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 에이티즈 성화, 갓세븐 뱀뱀까지. 2026 F/W 파리 맨즈 패션위크에서 각기 다른 하우스의 얼굴로 런웨이에 오른 한국의 셀럽들.

2026 F/W 파리 패션위크에는 유독 반가운 얼굴들이 많았죠. 하우스 앰배서더로서 쇼에 참석하는 것을 넘어 직접 런웨이에 오른 한국의 셀럽들. 배두나, 에이티즈 성화 그리고 뱀뱀은 각 하우스의 새로운 컬렉션 의상을 입고 무대 위에 섰습니다. 이들은 런웨이 위에서 하우스가 추구하는 미학과 태도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각자의 방식으로 이번 시즌 컬렉션을 설득력 있게 소화해 냈습니다.

©LEMAIRE

배두나, 르메르(Lemaire)

르메르 2026 F/W 쇼에서 르메르와 오랜 인연을 이어 온 배두나의 등장은 강렬한 인상과 동시에 긴 여운을 남겼습니다. 런웨이 위에서 그는 일반적인 워킹의 리듬을 벗어나,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절제된 감정 연기를 담은 움직임으로 시선을 끌었죠. 그의 여유로운 호흡이 느껴지는 워킹은 옷의 디테일이 스스로 드러날 시간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촘촘하게 겹쳐진 프린지 텍스처의 드레스가 몸 전체를 감싸고 움직임에 따라 리듬을 만들어내는 실루엣이 순간을 완성하죠.
르메르는 오랫동안 ‘조용한 아름다움’이라는 미학을 구축해 왔습니다. 유행의 속도에 휩쓸리기보다 클래식하고 밀도 있는 감각을 지켜 나가는 브랜드죠. 배우 배두나의 행보는 이러한 르메르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배우로서의 깊이 있는 서사와 이미지가 브랜드의 톤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그는 이번 쇼에서 셀럽이 아닌 온전한 한 명의 모델로 존재했습니다.

©Louis Vuitton

갓세븐 뱀뱀, 루이 비통(Louis Vuitton)

루이 비통 2026 F/W 맨즈 컬렉션에서 뱀뱀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습니다. 하우스 앰버서더로서 이미 브랜드와 긴 호흡을 이어온 그는 퍼렐 윌리엄스가 구축한 새로운 남성복의 무드와도 유연하게 맞닿아 있었죠. 퍼렐 체제 이후 루이 비통은 남성복에 보다 리드미컬한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는데요. 이번 컬렉션 쇼에서 뱀뱀은 컴팩트한 패딩 실루엣의 톱과 슬림하게 떨어지는 블랙 팬츠를 매치해, 기능성과 세련된 테일러링이 공존하는 룩을 선보였습니다. 절제된 컬러 팔레트와 간결한 디테일은 캐주얼한 아이템에도 하우스 특유의 정제된 감각을 더했죠. 기능성과 지속 가능성을 강조한 이번 루이 비통의 쇼에서 뱀뱀은 컬렉션이 지닌 미학과 가치를 안정감 있게 전달했습니다. 하우스 앰배서더로서 뱀뱀은 루이 비통의 아이템을 자주 착용하며 탄탄한 관계를 이어왔는데요. 이번 런웨이는 그 관계를 한 단계 확장한 장면이었습니다.

©SONGZIO
©SONGZIO

에이티즈 성화, 송지오(Songzio)

송지오 2026 F/W 컬렉션에서 에이티즈 성화는 런웨이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맡았습니다. 구조적인 더블 브레스티드 코트 위로 허리를 조여 잡은 입체적인 실루엣, 여기에 레더 팬츠와 글러브를 매치한 올블랙 룩은 송지오 특유의 어둡고 밀도 높은 남성성을 선명하게 드러냈죠.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는 날카로운 표정과 절제된 워킹은 옷이 가진 구조와 볼륨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켰습니다.
아이돌의 런웨이 캐스팅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지금, 송지오의 선택은 분명했습니다. 스타성을 앞세우기보다 브랜드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남성성의 이미지를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죠. 실제로 성화는 앞서 사진작가 조기석과 함께한 2026 S/S 컬렉션 캠페인에도 등장하며 컬렉션의 세계관을 시각화한 바 있습니다. 이번 2026 F/W 런웨이에서 보여준 그의 피지컬과 집중력 있는 태도는 송지오가 지향하는 아방가르드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남성복의 결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죠.

이번 시즌, 이들이 런웨이에 올랐다는 사실은 단순한 화제를 넘어 하나의 흐름으로 읽힙니다. 셀럽의 존재감이 앞서는 대신, 브랜드의 언어와 컬렉션의 태도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순간이었죠. 배두나, 뱀뱀, 성화는 각자의 방식으로 하우스의 미학을 해석하며 2026 F/W 맨즈 컬렉션 런웨이를 완성했습니다. 셀럽이 쇼를 빛낸 것이 아니라, 쇼가 셀럽을 자신의 언어 안으로 끌어들인 순간. 런웨이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셀럽들의 등장은 2026 F/W 파리 맨즈 컬렉션을 바라보는 인상적인 관전 포인트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