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위크의 첫 행선지인 뉴욕이 지난주에 24SS 컬렉션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뉴욕 패션 위크에서 수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은 브랜드는 단연 헬무트 랭(Helmut Lang). 몇 개월 전, 헬무트 랭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베트남 출신의 디자이너 피터 도(Peter Do)를 선정했기 때문이죠. 피터 도는 피비 파일로(Pheobe Philo)의 셀린느(CÉLINE) 시절의 아틀리에에서 커리어와 실력을 쌓은 실력파 디자이너입니다. 피비 파일로의 미니멀리즘 DNA를 물려받아 ‘뉴 피비 파일로’, 다음 세대의 피비 파일로’라고 불리기도 했죠. 미니멀리즘을 강조해온 헬무트 랭에서 피터 도가 과연 어떤 컬렉션을 선보일지에 대한 관심이 쏠렸습니다. 지난 2023년 9월 8일, 피터 도가 헬무트 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24SS 컬렉션이 공개되었습니다.
잘 정돈된 흰 셔츠와 굽이 높은 구두를 신은 한 여성이 뉴욕의 상징적인 옐로 캡을 타고 바쁘게 이동하는 캠페인 영상이 컬렉션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습니다. 이는 단순히 뉴욕의 상징성을 표현한 영상이 아니라, 1998년 헬무트 랭이 뉴욕 택시 위 전광판에 실었던 광고 캠페인을 오마주한 것인데요. 그와 동시에 피터 도가 뉴욕에 왔을 때 느낀 첫 감정이 담겨있었습니다.
‘BORN TO GO’라는 테마의 24SS 컬렉션은 베트남 출신의 시인 오션 브엉(Ocean Vuong)의 시가 적혀있는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펼쳐졌습니다. 어깨에서 흘러내려와 허리를 부드럽게 감싼 노란색과 핑크색의 위빙 끈 디테일은 마치 택시의 안전벨트를 멘 모습을 연상시켰습니다. 이 디테일에는 본디지 디테일을 파격적으로 활용했던 과거 헬무트 랭에 대한 존경심이 담겨있었죠. 테일러드 코트 위를 가로지르는 절개 디테일은 1997년도의 러버 스트립 블랙 데님 팬츠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실크 셔츠 소매의 절개 디테일은 2003년도의 트러커 데님 재킷이 연상되며 컬렉션 곳곳에서 헬무트 랭의 유산에 표하는 피터 도의 경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피터 도의 출중하고 섬세한 실력은 테일러드 재킷들에서 그 빛을 발했습니다. 섬세하면서 구조적인 테일러링 솜씨를 갖춘 피터 도는 헬무트 랭에서도 그 실력을 어김없이 발휘했죠. 피터 도가 본인 브랜드에서 보여주던 여성성이 묻어 나오는 남성 재킷들이 아닌, 담백하고 깔끔한 실루엣의 재킷들을 선보였습니다. 셔츠 또한 차분한 실루엣으로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보여줬습니다. 이 외에도 1998년도의 택시 캠페인 사진이 프린팅된 실크 오간자 셋업, 반대로 입은 듯한 셔츠와 티셔츠 등 피터 도만의 방식으로 헬무트 랭을 해석한 착장들을 선보였습니다.
피터 도가 선보인 헬무트 랭의 24SS 컬렉션과 캠페인 영상은 헬무트 랭 공식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