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은 종종 한 사람의 이름으로 기억된다. 발렌티노 가라바니는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오트 쿠튀르의 품위와 로망을 지켜온 인물이다. 1960년 로마에서 하우스를 열고, 완벽하게 계산된 실루엣과 드라마틱한 우아함으로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제시했다. 그가 빚어낸 수많은 드레스는 단순한 의복을 넘어 한 시대의 표상이 되었고, 여성들이 꿈꾸는 가장 황홀한 순간은 그의 손끝에서 현실이 되었다. ‘발렌티노 레드’라 불리는 강렬한 색채, 섬세한 쿠튀르 기법, 그리고 절제된 화려함. 이 명료한 미학은 창립자의 손을 떠난 뒤에도 하우스를 관통하는 언어로 남아 있다. 2008년 1월 오트 쿠튀르 쇼를 마지막으로 은퇴한 이후에도 그의 이름은 브랜드의 정신이자 기준이며, 동시대 디자이너들에게 오트 쿠튀르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지난 1월 19일 우리 곁을 떠났다. 디자이너 한 명을 떠나보내는 사건이 아니라, 패션이 가장 찬란한 꿈을 이야기하던 시대와의 작별이라 말하겠다. 그는 떠났지만 수많은 아카이브와 기술, 그리고 ‘아름다움은 영원하다’는 신념을 남겼다. 그의 자리가 비어 있어도 하우스는 여전히 같은 질문을 반복할 것이다. 우아함은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얼마나 더 아름다워질 수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