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DF 수상을 축하한다. 먼저 수상자로 선정된 소감을 부탁한다.
학생 때부터 디자이너가 되면 꼭 받고 싶었던 상이라 무척 기쁘다. ‘지용킴’이 선보이는 작업들은 어느 것 하나 쉬운 길로 가지 않다 보니 고민도 많고 벽에 부딪힐 때도 있었는데 그런 순간들을 보상받은 기분이라 값지게 다가왔다.
작년 SFDF의 파이널리스트에도 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올해 다시 한 번 도전할 때, 어땠나?
그래서 올해 SFDF에 지원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처음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은 영광일 수 있지만 두 번씩이나 파이널리스트가 되는 건 브랜드에 안 좋은 영향이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올해 지원서를 작성하며 1년간 진행한 수많은 전시와 협업을 통해 지용킴이 성장한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지원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자연을 이용해 옷을 제작하는 만큼 예기치 못한 변수가 많을 것 같다. 선 블리치 기법을 활용하며 생긴 어려움이 있었을까?
시간문제가 가장 크다. 원단에 선 블리치 기법을 테스트하는 한 달의 시간과 이후 옷을 제작하는 한 달이 추가적으로 소요되기 때문에 절대적인 두 달의 시간이 필요하다. 선 블리치 기간 이외에도 부수적인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원단과 컬러도 한정적이다. 컬러에 대해서도 많이 물어보는데 컬렉션의 먼저 컬러를 정하기보다 사용할 수 있는 컬러 안에서 컬렉션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한계에 부딪히며 컬렉션을 진행할 때 재밌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
선 블리치 기법 이외에도 옷의 실루엣과 디테일이 눈에 띈다. 옷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일단 입을 수 있어야 하고 입었을 때 편해야 한다. 패턴을 제작할 때, 모든 사이즈의 옷을 다 직접 입어본다. 입체 패턴을 이용한 실루엣이나 드레이핑, 디테일을 통해 하나의 카테고리에 국한되지 않는 우아한 컬렉션을 만들고 싶다.
지금까지 선보인 피스들 중에서 제일 애정 하는 아이템이 있다면.
지금 비이커 청담에도 전시가 되어있는 벨벳을 이용한 아이템이다. 이중적인 컬러가 돋보이는 벨벳 소재 위에 선 블리치 기법을 적용했을 때 생기는 미묘한 톤 변화가 정말 우아하다. A/W 시즌마다 항상 벨벳 원단을 사용한 피스를 선보이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벨벳 소재를 입기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 자연에 에이징 되다 보니 훨씬 캐주얼 하게 완성되는 것 같다.
요즘 몰두하고 있는 것과 영감을 주는 요소가 궁금하다.
의도하지 않은 것들? 이번 전시회와 저번 컬렉션에서 팩에 넣은 채로 선 블리치 기법을 적용한 티셔츠를 선보였는데 길거리 가판대에 있던 티셔츠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 티셔츠를 사겠다고 가게 주인에게 말했을 때 가치도 없는 것을 왜 돈 주고 사려고 하냐며 오히려 반문했는데, 그때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난 이미 가치가 있는 것보단 가치가 없다고 여겨진 것에 가치를 만들어 끌어올렸을 때 재미를 느낀다. 오래된 군복이나 녹슬어있는 부품들, 아무나 구할 수 없는 물건을 수집하는 걸 좋아한다. 이런 것들이 컬렉션의 베이스가 되기도 하고.
맥시멀 리스트인가?
그렇다. (웃음) 어렸을 때부터 타지 생활을 오래한 편인데도 항상 박스에 싸서 다 가지고 다녔다. 오히려 요즘에는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집은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최대한 미니멀하게 정리한다. 대신 사무실이…(웃음)
패션 이외에도 관심있는 게 있을까.
재미없는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실제로 관심 있는 부분이 다 브랜드와 연결되어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나 오프라인 스토어에 대한 욕심도 있기 때문에 여러 공간을 다니며 리서치를 하고 있다. 지용킴은 역시 나무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목재 인테리어 공간과 가구를 흥미롭게 보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해줄 수 있을까.
방금 살짝 스포 했는데…(웃음) 예상치 못한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미학을 선보이는 브랜드로 인식되기 위해서 패션이 아닌 다른 분야와의 다양한 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람들이 지용킴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올리거나 기억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세상에 없던 패션과 철학을 제시하는 브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