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부터 시계업계를 경험했고, 2022년에 불가리 글로벌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이자 집행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되었다. 그 당시 당신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무엇이었나?

먼저 ‘DreamsCome True!’ 꿈을 이룬 기분이었다. 불가리는 이탈리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에 품고 열망하는 특별한 글로벌 메종이기에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문제는 지난 20여년간 불가리가 너무나 잘하고 있었다는 것. 메종을 어떻게 하면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했다. 그때 내가 기획한 첫 번째 전략은 바로 원 브랜드 엘리베이션(OneBrand Elevation)이었다. 불가리 안에는 워치와 주얼리부터 가방이나 지갑 같은 가죽 제품, 스카프나 아이웨어 등의 패션 액세서리, 향수 등 상당히 많은 카테고리가 존재하고 있다. 이들은 경우에 따라 서로 다른 내러티브를 가지고 움직였는데, 나는 이 카테고리들을 ‘불가리’라는 하나의 지붕 아래 모으고, 보다 일관된 방식으로 전개하도록 해 또 다른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랐다. 이러한 움직임의 가장 큰 목표는 젊은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것이었는데, 여기서 말하는 젊은 소비자는 단지 나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동시대적이며 메종의 역사와 전통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모든 이들을 가리킨다.

  

오랜 시간 이 업계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큰 자산일 것 같다.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인 시계 및 주얼리 트렌드나 소비의 흐름 등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다고 체감하는가?

우리는 ‘뉴 노멀’ 시대에 살고 있다. 위기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세계는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불가리는 오히려 비즈니스 면에서 흥미로운 기회를 포착했고, 이는 역설적으로 큰 기회가 되었다. 뉴 노멀 세상에서 럭셔리 마켓과 고객의 움직임을 빠르게 포착하고, 이 변화를 ‘노멀’로 인지한 후 적응하고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의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과거에는 로고와 브랜드가 주는 이미지나 파워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럭셔리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했을 때 같이 오는 경험과 새로운 가치, 스토리 등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방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가 제품을 제공할 때, 이런 경험과 감성적인 연결 고리, 메종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비제로원 목걸이에 수천 명의 장인이 함께 일한 노고가 담겨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고, 이 목걸이 하나를 구매함으로써 소비자도 불가리 세계의 일원이 됐다는 것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

  

최근 ‘불가리 스튜디오(BVLGARI STUDIO)’라는 컨셉트 아래 불가리 불가리, 불가리 로마 그리고 특히 불가리의 아이콘인 비제로원을 기념하는 특별한 행사를 다름 아닌 한국에서 진행했다. 불가리에 한국 마켓과 고객은 어떤 존재인가?

더없이 매혹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수도 서울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넘치는 곳이자 특별한 문화와 예술의 집결지다. 서울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무척 활발하고 미래 지향적이며, 젊은 에너지로 가득하다. 그래서 이렇게 혁신적인 불가리 스튜디오 이벤트를 기획할때 서울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도시라고 생각했고,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전 세계 프레스에게 이 특별한 소식을 발표했을 때도 많은 이들이 흥분하며 좋다는 의견을 더했다.

  

혹시 한국의 아티스트나 셀럽 중 눈길이 가는 사람이 있나? 혹은 특별히 눈여겨보는 점이 있다면 뭔가?

지금 이 자리에서 다 말할 순 없지만, K-아티스트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좋은 힌트가 되었기를 바란다.

  

불가리의 수많은 아이콘 중 당신이 가장 선호하는 컬렉션이 무언지도 궁금하다.
엄마한테 자식 중 누가 제일 예쁘냐고 묻는 것과 같은 질문이다. 하나같이 다 더없이 소중하지만, 그래도 비제로원은 어릴 때 부모님에게 선물 받은 특별한 기억 때문인지 더욱 애착이 간다. 그런 개인적인 추억을 차치하더라도 탄생 25주년이나 된 컬렉션이지만 여전히 모던하고 대담하며 세련된 멋이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불가리 비제로원을 종종 이렇게 돌리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면 거짓말처럼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한다. 내 스트레스 해소를 담당하는 중요한 제품이다.(웃음)

  

마지막 질문이다. 불가리 코리아가 당신에 대해 우아하고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이자 강인하고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라고 나에게 귀띔했다.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쉽지 않을 텐데, 당신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줄 수 있나?

결코 쉽지 않다. 어떻게 조화롭게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지를 안다면, 나는 이미 책을 써서 부자가 됐을 것이다.(웃음) 일단 내가 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아이와 엄마 사이에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럴 때 어떤 여성도 이 워킹맘의 삶을 완벽하게 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에서도 젊은 워킹맘들이 종종 나에게 비슷한 질문을 하는데 나는 그때마다 “꿈도 꾸지 마! 절대 쉽지 않아”라고 말한다. 그리고 꼭 자신만의 밸런스를 찾으라고 조언한다. 내 밸런스가 남한테 맞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밸런스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여성으로서 우리는 학업부터 일, 엄마의 역할까지 매사에 완벽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 삶은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첫째는 완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둘째는 그걸 인정함으로써 그동안 완벽을 추구하면서 받은 모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것, 셋째는 동료나 가족들에게 나의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한 후 수반되는 도움과 관심을 받아들이는 것.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한 노하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