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The Radiance for Jewelry
불가리의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치아 실베스트리(Lucia Silvestri)의 주얼리를 향한 열정.

MC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인 ‘폴리크로마’는 불가리 특유의 색에 대한 심미안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각 유색석의 컬러가 지닌 매력을 어떤 방식으로 선보였나요? LUCIA 폴리크로마는 다채로움을 뜻하는 폴리와 색을 뜻하는 크로마가 결합된 이름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음되는 ‘로마’ 역시 불가리에 있어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 컨셉트는 저와 우리 주얼리 제작 팀에 자연에서 발견되는 모든 색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줬고, 이 점에서 작업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큰 흥미를 느꼈죠. 우리는 이번 컬렉션을 위해 총 56종의 서로 다른 스톤을 다뤘습니다. 이처럼 폴리크로마는 우리에게 큰 도전이었지만, 그와 동시에 컬러 마스터로 불리는 불가리의 DNA에 늘 내재된 역할이기도 했죠. 무한한 형태와 모티프, 끝없이 펼쳐지는 색의 스펙트럼, 그리고 로마의 생동감을 형상화해 빛과 빛 반사를 담아낸 이번 컬렉션은 자그마치 6백 점에 달하는 주얼리로 탄생했습니다.
그토록 방대한 컬렉션의 컬러 스톤을 조화롭게 선택하는 과정은 매우 까다로웠겠죠. 하지만 당신이라면 그 과정을 기꺼이 즐겼을 듯해요. 그럼요! 그 과정은 무척 즐거웠습니다. 물론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 순간을 즐겼기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죠. 언제나 그렇듯 참으로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각 보석은 저마다 고유한 특성과 에너지를 지니기 때문에 여러 보석을 조합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만드는 작업은 마치 하모니가 멋진 교향곡을 작곡하는 것과 같습니다. 색상, 크기, 형태, 질감 등이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매혹적인 하이 주얼리 작품이 완성되니까요. 그리고 이때야말로 진정한 마법이 일어나는 순간입니다. 단순히 아름다운 보석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다채로운 보석이 어우러져 그 자체로 더 큰 의미를 지닌 작품으로 탄생하는 길을 탐구하는 과정이죠. 어떤 순간에는 마치 보석들이 제게 말을 거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제가 올바른 조합을 찾아내도록 이끌어주는 듯했죠. 마치 함께 춤을 추듯이 각각의 보석이 상호 보완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상태. 너무나도 아름다운, 시각적이고 감정적인 영향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었죠.

즐거움과 고난이 공존하는 하이 주얼리 크리에이션은 그 과정부터 남다른 가치를 지닐 듯합니다. 물론 과정이 항상 순탄하지는 않지만, 그만큼 보람도 큽니다. 도전적인 순간이야말로 비교할 수 없는 재미를 안겨주기도 하고요. 때때로 한 걸음 물러서서 접근 방식을 다시 돌아봐야 할 때도 있었지만, 그 과정이 컬렉션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 즐거움은 발견의 과정에서 왔고요. 우리의 비전이 차차 하이 주얼리의 형태를 갖추는 모습을 보며, 각 작품이 고유한 이야기를 전달할 거라는 확신이 차올랐죠. 무엇보다 이번 폴리크로마 컬렉션을 만드는 순간은 단순히 기술적인 작업이 아니라, 아름다운 원석들과 교감하며 완벽한 디자인을 찾아가는 특별한 과정이었습니다. 그 ‘연결성’을 느낄 때, 주얼리 제작 과정은 창의성과 열정이 이끄는 여정이 됩니다.
새롭게 선보인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서 가장 깊이 매료된 마스터피스는 무엇인가요? 그 특별한 제작 과정도 궁금합니다. 아, 폴리크로마 컬렉션에서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작품은 루벨라이트, 페리도트, 탄자나이트가 어우러진 ‘폴리크로마틱 블룸’이라 명명한 네크리스입니다. 중앙의 루벨라이트는 100캐럿(정확히는 106.36캐럿), 페리도트와 탄자나이트는 각각 55캐럿(정확히는 각각 55.52캐럿, 55.11캐럿)입니다. 너무나 아름답죠. 이 네크리스는 고대 로마의 ‘플로랄리아(Floralia)’ 축제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봄의 여신 플로라(Flora)와 겨울 이후 자연의 생동감 넘치는 부활을 기념합니다. 특히 이 작품은 우리의 폴리크로마를 대표하는 상징 중 하나입니다. 이 3개의 카보숑 컷 젬스톤을 처음 보았을 때, 마치 서로를 부르는 듯한 울림이 느껴졌어요.

드라마틱한 사이즈의 컬러 스톤 장식부터 위엄이 느껴집니다. 착용감이 어떨지 무척 궁금해요. (네크리스를 들어 보이며) 무거울 것 같나요? 실은 매우 가볍고 착용감이 부드러워요. 5백 개가 넘는 파츠로 구성한 이 작품은 3명의 마스터 금세공 장인의 협업으로 완성됐습니다. 뒷면의 체인 세팅만 1백 개의 요소로 이루어져 입체적 구조를 띠고 유연한 착용감을 안겨주죠. 한마디로 풍성한 볼륨감 속에서도 믿기지 않을 만큼 편안한 착용감을 선사하는 완벽한 작품입니다.
매혹적인 컬러의 보석을 수집하는 과정 또한 궁금합니다. 폴리크로마 컬렉션을 위한 원석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운 순간은 언제였나요? 혹시 얼마 전 멧 갈라 행사에서 공개된 불가리 네크리스를 보셨나요? 이번 폴리크로마 컬렉션의 ‘갤러리 오브 원더스’ 중 하나인 이 매그너스 에메랄드(Magnus Emerald) 네크리스는 무려 241.06캐럿에 달하는 희귀하고 장엄한 에메랄드에서 탄생했습니다. 이는 불가리 역사상 가장 거대한 컷 스톤이죠. 1970년대의 아이코닉 디자인을 오마주한 이 특별한 세팅을 위해선 창의성이 필요했습니다. 폴리크로마가 지닌 다채로운 미학과 다중적 감성을 반영해야 했으니까요. 뉴욕에서 처음 이 원석을 보고 대담한 사이즈지만 무겁지 않고 우아하게 커팅돼야 한다고 요청했죠. 마침내 까다로운 요구에 부응한 컷 스톤을 마주했고, 이 압도적 크기의 에메랄드가 지닌 중량감을 오롯이 강조하면서도 불가리의 미학에 걸맞은 이상적인 세팅을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세심하게 연구를 이어갔습니다.

지난 2013년 불가리의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이후 긴 시간 변함없이 주얼리에 대한 뜨거운 열정, 남다른 창의성과 혜안으로 특별한 주얼리를 선보였습니다. 당신의 삶과 커리어를 하나의 젬스톤에 비유 한다면, 무엇을 선택하고 싶나요? 그렇다면 저는 사파이어를 선택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사파이어는 모든 색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죠. 불가리에서 하이 주얼리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저는 사파이어가 단지 파란색만이 아니라 모든 색조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깊은 핑크색에서부터 생동감 넘치는 노란색, 풍부한 초록색에서 부드러운 보라색까지, 사파이어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색의 스펙트럼을 담고 있습니다. 보통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부분이죠. 사파이어는 마치 제 인생과 경력의 복잡성, 다양성을 형상화한 듯한 보석입니다. 사파이어처럼 저도 다양한 색조와 면모를 지녔다고 믿습니다. 사파이어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빛에 따라 변화하고, 보는 각도에 따라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다는 데 있습니다. 제 경력의 진화 또한 이와 같습니다. 거듭된 경험과 도전, 성공은 제 여정에 새로운 레이어를 더해주었고, 이는 마치 사파이어가 여러 각도에서 그 진정한 광채를 발산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사파이어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우아함과 다면성을 지닌 보석입니다. 그것은 강함과 부드러움, 전통과 혁신 사이의 균형을 상징하죠. 이것이야말로 제가 작업과 인생에서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그래서 사파이어는 제 영혼과 성격을 온전히 대변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다른 층과 차원을 반영하는 보석처럼, 사파이어는 그 자체로 고유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당신은 불과 스무 살 나이에 불가리 보석학 부서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주얼리에 매료되었던 순간부터 지난 모든 시간, 불가리에서 오랜 경력을 쌓는 동안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무엇인가요? “그 보석을 어떻게 사용할지 모르면 사지 마라.” 이것이 제가 미스터 불가리에게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입니다. 이 말은 제가 지금까지 일하는 내내 지켜온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되었죠. 마음에 드는 보석을 보면 저는 바로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 어떻게 가치를 더할 수 있을지, 그리고 다른 보석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 독특하고 아름다운 주얼리로 만들 수 있을지 상상합니다. 단지 보석을 소유하기 위해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각 보석이 어떻게 살아나게 할지 분명한 비전이 있어야 하죠. 제게 주얼리는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영혼이 있으며, 그 가능성이 빛을 발할 때를 기다리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보석을 선택할 때는 아름다움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색상과 형태, 질감, 그리고 다른 보석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할지에 대해 생각합니다. 사실 놀랍게도 저는 젬스톤을 보자마자 어떤 디자인과 어우러질지,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지 바로 떠올라요. 그리고 그 과정은 매우 즐겁죠.

불가리의 매뉴팩처 수동 기계식 마이크로 무브먼트 ‘피콜리시모(Piccolissimo)’를 탑재했으며, 두 개의 탈착 가능한 구름 모티프 이어링을 장식했다.
당신의 모습에서 그 열정적인 즐거움이 느껴지네요. 이런 사고방식이 바로 우리의 디자인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주얼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보석이 가진 본질과 스토리를 담은 작품을 만듭니다. 이것이 바로 불가리의 철학입니다. 하나의 주얼리 작품은 단순히 보석들의 조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도와 창의성, 목적을 가진 이야기가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석을 어떻게 풀어낼지 비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얼리 디자인은 모든 보석에서 가능성을 보고, 그 가능성을 어떻게 디자인에 담을지 고민하고, 각 작품이 의미와 영혼을 지녀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죠. 이것이 제가 불가리에서 배운 가장 소중한 교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