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만에 변화를 맞이한 에르메스(Hermès) 남성복. 새 시대의 중심엔 런던 출신 디자이너 그레이스 웨일스 보너(Grace Wales Bonner)가 있습니다.

프랑스의 유서 깊은 하우스 에르메스가 새로운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국 출신 디자이너 그레이스 웨일스 보너를 공식 임명했습니다. 그는 무려 37년 동안 에르메스 남성복을 이끌어 온 베로니크 니샤니앙(Véronique Nichanian)의 바통을 이어받게 되는데요. 보너의 데뷔는 2027 F/W 시즌으로 예정돼 있으며, 2026년 6월 공개되는 2027 S/S 컬렉션은 에르메스 스튜디오팀이 제작을 맡죠.

동명의 브랜드 웨일스 보너(Wales Bonner)의 설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보너는 지난 10년간 남성복에 대한 고정관념을 우아하게 비틀며, 동시대적인 시선과 섬세한 감성으로 자신만의 디자인 세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1990년 런던에서 태어난 그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2014년 졸업과 동시에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했습니다. 이후 아디다스(Adidas), 디올(Dior) 등의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클래식과 스트릿, 전통성과 실험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행보를 이어오고 있죠.

@lvmhprize

그간 보너는 유수의 상을 거머쥐며 국제적인 인정을 받아왔습니다. 2015년, BFC 주최 패션 어워즈(The Fashion Awards)에서 ‘신인 남성복 디자이너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에는 LVMH 프라이즈(LVMH Prize)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2021년에는 CFDA가 선정한 ‘올해의 인터내셔널 남성복 디자이너’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2024 패션 어워즈에서 ‘올해의 영국 남성복 디자이너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번 주목받았죠.

2022년에는 영국 문화산업에 기여한 공로로 MBE(Member of the Order of the British Empire) 훈장을 받으며 디자이너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습니다. 패션계 주요 하우스의 인사 이동이 있을 때마다 늘 유력 후보로 거론되어 왔던 인물. 마침내 그의 첫 행선지는 에르메스가 됐죠.

에르메스는 하나의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래 모든 라인을 아우르는 방식이 아닌, 부문별로 아티스틱 디렉터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피에르 알렉시 뒤마(Pierre-Alexis Dumas)가 메종 전체의 아티스틱 디렉터로서 방향성을 총괄하며, 나데주 바니(Nadège Vanhee)가 여성복을, 피에르 아르디(Pierre Hardy)가 슈즈와 주얼리, 뷰티 오브제를 맡고 있죠. 그리고 이번에 그레이스 웨일스 보너가 새롭게 합류한 남성복 부문은 최근 에르메스 성장세의 한 축으로 주목받고 있는 핵심 카테고리 중 하나인데요.

총괄 아티스틱 디렉터인 뒤마는 “보너를 에르메스 아티스틱 디렉터 가족으로 맞이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현대 패션, 공예, 문화에 대한 그의 시각은 에르메스의 헤리티지와 현재를 잇는 새로운 남성복 스타일을 형성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보너는 “훌륭한 장인들과 디자이너의 계보를 잇는 이 여정은 저에게 하나의 꿈이 실현된 순간”이라며 임명 소감을 전했죠.

오랜 시간 한 사람의 손끝에서 빚어져 온 에르메스 남성복의 세계. 그 맥을 잇는 그레이스 웨일스 보너의 등장은 하나의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가 헤리티지와 현대의 감각을 어떻게 새롭게 직조해 낼지, 2027년 1월 공개될 그의 첫 컬렉션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