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하우스의 정수를 담아 ‘구찌다움’을 시적으로 표현했죠.

구찌답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1921년 창립자인 구찌오 구찌(Guccio Gucci)가 브랜드를 설립한 이후 이어져 온 하우스의 유산을 현재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질문을 구찌는 104년간의 역사가 담긴 아카이브와 함께 2026 크루즈 컬렉션으로 답합니다. 무수히 많은 시간과 기록될 만한 인상적인 순간과 피스들을 한 편의 시처럼 함축적으로 말이죠. 하우스는 이를 위해 쇼 베뉴를 피렌체에 위치한 15세기 팔라초 세티마니(Palazzo Settimanni)으로 정했습니다.

팔라초 세티마니는 구찌의 유산과 깊이 맞닿아 있는 장소입니다. 하우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은 곳이라 할 수 있죠. 1953년 구찌가 처음 이곳을 인수한 후 워크숍과 공방, 쇼룸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었습니다. 수 세기 동안의 건축사를 바탕으로 세심히 복원하여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의미 있는 장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1년부터는 하우스의 대표적인 아카이브 피스를 보존하고, 구찌의 지속적인 혁신 정신을 담아내는 중요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어요. 이러한 팔라초 세티마니에서 구찌 2026 크루즈 컬렉션을 진행한다는 것은 타임머신을 타고 떠나는 하우스의 근본적인 정체성에 대한 여정이라 할 수 있죠.

구찌 CEO 스테파노 칸티노(Stefano Cantino)는 2026 크루즈 컬렉션 베뉴로 팔라초 세티마니를 선택한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브랜드 탄생지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자, 향후 비전에 대한 선언입니다. 구찌 아카이브는 단순히 과거를 보관하는 공간이 아니라, 구찌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코드들이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보존되고 재해석되는 살아 있는 공간입니다. 이번 컬렉션을 통해 하우스를 정의하는 문화적 유산과 장인정신과의 유대를 다시 한번 굳건히 하고, 그 유산을 일관된 시각과 담대한 비전을 통해 미래로 확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구찌 2026 크루즈 컬렉션은 오랜 시간 하우스가 가진 아카이브와 피렌체가 가진 지역적, 역사적 유산을 조화롭게 펼쳐냈습니다. 미니멀리즘부터 모더니즘, 퓨처리즘, 맥시멀리즘까지 방대한 스타일을 구찌답게 풀어냈는데요. 중세 이래 피렌체에서 줄곧 전통적으로 사용했던 자카드, 실크, 벨벳을 활용하고, 레이스 위해 화려하게 수놓는 스트라스 장식, 자수 등의 디테일을 더하는 등 다양한 스타일과 방식의 룩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하우스의 아이코닉한 GG 모노그램과 싱글 G 로고가 자리하고 있죠.

컬렉션의 포문을 연 것은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퍼 디테일의 오버사이즈 재킷과 명치까지 내려오는 과감한 V넥 라인의 레이스 톱, 조명이 반사되어 더욱 드라마틱하게 반짝이는 광택감 있는 레더를 사용한 H라인 하이웨이스트 스커트, GG 로고 패턴이 더해진 스타킹 그리고 룩에 포인트를 더하는 퍼플 레더 슬링백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룩이었습니다. 각각의 개성 있는 아이템으로 완성된 고전적인 동시에 현대적인 스타일이었죠.

모델들은 자연스럽게 헝클어진 머리와 모델의 얼굴을 반쯤 가리는 빅 사이즈 선글라스를 쓰고 무심히 걸어 나왔어요. 르네상스 시대 궁정문화에서 비롯된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의 미학, 즉 무심한 듯 완벽하게 계산된 세련미를 반영해 더없이 완벽히 ‘구찌’스러웠죠. 

이번 구찌 2026 크루즈 컬렉션에 유난히 에디터의 눈길을 사로잡은 아이템은 이번 쇼에서 처음 공개된 구찌 질리오 핸드백(Gucci Giglio). 이탈리아어로 ‘백합’을 뜻하는 질리오 핸드백. 런웨이 속 모델은 핸드백 손잡이 부분을 그대로 들기도 하고, 반으로 접어 무심하게 쥐고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 여러 아이템을 챙겨 다니는 보부상에게 안성맞춤인 가방이죠. 구찌 질리오 핸드백은 쇼가 끝난 직후, 피렌체의 플래그십 스토어와 전 세계 구찌 온라인 스토어에서 만날 수 있어요.

구찌의 이번 크루즈 쇼의 피날레 또한 인상적이었는데요. 쇼의 모델들은 런웨이로 활용된 구찌 아카이브를 벗어나 외부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구찌 하우스에 많은 유산을 선사한 도시 피렌체에 대한 헌사를 담은 퍼포먼스였어요. 하우스는 이를 통해 구찌가 다시 도시의 품으로 스며들어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했죠. 구찌 2026 크루즈 컬렉션을 통해 하우스는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구찌는 피렌체이고, 피렌체는 곧 구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