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어라. 발견하는 순간 빠져들고 만다. 샤넬의 뉴 캠페인, 그리고 뉴 코코 크러쉬.

코코 크러쉬 컬렉션의 이어 커프와 이어링, 네크리스를 착용한 제니.

HIDE and SEEK

LA 외곽에 은밀하게 자리 잡은 호텔 샤토 마몽(Chateau Marmont). 1929년에 개장한 이래 할리우드 스타들의 은신처로 명성을 날린 이 공간에 두 명의 게스트, 모나 투가드(Mona Tougaard)와 그레이시 에이브럼스(GracieAbrams)가 들어선다. 호스트인 제니의 초대를 받은 이들은 곧 미로 같은 복도와 숨겨진 공간을 오가며 숨바꼭질을 시작하고, 재빠르게 숨거나 서로를 쫓아 걸음을 재촉한다.

캠페인 영상에 등장한 모델들. 왼쪽부터 룰루 테니, 아콘 창쿠, 마틸다 그바를리아니, 췬 예.
코코 크러쉬 컬렉션의 쇼트 네크리스, 브레이슬릿, 링, 이어링을 착용한 모델 모나 투가드

단편영화를 방불케 하는 이 장면들은 샤넬이 코코 크러쉬 컬렉션 론칭 10주년을 맞아 공개한 캠페인의 일부다. 영화제작자이자 사진가 고든 본 스타이너(Gordon Von Steiner)가 연출을 맡은 이번 캠페인은 상징적인 공간과 숨바꼭질이라는 모티프를 통해 코코 크러쉬의 정체성을 내비친다. 고전적이면서도 직선적인 조형미가 돋보이는 호텔은 2.55 백의 퀼팅 모티프에 착안한 코코 크러쉬만의 독창적 디자인과 닮아 있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인물 간의 거리와 긴박한 속도가 자아내는 긴장감은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컬렉션의 대담한 분위기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뛰고, 걷고, 바닥을 살피려 몸을 낮추는 인물들의 역동적 움직임 속에서도 부드럽게 밀착되어 빛나는 코코 크러쉬의 기술적 완성도와 유연함은 패션을 통해 자유를 추구한 가브리엘 샤넬의 디자인 철학을 여실히 반영하는 대목이다. 캠페인에는 하우스의 글로벌 앰배서더인 술래 역의 제니, 쫓기는 인물 역의 그레이시 에이브럼스와 모나 투가드를 비롯해 룰루 테니(Lulu Tenney), 마틸다 그바를리아니(Mathilda Gvarliani), 아콘 창쿠(AkonChangkou), 췬 예(Qun Ye) 등 현재 동시대적 태도와 얼굴을 대변하는 다양한 인종의 모델이 등장해 현대적 감각을 더했다.

코코 크러쉬 컬렉션의 브레이슬릿과 링, 네크리스를 착용한 모델 룰루 테니.
코코 크러쉬 컬렉션의 브레이슬릿과 링을 착용한 모델 마틸다 그바를리아니
길이 조절이 가능하도록 슬라이드 클로저를 적용한 다이아몬드 세팅의 화이트 골드 코코 크러쉬 쇼트 네크리스.


Chanel COCO CRUSH

샤넬이 숨바꼭질이라는 행위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 본질은 대상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재발견’의 예술이다. 이러한 의도는 코코 크러쉬 컬렉션의 새로운 라인업을 통해서도 부연된다. 화이트 골드, 베이지 골드, 옐로 골드로 구성된 기존의 소재와 컬러 팔레트, 군더더기 없이 클래식한 미감은 유지하되 비율과 볼륨을 조금씩 조절해 이미 알던 대상을 낯설게 마주하는 듯한 감각을 안기는 것. 특히 볼드한 실루엣의 초커, 견고해 보이는 형태와 달리 착용감이 부드러운 쇼트 네크리스, 건축적인 첫인상을 안기는 커프 등 올해 처음 선보이는 제품들은 친숙함과 더불어 로큰롤 무드마저 느껴질 정도로 신선한 대담성을 띠며 보는 이들을 직관적 재발견의 미학 속으로 초대한다.

하우스의 앰배서더 대열에 새롭게 합류한 아티스트 그레이시 에이브럼스.


언제나처럼 세련된 영상과 이미지, 손꼽아 기다려온 신제품의 등장, 그리고 패션 인사이더들이 사랑하는 인물의 출연까지. 세 축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 캠페인은 릴리즈와 동시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결코 제품을 과장해 강조하지 않고, 세대를 뛰어넘어 누구든 공유할 수 있는 서사 안에 자연스럽게 숨겨둔 샤넬의 영민함은 보는 이에게 캠페인이 아닌 하나의 독립된 패션 콘텐츠를 보는 듯 가뿐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꼭꼭 숨겨두어도 빛이 나는 것. 2026년의 코코 크러쉬는 또 한 번 이러한 매력으로 우리를 사로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