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세계적인 휴양지, 푸껫에서 루이 비통 아티스틱 디렉터 프란체스카 엠피시어트로프를 만났다. 그와 함께한 워치메이킹 & 하이 주얼리 이벤트와 익스클루시브 인터뷰 그리고 특별한 미감과 영감들에 대하여.
우리는 지금 패션 하우스 루이 비통이 선보이는 경이로운 워치메이킹과 하이 주얼리 세계를 통해 영역을 확장하고, 담대한 도전을 이어가는 메종의 강인한 움직임을 목도하고 있다. 워치 & 주얼리 아티스틱 디렉터 프란체스카 엠피시어트로프(Francesca Amfitheatrof)가 진두지휘하는 2024년, 자연과 시간이 빚어낸 최고의 원석, 숙련된 장인정신의 세계에 대한 메종의 탐미와 도전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3월, 루이 비통은 세계적인 럭셔리 부티크 호텔 체인 아만 리조트(Aman Resorts)의 초석이 된 아만푸리 푸껫에서 하이엔드 워치 & 하이 주얼리 이벤트를 진행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에드워드 터틀(Edward Tuttle)이 태국 왕실의 여름 별장을 모던하게 재해석한 이곳은 탁 트인 하늘과 바다, 이국적인 꽃과 나무들이 태국 고유의 전통 양식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여행에 진심을 다하는 루이 비통다운 장소 선정에 감탄하며 총 4개의 이벤트 공간 중 첫 번째 장소를 방문했다. 문을 열자마자 한눈에 들어온 것은 ‘땅부르 슬림 비비엔 점핑 아워 사쿠라 & 우주비행사’. 메종의 사랑스러운 마스코트 비비엔이 신비로운 푸른빛을 띠는 어벤추린(사금석)과 벚꽃이 그려진 핑크 다이얼 위에 모습을 드러낸 모델은 특별한 점핑 아워 컴플리케이션을 통해 메종의 한층 정교해진 워치메이킹 기술을 짐작케 했다. 두 번째 공간에서는 공예적 기법이 빛을 발하는 특별한 워치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맑고 투명한 하늘을 연상시키는 독창적인 플리크아주르(Plique-a‵-jour) 에나멜링 기법으로 완성한 ‘보야제 플라잉 투르비옹’과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와 협업한 ‘땅부르 문 플라잉 투르비옹 사파이어 프랭크 게리’ 그리고 가스통 루이 비통(Gaston-Louis Vuitton)의 소장품에서 영감을 받은 오리엔털 디자인의 메티에 다르(me′tiers d’art) 워치, ‘루이 비통 에스칼 캐비닛 오브 원더스’까지. 메종의 담대한 워치메이킹 기술의 비약적 성장을 실감하며 다음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에서는 엠피시어 트로프가 구현한 환상적 하이 주얼리 컬렉션인 ‘딥 타임 챕터 II’의 향연이 펼쳐졌다. 행성의 탄생부터 생명의 시작에 이르는 한 편의 웅장한 서사시와 같은 환상적 여정. 통유리에 드리우는 푸껫의 따스한 햇빛과 열대의 풍광, 지저귀는 새소리를 벗 삼아 엠피시어트로프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옐로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로라시아’, 그리고 탄자니아의 움바강에서 발견한 환상적인 오렌지와 핑크 빛을 품은 움바 사파이어를 세팅한 ‘스킨’ 네크리스 등을 실제로 감상할 수 있었다. “딥 타임의 두 번째 챕터는 방대하고 위대한 스토리라인을 보여주죠. 가장 아름답고 시적인 컬렉션의 서사를 이어가고 있어요.” 엠피시어트로프의 말처럼, 루이 비통 하이 주얼리는 장엄하고 창의적인 전개와 스토리로 하이 주얼리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고 있었다.
Interview with
Francesca Amfitheatrof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로마, 모스크바, 런던, 뉴욕 등지에서 생활했다. 아시아와 유럽, 북미 등 색깔이 뚜렷이 다른 여러 지역에서 쌓은 특별한 경험들은 여전히 당신의 주얼리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당연하다. 나는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 전통 가옥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일본 예술 작품 수집에 열정적이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일본 가구와 예술 작품, 화병, 그림 등이 무척 많았는데, 이것들은 자연스럽게 내 작품 속 비례나 균형 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영향도 매우 크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삶을 사랑하고, 감각을 자극하는 모든 아름다움을 찬미한다. 이러한 낙관적인 태도와 문화가 여전히 내 삶 그리고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신을 사로잡은 주얼리 디자이너의 매력은 무엇이었나? 기본적으로 금속을 아주 좋아한다. 금속이라는 재료에 애정이 크고, 그중에서도 금을 무척 사랑한다. 나는 사실 그림이나 인쇄, 사진 같은 이차원 예술에는 관심이 없고, 예전부터 조각 형태의 삼차원 작업을 즐겼다. 금속에 대한 애정과 내가 경험한 수많은 문화적 경험 그리고 삼차원적 작업에 대한 열망. 바로 이런 점이 나를 주얼리 디자이너로 이끌었다.
당신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대상 혹은 방식이 있나? 나는 내 작품이 나를 어딘가로 이끄는 것을 좋아한다. 새로운 주제를 배우고 탐험하는 시간이 무척 소중하다. 그래서 나는 항상 스토리가 필요하다.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는 방대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내가 무엇을 디자인할지 알 수 없는 무의 상태와 무한한 가능성을 꿈꿀 때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당신의 작업 과정은 어떠한가? 주얼리 제작을 위해 가장 집중하는 부분이 무언지도 궁금하다. 보통 큰 테마를 착상해 그것을 CEO 피에트로 베카리(Pietro Beccari)와 공유한다. 우리는 보통 2~3년 후의 테마를 함께 이야기하며 먼저 공감대를 형성하는 편이다. 이후 보석학자와 테마를 공유하고, 실제 제품 연구를 시작한 후, 우리 팀과 방향성을 정해 영감을 얻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을 통해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활동을 진행하는데, 예를 들면 각 분야 교수를 초청해 강의를 듣거나 테마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수많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이후 전세계에서 구한 보석들을 살펴보고, 테마별로 분류하기 시작한다. 이후에는 디자이너 개인이 추구하는 방향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에 아주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디자인을 진행한다. 나는 모든 디자이너와 개별적으로 소통하며 그들의 작품을 가이드하고, 전체 스토리가 이어지게 하는 역할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많은 테마로 작품을 디자인한다. 이렇게 6~8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일하면 우리가 디자인한 컬렉션이 완성되는데, 이 과정이 길게는 몇 년에 걸쳐 이뤄지기도 한다.
2백 년 넘는 역사를 간직한 패션 하우스의 워치 & 주얼리 아티스틱 디렉터라는 타이틀의 무게는 어떠한가? 하우스의 오랜 유산과 정체성을 어떻게 재해석하고, 디자인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나는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루이 비통의 피에트로 베카리 CEO와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Arnault) 회장 그리고 메종의 많은 분이 나를 신뢰한다고 느낄 때, 세상에 다시없는 행운아가 된 기분을 느끼곤 한다. 루이 비통에서 내가 흥미를 느끼는 지점은 주얼리 카테고리가 없었다는 점이다. 메종의 역사는 유구하지만 주얼리 분야는 그렇지 못한데, 이러한 점이 루이 비통 주얼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 창조성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주얼리 업계를 경험하며 쌓은 노하우와 지식이 큰 자산일 것 같다. 현재 세계적인 주얼리 트렌드나 소비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의 견해가 궁금하다.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주얼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느낀다. 어떤 면에서는 팬데믹이 그 관심을 가속화했다. 생각해보라. 우리가 열정을 쏟던 많은 것이 팬데믹으로 단절되지 않았나. 우리는 그 시기에 자유롭지 못했고,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과 열정을 쏟는 많은 것들로부터 상실감을 경험했다. 하지만 주얼리는 어땠나? 주얼리는 여전히 당신과 함께 했고, 사람들에게 큰 즐거움을 안겨줬다. 이런 점이 주얼리에 대한 ‘빅 모멘텀’을 형성하게 한 것 같다. 요즘 주얼리 트렌드는 우리가 루이 비통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최고 수준의 마스터피스를 선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스터피스인 동시에 보다 접근 가능하고,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되는 작품들을 만드는 것 말이다.
이곳에 오기 전, LV 다이아몬드 컬렉션을 실제로 봤다. 그야말로 혁신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우리가 고유의 다이아몬드 컷을 창조했다는 사실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는 LV 모노그램 스타 컷과 플라워 컷을 개발했다. 이는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개인적으로 주얼리 분야에서 일어난 중요한 결과물 중 하나라고 자부한다. 수백 년 동안 흥미로운 다이아몬드 컷이 없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다이아몬드 원석의 단 1~2%만이 LV 모노그램 스타 컷이나 플라워 컷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과정은 실제로 매우 복잡하다. 왜냐하면 다이아몬드는 안으로 잘라내는 기법이 굉장히 어려운데, 우리는 무려 네 번이나 그렇게 커팅해야 하기 때문이다. 끝부분이 완벽하게 정렬되지 않으면 다이아몬드는 쪼개져버린다. 그래서 매우 정교한 작업이 요구된다.
‘딥 타임(Deep Time) 챕터 II’ 컬렉션은 지구의 탄생에서 생명의 시작에 이르는 한 편의 웅장한 서사시를 매우 모던하게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다. 이번 컬렉션에서 <마리끌레르 코리아> 독자에게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점이 있나? ‘딥 타임’ 컬렉션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 바로 ‘플라워’다. 컬렉션의 절정에 이르러 피어나는 꽃, ‘플라워’는 실제 꽃과 꼭 닮아 있다. 특별한 다육식물인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름은 모르지만 루이비통 모노 그램 플라워 모양과 정확히 닮아 있다. 그것은 마치 천천히 회전하는 느낌을 주는데, 그래서 나는 이 컬렉션이 플라워로 끝나는 방식이 좋다. 다시 돌아가는 느낌을 안겨주니 말이다.
혹시 다음 시즌을 위한 아이디어를 살짝 귀띔해줄 수 있나? 기다려주기 바란다. 우리는 항상 새롭고 남다른 제품을 만들어낼 테니까. 그건 확실하다.
현재 전 세계가 K-컬처, K-아티스트에 열광하고, 수많은 브랜드가 한국을 빅 마켓으로 포지셔닝한다. 여기에 더해 한국 럭셔리 주얼리 시장도 굉장히 크게 성장했다. 루이 비통 워치 & 주얼리 아티스틱 디렉터로서 한국 시장과 한국 고객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다. 한국이 지닌 아주 멋진 점은 스타일과 패션에 대한 감각이 남다르다는 점이다. 대담하고 혁신적이다. 나는 그 점이 예전부터 무척 흥미로웠다. 그래서 항상 한국의 예술, 음악, 방송, 영화 등을 애정 어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나는 날 선, 살아 있는 창의성을 가진 한국을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한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남성과 여성 모두 주얼리를 착용하는 방식이 매력적이고, 그 밸런스가 매우 좋다고 느낀다. 이처럼 한국의 다양한 강점이 아시아 전체,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루이 비통에 합류한 지 6년째다. 이곳에서 이루고자 하는 당신의 꿈이 있는가? 나는 루이 비통에서 하고 싶은 일이 아주 많다. 우리는 매우 빠르게 성장했다. 이제는 주얼리 쪽에 좀 더 집중하고 싶은 카테고리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매장과 관련한 것들. 주얼리 단독 매장을 열고, 기존 루이 비통 고객은 물론 주얼리를 찾는 수많은 고객과 교류하고 싶다. 과거 우리가 루이 비통에 속한 작은 존재였다면, 매우 빠르고 성공적으로 성장한 지금은 많은 사람이 루이 비통 주얼리를 찾거나 알아보는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 루이 비통이라는 창의적 세계의 울타리 안에서, 나는 보다 다양한 분야를 들여다보고, 다채로운 제품을 계속 선보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