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필수품, 다비네스 해외 출장은 도시를 탐구하는 즐거움을 주는 만큼 앗아가는 것도 있다. 물갈이가 심한 에디터에게 현지 적응은 쉽지 않은데, 특히 유럽으로 갈 때면 말라비틀어진 국수 가락처럼 메마르는 머릿결이 고민이었다. 이번 출장에는 이탈리아 대표 비건 뷰티 브랜드인 다비네스의 볼루 샴푸와 너리싱 헤어 빌딩 팩, 너리싱 베지테리언 미라클 마스크를 가져갔다. 결과는 성공적!

내 짐을 돌려줘 이번 출장은 마라 맛이었다. 경유지인 파리에 도착한 에디터를 기다린 건 밀라노로 향해야 할 비행 편이 취소되었다는 비보. 겨우 도착한 밀라노 공항에서는 우리 팀 전체의 짐이 증발했다. ‘내일이면 도착하겠지’ 싶었던 짐은 결국 3일 만에 에디터의 품으로 돌아왔다. 캐리어를 찾기 위해 동동거리던 모든 순간,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건 긴박한 상황에 느긋하게 일하던 유럽 현지 항공사 직원의 태도. 거참, 일 좀 제대로 합시다!

빌라 인베르니치 길을 가다가 우연히 홍학을 만날 확률은 지극히 낮다. 에디터는 그 적은 확률을 뚫고 밀라노 시내 한복판에서 홍학을 만났다. 밀라노 자연사 박물관 근처에 위치한 빌라 인베르니치(Villa Invernizzi) 내에는 홍학이 서식하는 비밀 정원이 있다. 어느 매체에서는 이곳을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세계 시크릿 가든 일곱 곳 중 하나로 꼽았다. 불행이 잇따르던 출장 기간 중 어쩌면 유일한 행운이었다.

안녕, 발테르! 토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발테르 키아포니는 2024 S/S 컬렉션에서 디자인의 본질과 이탈리아 장인정신이 가진 품격을 보여주었다. 남성복과 1990년대 미니멀리즘에서 영감을 받은 룩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재단해 유려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쇼 마지막에 등장한 발테르 키아포니의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번 토즈 컬렉션은 그가 하우스에서 보낸 긴 여정 끝에 보여준 자부심이었다.

밀라노 마켓 쇼와 쇼 사이 잠깐의 틈을 타 밀라노 시내에 열린 마켓을 찾아갔다. 예쁜 모양으로 상품성을 매기는 한국과 달리 같은 종이라도 생김새가 저마다 다른 채소와 과일을 팔고 있었다. 이 중 에디터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호박꽃. 이탈리아 가정식 메뉴 중 하나인 호박꽃튀김을 좋아하기에 입맛을 다시며 돌아섰다.

봄, 탄생 그리고 기원 인간과 자연의 근원적 아름다움을 좇는다면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파비아나 필리피의 첫 번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차 데 비토(Lucia de Bito)는 탄생과 봄, 모험, 기원을 주제로 특별한 2024 S/S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의 시그니처라 할 완벽한 테일러링으로 완성한 재킷, 더스터 코트, 스커트를 입은 무용수들이 무대에 올랐다. 아름다움과 강인함, 우아함, 애틋함이 느껴지는 공연은 넋을 잃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