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디터에게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고수하는 스타일링 룰이 있으니, 바로 배를 은근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니 2025 S/S 시즌 ‘은근하게 배 내놓기(?)’ 트렌드가 도래했다는 소식에 환호할 수밖에! 사실 배를 드러내는 차림 자체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Y2K의 선풍적 인기와 함께 귀환한 로라이즈 팬츠 스타일링이나 란제리 룩의 유행에 힘입어 등장한 브라톱 스타일링 역시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의 노출을 수반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번엔 좀 다르다. 아이템은 차치하고 배를 얼마만큼 은근하게, 의도적으로, 스타일리시하게 내놓느냐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점은 노출의 기술이 생각보다 각양각색이라는 사실! 일례로 스텔라 매카트니가 크롭트보다 살짝 긴 톱과 골반 아래에서 시작되는 데님 팬츠를 매치해 비교적 ‘대놓고 배 내놓기’를 감행했다면, 스포트막스와 김해김은 벌어진 셔츠나 재킷 사이로 ‘살짝 배 내놓기’를 택했고, 에르메스는 짧은 브라톱을 고르되 살이 드러나는 면적이 과하게 넓지 않도록 하의를 한껏 끌어올려 입었다. 반면 맥퀸은 치마의 허리선과 밑 부분을 시어한 소재로 이어 아랫배를, 에밀리아 윅스테드는 패널 형태의 톱으로 골반을 강조해 보여주며 ‘아주 은근하게 배 내놓기’의 정수를 선보였다. 앞서 언급한 사례 모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스타일리스트의 고유한 감각으로 완성된 결과물이지만, 트렌드의 진가는 스포트막스처럼 극도로 우아한 룩에 적용할 때 발휘된다. 지극히 단정한 룩 사이로 살결이 살며시 드러나며 주는 쿨한 느낌이라니! 배앓이를 걱정하는 주변의 잔소리야 각오해야겠지만, 그 말에 숨은 따뜻함을 겉옷 삼으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