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이끄는 첫 펜디 2026 가을-겨울 컬렉션이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공개됐습니다. ‘MENO IO PIÙ NOI(나보다 우리)’라는 모토 아래 여성복과 남성복을 하나의 시선으로 제안하며 하우스의 코드와 실루엣을 재정의했습니다.
밀라노 패션위크의 중심에 선 하우스가 있습니다. 펜디 그리고 하우스를 이끌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Maria Grazia Chiuri)가 그 주인공이었죠. 그가 선보인 첫 번째 펜디 컬렉션의 컨셉은 “MENO IO PIÙ NOI”. 나를 줄이고 우리를 확장하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공개된 컬렉션은 하우스의 새로운 장을 예고합니다.
치우리는 1989년 스물네 살의 나이로 펜디에서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30여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이제 하우스의 전 카테고리(여성복과 남성복, 액세서리 그리고 꾸뛰르까지)를 총괄하는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로 돌아온 것이죠. 펜디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치우리의 화려한 귀환은 컬렉션이 공개되기 전부터 화제를 모았습니다.




절제된 실루엣과 로맨틱한 디테일
쇼는 절제된 올 블랙 테일러링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어깨선은 명확했고, 재킷과 코트의 구조는 군더더기 없이 정제되어 있죠. 간결한 올블랙 속에 드러나는 로맨틱한 액세서리와 디테일이 컬렉션의 무드를 완성합니다.
레이스와 튤 소재를 활용한 드레스는 부드러운 관능미를 더했고, 시스루 레이어링은 움직임에 따라 섬세하게 빛을 머금었습니다. 기하학적인 커팅과 20세기 초 이브닝웨어에서 가져온 디테일은 펜디의 미학을 다시 한번 환기하죠. 하우스의 헤리티지인 모더니즘에서 출발해 칼 라거펠트를 거치며 정교하게 다듬어진 빈 분리파(Vienna Secession)의 레퍼런스를 현대적인 언어로 풀어낸 것입니다.




퍼, 다시 읽히다
치우리는 로고의 과시 대신 퍼와 액세서리라는 하우스의 근간에 다시 초점을 맞췄는데요. 이번 시즌의 중심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된 퍼와 애니멀 프린팅 디테일이 돋보이는 액세서리가 자리했죠. 패치워크 기법을 적용한 퍼 코트와 자수가 더해진 베스트, 가죽과 모피를 교차한 텍스처는 하우스의 기술적 유산을 현대적인 시선으로 다시 풀어낸 결과였습니다.
또한 치우리는 이번 시즌 ‘에코 오브 러브(Echo of Love)’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모피를 해체하고 복원한 뒤, 새로운 실루엣으로 재구성하는 방법을 제안하는데요. 하우스의 장인정신을 보존하면서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설계하는 태도가 분명하게 드러난 대목입니다.




장식이 아닌 서명으로서의 로고
이번 컬렉션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변화는 로고 사용 방식입니다. 키우리는 더블 F 로고를 직접적으로 패턴화해서 드러내기보다 적절한 맥락 안에서만 활용했죠. 그래픽 디자이너 레오나르도 소놀리(Leonardo Sonnoli)와 협업해 폰트와 로고 체계를 정비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그는 로고를 장식이 아닌 ‘시그니처’로 정의하죠.
대신 자수와 아플리케(원단 위에 또 다른 원단이나 소재를 덧붙여 장식하는 기법) 디테일이 전면에 등장하는데요. 여기에 바게트와 피카부를 비롯한 펜디의 아이코닉 백은 꽃 모티프, 기하학적 패턴, 가죽 장식이 등으로 새롭게 변주되며 하나의 룩을 완성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기능합니다.
펜디 컬렉션 쇼에 참석한 방찬
이번 펜디 쇼에는 글로벌 아티스트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죠. 그중에서도 특히 시선을 모은 인물은 스트레이 키즈의 방찬이었습니다. 심플하면서도 구조적인 셋업 수트에 애니멀 프린팅 바게트 백으로 포인트를 준 룩으로 등장해 시선을 모았죠. 프런트 로에 앉아 쇼를 감상하는 그의 모습은 펜디의 정제된 무드 속 강렬한 컬렉션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습니다. K-pop 아티스트로서 세계적인 무대에서 영향력을 확장해 온 방찬은 국적과 장르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장면을 형성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이번 시즌 펜디가 말하는 ‘우리’라는 메시지와도 닮아 있죠.


새로운 챕터의 시작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첫 펜디 컬렉션은 ‘나보다 우리’라는 모토를 런웨이 위에서 설득력 있게 풀어냅니다. 그는 실루엣을 정교하게 다듬고, 하우스의 코드를 다시 정렬하며, 팀의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모아 쇼 전체를 하나의 서사로 완성했죠. 하우스의 헤리티지를 현대적인 언어로 정제한 이번 2026 가을-겨울 컬렉션은 펜디의 아카이브를 명확한 방향성으로 재구성했습니다. 과거의 자산을 기반으로 새로운 질서를 세운 시즌이었죠.
이제 시선은 자연스럽게 다음을 향합니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선보일 펜디의 다음 챕터는 또 어떤 실루엣으로 펼쳐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