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 Bottega Veneta.

모두 Bottega Veneta.

시슬 모양의 크로셰 플라워 모두 Bottega Veneta.



보테가 베네타와 함께 <마리끌레르> 코리아 2월호의 얼굴이 되었어요. 멤버들 없이 혼자 화보 촬영을 하는 데 어느 정도 익숙해졌나요?
여전히 익숙하지 않아요.(웃음) 그래도 잘해내고 있습니다. 단독 화보를 여러 번 촬영하면서 저만의 색깔이 점점 뚜렷해진다고 느껴요. ‘내 개성을 잘 찾아가고 있구나’ 싶고, 더 찾아가면서 그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번 화보도 저라는 사람이 잘 담긴 듯해 마음에 들어요. 갖고 싶은 룩도 많더라고요.(웃음)
패션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오늘 입은 보테가 베네타의 룩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번 화보 컨셉트가 ‘소년’이라고 들었어요. 어린 시절의 꿈을 회상하고, 다시 마주하는 느낌이요. 그래서 소년 고유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보려고 했어요. 평소 소년 같은 매력이 느껴진다는 말을 꽤 듣기도 해요.(웃음)
평상시 모습을 보니 순수한 미소를 자주 띠더라고요. 인터뷰를 하는 지금도 그렇고 요.(웃음) 그래서인지 ‘소년’이란 단어가 아이엔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실제 나의 어린 시절, 소년 양정인의 날들을 돌이켜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어릴 때 하고 싶은 일이 되게 많았어요. 과분하게도 지금껏 다양한 경험을 해왔고, 많은 걸 이뤄왔죠. 아직도 믿기지 않을 때가 있어요. ‘이게 진짜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곤 하더라고요. 실감이 나지 않고, 기뻐할 틈도 없이 바쁠 때도 있지만 스트레이 키즈 멤버로서 이렇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게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늘 상기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이 키즈가 쌓아온 성과를 불현듯 실감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공연할 때요. 무대에 올라 꽉 찬 객석을 바라보면서 노래하고 춤출 때 확 와닿더라고요. 최근 스트레이 키즈의 세 번째 월드 투어를 이어가는 중이에요. 1월 중 순에는 홍콩에 가고, 3월부터는 북미와 유럽 등지로 향할 예정이죠. 경험이 많이 쌓였고, 스타디움을 비롯한 큰 무대에도 서봤지만 요즘도 공연을 앞두면 떨려요.(웃음) ‘예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겠다, 이번에는 더 잘해야겠다’ 하는 마음이 크다 보니 매번 긴장되더라고요.
긴장의 정도는 데뷔 초반과 비슷하더라도, 무대에서 펼치는 기량은 7년에 가까운 시간을 거치며 훨씬 늘지 않았을까 싶어요. 대중은 성장의 결과만을 보지만, 그 과정에 보이지 않는 노력이 촘촘히 담겨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노력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얻나요?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건 팬들이고요. 저 자신에게서도 동력을 얻어요.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제 성장이 멈추게 되잖아요. 그걸 생각하면 노력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계속해서 노력하고, 이 일을 꾸준히 좋아하다 보면 결국에는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얼마 전 ‘노래하는 게 제일 좋다’고 말한 게 떠오르네요. 아이엔이 커버한 곡들을 들어 봤는데, 청아하고 담백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를 지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음 한 음 세심하게 부르는 노래가 마치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 자연스레 몰입되더라고요.
정말요? 제 노래를 통해 사람들의 주변 분위기를 바꿔주는 걸 제일 중요하게 여기거든요. 그런데 그건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는 것과는 다르더라고요. 아주 많은 노력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걸 느끼고 있어요.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웃음)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와 ‘내 목소리로 들려주고 싶은 노래’의 교집합에는 무엇이 있나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요. 애정이 가는 곡은 더 큰 정성과 자신감으로 부를 수 있고, 그래야 노래를 듣는 사람들의 마음에 보다 깊이 닿는 것 같더라고요. 특정한 장르나 무드의 음악을 선호하지는 않아요. 다양한 곡을 부르고 또 들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요.
지난해 12월에 공개한 스트레이 키즈의 새 앨범 <合 (HOP)>에 담긴 솔로곡 ‘HALLU CINATION’을 통해 아이엔의 색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성숙하고 몽환적인 무드의 음악에도 잘 어우러지더라고요. 목소리의 활용 방식을 두고 많은 고민을 거쳤을 듯한데 어떤가요?
맞아요. 혼자 부를 노래를 준비할 때면 생각이 많아져요. 뻔한 건 하기 싫어서요.(웃음) 이번에도 하우스, R&B를 비롯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봤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창빈이 형이 만들어둔 ‘HALLUCINATION’을 들었는 데, 이 곡이라면 제 목소리의 장점을 살릴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나중에도 솔로 곡을 작업할 기회가 생긴다면 진짜 새로운 곡들을 선보이고 싶어요.
기대되네요. 배움에 대한 열정이 크다고 알려져 있으니 더더욱요. 그런데 언제나 열정을 쏟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 마음을 조금 내려놓아야겠다 싶을 때도 있지 않아요?
있죠. 욕심이 과해질 때가 있더라고요.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하고 싶고. 그럴 땐 둘 중 하나를 내려놓는 편이에요. 너무 많은 걸 소화하기엔 제 몸이 한 개고, 몸이 지치면 마음도 지칠 테니 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지키면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거죠. 가끔 지치더라도 스스로 잘 조절하면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커피 한잔 하면서 다시 힘을 내는 거예요. 오로지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거면 충분 합니다. 흐흐.
나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요령이 생긴 거네요. 내 삶을 잘 일궈가는 사람은 의젓하고 단단해 보여요. 스스로 느끼기에는 어떤가요?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한 번씩은 무너지기 마련이잖아요. 누구든 여린 면을 가지고 있을 테고요. 스스로 나약해졌다고 느낄 때 제가 쓰는 방법은 이거예요. ‘쉽지 않은데? 하하하!’ 하고 나서 잠을 푹 잡니다.(웃음) 힘듦을 오래 붙들고 있어봤자 달라지는 건 없더라고요. 일단 한숨 돌린 다음, 왜 힘든지 생각해보면서 혼자 풀어내려 하는 편이에요. 해결책은 타인이나 외부가 아닌 저 자신에게 있는 거니까요.
건강한 내면이 느껴지는 말이네요.(웃음) 2025년, 어느덧 스물다섯 살 청년이 되었어요. 이제는 ‘꿈’을 떠올리면 무엇이 제일 먼저 연상되나요?
음… 꿈은 지금의 제 모습 같아요. 가수를 꿈꾸던 연습생 시절에 간절히 그렸던 모습이니까요. 꿈결이 아니 라면 좋겠네요.(웃음)
지금의 아이엔이 품고 있는 가장 선명한 꿈을 묘사한다면요?
가장 선명한 꿈… 지난 해 해외 페스티벌에 몇 번 다녀온 적이 있어요. 대부분의 공연이 저녁에 진행되었는데, 무대에 서 있을 때 저 멀리 서서히 지는 해가 보였어요. 그 노을이 되게… 아름다웠어요. ‘이게 내가 꿈꿔온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동안 고생했다, 잘 살아왔구나 싶었어요.
의외네요. 지금의 꿈에 대한 이야기가 미래 시제일 거라 짐작했는데, 과거와 현재를 말 한다는 점이요.
꿈이 미래만을 가리키진 않는 것 같아요. 꿈꿔온 장면이 현재가 될 수 있고, 오랜 꿈이 이루어진 순간을 과거에서 찾을 수도 있지 않나 싶어요. 앞으로 이뤄가야 할 꿈도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해요. 목표를 계속 높이 잡으면서 꿈의 순간들을 더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요.
그 순간들을 향해 기꺼이 뛰어들 수 있는 용기가 마음속에 있나요?
네! 있습니다. 당연히 있죠. 그 용기는 저 자신과 팬들에게서 비롯돼요. 그리고 멤버 형들. 제 꿈을 함께해온 존재죠. 예전에 멤버들끼리 국내 여행을 한 기억이 떠오르네요. 어디로 갔는지는 비밀이지만(찡긋) 그때 참 행복했어요. 음식을 사러 다 같이 즐겁게 시장 골목을 돌아다니던 우리의 모습이 보기 좋더라고요. 낭만이 느껴졌어요. 한 편의 시로 써도 되겠다 싶을 만큼이요.
낭만적인 기억과 꿈을 공유해온 멤버들과 한 팀으로서 더 많은 날을 함께하기로 기약 했죠. 일곱 명의 형들이 동료 이상으로 소중하게 여겨지겠어요.
그렇죠. 표현은 진짜 안 하는데요.(웃음) 다들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 믿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