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마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언 그리피스(Ian Griffiths) 인터뷰
베니스라는 특별한 장소에서 문화적 향취를 깊이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베니스를 이번 리조트 쇼의 목적지로 손꼽은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들이 럭셔리 시장의 위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시점에서, 나는 한 발짝 물러서 역사적 관점에서 더 넓은 시각을 갖고자 했다. 베니스라는 이 고색창연한 도시는 럭셔리 비즈니스의 수익으로 세워졌다. 1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베니스는 ‘실크로드’의 일부로 동서양의 교역로 역할을 해왔다. 이런 점에서 하이엔드 제품에 대한 수요는 항상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에 쇼의 장소로 확신했다.
영감을 받은 여러 요소 중에서 이번 컬렉션을 관통하는 것은 무엇이었나?
때마침 올해는 실크로드를 개척한 상인이자 탐험가 마르코 폴로 사후 7백 주기를 기념하는 해다. 그래서 이번 컬렉션은 중세 후기의 분위기를 풍기는 동시에 현대적이다. 동서양의 영향이 조화를 이룬 베니스의 호화로운 예술과 건축은 풍부한 프린트와 화려한 장식을 가미한 브로케이드 패브릭에 영감을 주었다.
문화와 예술이라는 미학적 요소가 막스마라에 어떠한 의미를 지니나?
우리는 디자인의 문화적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러한 면에서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중한 문화의 상징을 무분별하거나 부적절한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인다.
건축을 비롯해 아트와 디자인을 전공한 당신에게 패션은 단순한 옷 이상으로 여겨질 듯하다. 당신이 바라보는 막스마라의 패션적 세계관은 어떻게 그 범주를 확장해나갈 예정인가?
패션은 때때로 덧없고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나는 패션을 ‘시대의 정신을 나타내는 강력한 지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무엇을 입는지에 따라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드러난다. 막스마라는 옷이 자신감과 잠재적 힘을 끌어내도록 디자인해왔고, 이번에 베니스에서 펼친 리조트 쇼는 현재 우리가 믿는 패션을 대표한다. 매우 강한 내러티브적 메시지를 갖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앞으로도 쭉 입을 수 있고 또
갖고 싶을 아이템으로 구성했다.
전설적인 밀리너(모자 디자이너) 스테판 존스와의 협업이 인상적이다. 이 특별한 협업을 진행하게 된 초기의 아이디어가 궁금하다.
이번 쇼의 마지막 네 가지 룩은 내가 1985년 맨체스터 폴리테크닉(현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교) 학위 쇼를 위해 제작한 작품들을 재현한 것이다. 나는 펑키한 어린 학생이던 나의 젊은 시절을 다시 돌아보고 싶었다. 스테판 존스는 내가 대학을 갓 졸업했을 때 이미 패션계의 내로라하는 스타였고, 우리는 1980년대 후반 런던의 클럽 신에서 만나 친구가 되었다. 이번 컬렉션은 스테판과 협업하기에 완벽한 시기였고, 놀라운 창의적 경험을 할 수 있었다. Thank you, Stephen!
컬러 팔레트 역시 매혹적이다. 평소 컬러 감각을 위한 다양한 영감이 필요할 듯하다.
틴토레토(Tintoretto), 티치아노(Tiziano), 베로네세(Veronese), 벨리니(Bellini) 같은 위대한 베니스 화가들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나는 같은 색
조 중 밝은 톤과 어두운 톤을 섞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이번 컬렉션을 위해 마르코 폴로가 지닌, 또 다른 여성의 자아라고 할 수 있는 신선하고 활기찬 모습을 탐색했다.
옷의 볼륨감과 형태, 문화적 요소가 느껴지는 프린트, 주얼리 같은 장식적 요소가 두루 눈에 띈다. 이번 리조트 컬렉션에서 눈여겨볼 특별한 디테일이 있다면?
이번 컬렉션에 선보인 거대한 태슬이 달린 실크 끈 벨트를 무척 좋아한다. 이 벨트는 모든 룩에 화려한 멋을 더해주는데, 이 벨트를 친구마다 선물로 줄 정도다.
당신은 오랜 세월 막스마라 패밀리와 함께해왔다. 막스마라만이 지닌 특별함, 그 공동체 안에서 느끼는 남다른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
막스마라와 나는 1백만 분의 1의 확률로 만날까 말까 한 단짝이라고 할 수 있다. 100% 공감할 수 있는 철학을 가진 브랜드를 찾은 건 아주 큰 행운
이다. 막스마라는 그 옷을 입는 여성들의 커뮤니티에 관한 브랜드다. 35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막스마라와 함께하면서 나는 여성들과 매우 가까워지고, 그들 이야기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낀다. 그들의 끈질긴 정진, 힘겹게 얻어낸 성공, 역량 강화. 나는 그 여성들을 친구로 여기며, 그들을 위해 최고를 원한다. 나아가 훗날 내가 디자인하는 대상인 그 여성들을 존중하는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다.
다음 리조트 쇼의 행선지가 궁금하다. 당신의 비전과 미학이 향하는 특별한 도시는 어떤 곳일지 살짝 귀띔해줄 수 있나?
쇼에 대한 추측이 난무한데, 내가 어떤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그곳에서 쇼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다. 다음 쇼가 어디에서 열릴지 미리 알려줄 수는 없지만, 브랜드의 가치를 강화하고 막스마라 정신의 아직 미지로 남은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곳이 될 것만은 분명하다.
막스마라와 협업한 모자 디자이너 스테판 존스(Stephen Jones)
베니스라는 특별한 장소에서 선보인 이번 쇼를 위해 가장 염두에 둔 요소는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요소는 모자가 베니스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었다. 베니스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면서도 현대적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첫 번째 룩이 등장할 때부터 설렐 정도로 어떠한 형태의 모자가 등장할지 매우 기대되었다. 그리고 남다른 볼륨과 셰이프의 모자를 쓴 모델을 보며, 역시나 대담한 터치가 스테판 존스답다고 생각했다. 막스마라에서 처음 제안을 받은 당시의 이야기를 해줄 수 있나?
나는 막스마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이언을 오랜만에 런던에서 다시 만나 오랜 우정을 되새겼다. 처음으로 한 일은 실루엣의 균형을 함께 그려나간 것이다. 디자인에 관한 우리의 대화는 일러스트를 통해 비주얼로 이뤄졌다.
대담한 터치의 모자가 탄생하기까지, 그 디자인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과정이 궁금하다.
처음에는 드로잉으로 시작했지만, 나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에 대한 명확한 아이디어가 있었다. 이언은 이러한 나의 신념을 따를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우리는 스케치를 시작으로 여러 번의 테스트를 지속적으로 거치고 난 다음 패브릭을 시도하고, 쇼를 위한 최종 디자인의 모자를 완성했다. 매우 정교한 과정이었다.
헤드피스에서 이국적 분위기도 느껴지는데, 이는 동서양 교역의 중심지이던 베니스라는 쇼 베뉴가 지닌 상징적 요소에서 영감을 받은 것인가?
맞다. 그리고 터번을 쓴 마르코 폴로의 그림에서도 영감을 받았다.
막스마라 디자인 팀, 특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이언 그리피스와 함께한 막스마라 2025 리조트 컬렉션의 협업 과정이 궁금하다.
막스마라가 구축해온 독특한 세계에 빠져드는 건 흥미롭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케치를 비롯 시즌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을 병행해야 했다. 그들은 나의 경험뿐 아니라 디자인에 대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었고, 나는 이언과 막스마라 팀의 아이디어에 맞춰 모자를 수정해나갔다.
특별히 이번 리조트 컬렉션의 어떤 요소가 가장 큰 영감을 주었나?
모든 측면에서 막스마라 팀과 이언은 고유한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나는 특히 이언이 1990년대 대학 시절의 컬렉션을 재해석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과거를 돌아보면서도 미래를 바라보게 하는 시각 말이다. 나 또한 내 모자가 편안하면서도 경쾌해 보이길 원했다.
막스마라 리조트 쇼를 위한 헤드피스를 만들 때 어떤 여성상을 머릿속에 두었나?
분명 막스마라 여성이지만, 패션을 즐기고 유머 감각이 뛰어난, 우아하면서도 편안한 여성을 상상했다. 나는 막스마라 스타일의 우아함과 품격을
좋아한다. 그 옷들은 마치 당신의 친구처럼 보인다.
평소 어디에서 영감을 얻는지 궁금하다.
내가 살아가는 삶과 건축, 영화, 자연 등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는다. 어떤 것이라도 부정하는 건 개인적인 감정을 제한하니까.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사람들이 그것을 즐기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한다. 모자는 생경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이지만, 나는 늘 사람들의 품에 안길 수 있는 모자를 만들고 싶다.
전설적인 모자 디자이너인 당신에게 새로운 프로젝트, 즉 새로운 도전은 무엇을 뜻하나? 오랜 세월 동안 혁신적 디자인의 모자를 선보여온 디자이너에게 ‘새로움’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이다.
‘새로움’은 막스마라 리조트 쇼에 등장한 터번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움이 있고, 만약 지금 스무 살이라면 앞으로 어
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새로울 거다. 또 만약 서유럽 사람이 아니라면, 터번을 보며 생경함과 동시에 또 다른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스타일링에서 모자의 역할, 그리고 그 의미와 가치에 대한 당신의 정의가 궁금하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i’ 위에 있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모자는 나의 삶과 이음동의어다.
훗날 당신이 어떠한 디자이너로 기억되길 바라나?
아직내 커리어가 끝나지 않았기에 물음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