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형으로 구부러진 난간, 가죽을 마구 구겨놓은 듯 독특한 오브제와 가구 등 아티스틱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아크네 스튜디오 파리 생토노레 매장. 조니 요한슨의 감각적인 취향이 온전히 담겨 있다.

Interview with
Jonny Johansson

나를 둘러싼 세계에 집중하는 것.
늘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포착하려 한다.
일종의 집착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항상 이 시대의 목격자가 되고자 한다.

헤이(Hej)! 만나서 반갑다. 2024 F/W 우먼즈 시즌 컬렉션 준비로 바쁠텐데, 지금 어디에서 인터뷰에 답하고 있나? 맞다, 쇼 준비가 한창이다. 지금은 스톡홀름 플로라가탄(Floragatan)에 위치한 사무실에 있다. (무척 아름다운 곳이니 스톡홀름에 올 기회가 있으면 꼭 들러보기 바란다.) 컬렉션 외에 올해 공개할 여러 비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바로 K-팝 그룹 아일릿(I’LL-IT)과 선보이는 협업이다. 그들을 만나고 서양 음악 산업과 완전히 다른 K-팝 문화만의 독특한 매력에 푹 빠졌다. 함께할 수 있어서 진심으로 즐거웠고 많은 영감을 받았다.

우리가 인터뷰를 하는 현재,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2024 F/W 맨즈 컬렉션에 대해 설명하자면? 데님에 바치는 찬가. 데님은 본질적으로 반항적인 아우라를 지니고 있다. 도발적이고 거칠다. 우리는 데님을 활용해 바이커 룩을 키치하게 비틀었다. 그런지한 바이커 디테일에 네온 컬러를 입혀 서로 다른 것끼리 충돌하게 하고, 레이브와 클럽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사이키델릭한 프린트도 마구 뒤섞었다.

아티스트 이브 튜머(Yves Tumor)가 모델로 참여한 캠페인 비주얼도 독특하다. 그를 모델로 선택한 이유가 뭔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그는 자신의 분야에 충실하며 무대 위 모습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 보기 힘든 ‘진짜’ 공연이다. 무서운 동시에 사랑스러운.(웃음) 물론 촬영도 환상적이었다. 그는 의상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동시에 다운타운과 업타운, 로테크와 하이테크 등 계속해서 양면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그 모습은 진정한 반항아(rebel)를 보는 듯했다. 그 무엇도 신경 쓰지 않지만 언제나 완벽한 선택을 해내는 반항아 말이다.

컬렉션 곳곳에 등장하는 고양이 프린트가 인상 깊다. 고양이를 좋아하나? 개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웃음) 거친 바이커 룩과 충돌하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귀여움과 순수함이 느껴지는 고양이 프린트를 선택했다. 약 30년 전에 창립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녹슬지 않은 감각을 자랑한다. 비결이 있다면? 나를 둘러싼 세계에 집중하는 것. 늘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포착하려 한다. 일종의 집착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항상 이 시대의 목격자가 되고자 한다.

염색한 패브릭을 구겨놓은 듯 독특한 실루엣의 오브제, 자유롭게 굴곡진 난간 등 매장 인테리어가 대단히 아티스틱하다. 전 세계 모든 매장의 인테리어를 각각 다르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촬영을 진행한 파리 생토노레 매장의 컨셉트는 무엇인가? 각 플래그십 스토어의 인테리어는 우리 브랜드의 디자인 언어를 그 도시에 맞게 해석한 결과다. 생토노레 매장은 스톡홀름의 롤리스(Rålis) 스케이트파크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이곳은 콘크리트 스케이트장이 젖거나 미끄러워지지 않도록 다리 아래에 지었다. 그곳을 보며 다리가 많은 도시 파리가 떠올랐고, 파리 매장은 다리 아래에 있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다리 아치 아래에서 벌어질 법한 비밀 모임이나 서브컬처 같은 무드가 담기길 원했다. 파리의 상징적인 거리인 생토노레에 아크네 스튜디오라는 브랜드의 특별한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기에 적절한 컨셉트라고 생각한다.

무언가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면? 기타를 1백 개 넘게 가지고 있다. 아이코닉한 제품이나 아카이브용도 있고, 그냥 단순히 좋아해서 산 것들도 있다. 나는 내가 자란 도시 우메오(Umeå)의 기타 가게에서 일하기도 했다. 당시에 밴드에서 연주도 했고, 기타에 관심이 많았다. 디자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음악도 내 아이덴티티의 큰 부분을 차지하며 많은 영감을 준다. 음악은 몸과 영혼을 연결한다. 음악은 치유 그 자체다.

매장을 여는 기준이 ‘좋아하는 도시’라고 들었다. 아직 유효한 기준인가?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매장의 위치를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 시대의 목격자가 되는 것이 목표이므로, 여전히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도시에 매장을 개장한다.

한국에도 매장을 오픈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한국의 매력이 있다면? 한국은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문화로 세계 여러 나라에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 또한 엄정화, NCT 쟈니, AESPA 지젤, 래퍼 릴체리, 배우 이호정 등 한국의 많은 컬처 아이콘들과 협업하고 있고, 큰 지지를 받고 있다. 무척 감사하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