 

 

보다 특별한 장인들의 손맛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장인의 세계. 하지만 요즘의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들은 보다 친숙하게 장인의 세계를 보여준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찮게 세계적인 워치메이커들이 특별한 워크숍을 열거나 장인의 작업 과정을 직접 살펴볼 수 있는 전시나 팝업 이벤트를 열기도 하니까. 이런 흐름에 맞춰 제네바 워치스 앤 원더스 현장에서도 예거 르쿨트르, 몽블랑, IWC 등 여러 브랜드에서 장인들의 작업을 시연하는 동시에 격의 없는 질문이 오갈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리베르소 원 프레셔스 컬러 워치에 에나멜링 하는 과정을 시연하고(예거 르쿨트르), 특별한 워치의 기계적 원리를 그 누구보다 정확하고 면밀하게 설명해내며(몽블랑), 워치를 구성하는 수백 개의 작은 부품을 섬세하게 다뤄내는(IWC) 이들을 보며 ‘아티장(artisan)’이라는 칭호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되었다. 또한 기계적 미학과 동시에 예술적 기교를 부여하는 그들의 정교한 손맛은 곧 각 메종의 품격을 높여주는 본질이란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했다.

 

 

워치의 혁신적 탐구, 더 랩 팬데믹 시대를 겪으며 우리는 디지털에 더욱 친숙해졌다. 디지털 노매드를 넘어 디지털 원주민으로 불리는 알파 세대를 겨냥하듯, 수많은 워치 브랜드 역시 디지털 콘텐츠나 플랫폼과 연계한 동시대적 워치의 형태를 탐구했다. 워치스 앤 원더스가 펼쳐진 제네바 팔렉스포 한편에 ‘더 랩(The LAB)’이라는 공간을 마련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할 듯하다. 기술과 혁신을 기반으로 한 각 워치 브랜드의 창의성과 다양성, 개척 정신을 담아 선보인 공간, 더 랩. 그 중앙에 자리한 부스는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대형 워치 스크린을 통해 색다른 방식으로 브랜드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게 구성돼 있었다. QR코드를 스캔해 서밋3의 몽블랑 마이크로 사이트에 접속하자 몽블랑의 시그니처 글러브 다이얼이 등장하며 스마트폰과 스크린이 연동되는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테이블에는 몽블랑 뉴 테크놀로지 사업부의 시니어 카테고리 매니저 명함이 놓여 있어 ‘신기술’에 대한 브랜드의 의지를 엿보게 하기도.

 

JAEGER-LeCOULTRE 예거 르쿨트르의 상징적인 컬렉션인 리베르소를 시크릿 네크리스로 재해석해 놀라움을 자아낸 모델. 다이아몬드와 오닉스를 아르데코 패턴으로 세팅했으며, 케이스 뒷면이 앞으로 향하도록 디자인해 시계를 들어 올리면 바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환상적인 에나멜링이 돋보이는 리베르소 원 프레셔스 컬러 워치는 블루와 그린 두 가지 컬러로 선보인다.

 

(좌측 상단부터) JAEGER-LeCOULTR, VAN CLEEF & ARPELS, MONTBLANC, HERMES WATCHES 수많은 워치 브랜드가 이 행사에 얼마나 진심을 다하는지 그 규모와 부스, 시노그래피 등을 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몽블랑과 에르메스는 아티스트의 드로잉과 작품으로 곳곳을 장식해 마치 박물관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고, 반클리프 아펠은 유리로 만든 몽환적인 숲을, 예거 르쿨트르는 시원하게 낙하하는 폭포 속 미디어 아트를 시연해 발길을 사로잡았다.

 

 

PIAGET 기요셰에서 영감 받은 팰리스 데코 기법을 적용한 옐로 골드 브레이슬릿과 튀르쿠아즈 블루 다이얼, 브릴리언트 컷 사파이어 세팅이 조화로운 피아제의 라임라이트 하이 주얼리 커프 워치.

 

 

MONTBLANC 몽블랑은 알프스산맥의 유명한 산봉우리 이름을 딴 브랜드답게 진취적인 산악인에게 경의를 표하는 캡슐 컬렉션 1858 – 8000 제로 옥시젠을 공개했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김이 서리는 현상 없이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고안한 모델로 12시 방향에 북반구, 6시 방향에 남반구를 배치해 멋과 실용성 모두를 갖췄다.

 

워치스 앤 원더스가 열리는 팔렉스포 메인 출입구에서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간 곳에서 펼쳐진 사진전 .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저마다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시간을 확인하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 전시로,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은 남녀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있어 흥미로웠다.

 

IWC, TAG HEUER 워치스 앤 원더스가 열리는 팔렉스포 안에서 발견한 멋진 스포츠카 2대. 올해 까레라 탄생 60주년을 맞은 태그호이어는 ‘레이스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The Race Never Stops)’라는 슬로건 아래 빨간색 포르쉐 스포츠카를, 워치의 디자인을 강조한 모던한 분위기를 조화시킨 IWC는 미니멀하면서도 미래적인 디자인의 메르세데스-벤츠 오픈카를 설치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TAG HEUER 까레라 탄생 6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태그호이어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글라스박스. 볼록한 돔형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가 특징이며 네이비 컬러와 블랙과 실버 컬러가 조화로운 리버스 판다 스타일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한다.

 

 

더없이 정교하고 원대한 세계, 로저드뷔 워치스 앤 원더스가 펼쳐지는 스위스에는 수많은 워치 브랜드의 매뉴팩처가 자리하고 있다. 그중 비교적 제네바 시내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로저드뷔 매뉴팩처를 잠시 들르는 특별한 기회를 얻었다. 마치 이 팩토리의 일원이 된 듯 흰 가운을 입은 채 설레는 마음으로 로저드뷔 매뉴팩처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기대한 만큼 더없이 정교하고 특별한 기계가 가득한 ‘이세계(異世界)’가 펼쳐졌다. 설명을 들으며 내부를 찬찬히 살피다 보니 하이엔드 워치 메이커가 지닌 ‘기계적 미학’이 너무나도 작고 정교한 부속품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팀원이 오랜 시간 이 매뉴팩처에서 일한 전문가로 구성된 점 또한 인상적이었는데, 원대한 시계의 미학을 쌓아 올린 가장 작은 부속품들이 이들의 눈과 손을 거쳐 완성된 것. 그 순간, 워치에 담긴 그들의 ‘진심’에 경외심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