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위적인 실루엣이 돋보이는 토리셰주의 2025 S/S 컬렉션.
2025 LVMH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된 디자이너 토리셰주 두미.

LVMH 프라이즈의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것을 축하한다.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모든 일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지만, 기쁜 마음으로 중심을 잘 잡고 있다. 가족과 친구들의 든든한 지지 덕분이다.

런던에서 나고 자라 드몽포르 대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한 뒤, 센트럴 세인트 마틴을 거쳐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LCF)에서 남성복을 전공했다고 들었다. 지금의 토리셰주라는 세계관은 언제 형성되기 시작했나? 이른바 내 ‘세계관’은 늘 존재해왔다. 어릴 때부터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영화에 빠져 있었고, 하나의 세계가 한 편의 영화 안에 구축되는 방식이 경이롭게 느껴졌다. 패션이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세계 구축하기’라는 개념이 패션을 이해하도록 도왔다. 다층적 요소가 겹겹이 쌓이며 하나의 분위기를 이루는 방식은 패션 작업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최근 시즌인 2025 S/S 컬렉션은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어리석은 자들의 배’부터 타이타닉호의 침몰, 그리고 패션위크 자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혼란의 이미지를 은유했다. 이번 시즌의 주제는 어디에서 출발했나? 삶, 그리고 지금 세계의 상태에서 비롯된 생각들이다.

쇼 직전까지 룩이 완성되지 않았었다고 들었다. 상당히 긴장되는 상황이었을 텐데, 결국 어떻게 성황리에 마무리할 수 있었는지 후일담이 궁금하다. 압박 속에서 작업하는 걸 즐기는 편이다. 그럴 때 오히려 가장 직관적인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컬렉션을 완성한 건 팀워크였다. 모두가 토리셰주라는 세계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고 있었고, 그 덕분에 마지막 퍼즐 조각들이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아갔다.
이번 컬렉션에는 구명조끼를 연상시키는 메시 드레스, 층층이 겹친 페티코트, 섬세하게 재단한 핑크 재킷 등 다양한 조형적 실험이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아이템이 있다면? 하나만 고르기는 어렵지만, 미니어처 튀튀 스커트를 만드는 작업이 특히 즐거웠다. 패턴을 자르는 과정을 일종의 치유로 느낀다.

이번 쇼에 한국인 모델이 다수 등장했다. 오프닝 모델 또한 한국인이었는데, 혹시 한국을 향한 애정에서 나온 결정인가?(웃음) 아쉽지만 그런 이유는 아니다.(웃음) 국적이나 출신보다는 그 사람이 지닌 에너지와 태도가 더 중요하다. 오프닝을 맡은 모델 채지우는 힘 있는 워킹을 보여줬고, 옷에 휘둘리기보다 옷을 자기 것으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건 모델들이 서로 존중하며 따뜻한 태도로 임했다는 점이다. 함께 웃으며 작업할 줄 아는 유쾌함까지 갖춘, 그야말로 이상적인 조합이었다.
이번 시즌을 ‘퇴폐의 쇠락’이라 표현하며, 모두가 침몰 직전의 배 위에 올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세계 안에서 당신이 여전히 아름다움과 희망을 그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월드 빌더(World Builder)’를 자처한다. 무너지는 구조 속에서도 세계를 재건하는 일,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이다. 나에게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삶이고, 삶이 있는 곳에는 늘 희망이 있다.


토즈 그룹의 최고경영자 디에고 델라 발레와 버질 아블로 파운데이션의 후원 덕분에 이번 쇼가 실현되었다고 들었다. 외부의 지지는 브랜드에 어떤 책임감을 더하나? 신뢰. 사실 디에고 델라 발레와 섀넌 아블로가 지원을 결정했다는 사실 자체의 의미가 크다. 모든 것은 안나 윈투어와 에디터 마크 귀이두치(Mark Guiducci)의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


젠데이아 콜먼이 공식 석상에서 토리셰주의 의상을 입은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원래도 실험적인 디자인을 자주 시도하며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여성상을 표현하는 인물로 꼽히는데, 당신과 공유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어쩌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웃음)


나이지리아계 영국인인 당신이 이끄는 브랜드는 서로 다른 문화가 공존하는 세계와 같다. 나이지리아와 영국, 각각의 문화에서 끌어내고 싶은 지점이 있나? 무언가를 의도적으로 끌어오지는 않는다. 컬렉션을 만들 때마다 그 시점에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들을 따른다.


쿠튀르적 집요함과 조형성을 바탕으로 혼란과 희망 사이의 서사를 구성하는 당신의 작업은 종종 흑인 여성 디자이너가 점유하지 않던 미학적 공간에 위치한다고 평가받는다. 그간 밟지 못했던 땅을 밟고 있는 셈인데, 당신은 단순히 디자인을 넘어선 무언가를 추구하는 것 같다. 그저 나 자신으로 존재하려 한다. 이 낯선 세상에서 나보다 먼저 이 길을 걸은 이들, 그리고 앞으로 올 이들처럼.


토리셰주는 최종적으로 무엇이 될까? 아직 찾는 중이다. 하지만 아주 멋진 무언가가 될 거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