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가린 모델들이 런웨이 위를 걸었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얼굴 전체를 지우며 익명성을 강조했고, 바퀘라는 눈만 빼고 죄 가린 독창적인 마스크 헬멧으로 최소한의 정체성을 남겼다. 느와 케이 니노미야의 모델들은 한발 더 나아가 얼굴을 조형적으로 덮어버리며 옷과 함께 하나의 오브제가 되었다. 이번 시즌, 얼굴을 가리는 방식은 더 이상 단순한 연출이 아니다. 모든 것이 기록되고 소비되는 시대, 보이지 않기를 선택하는 태도 혹은 드러낼 것을 선별하는 방식이다. 사실 진짜 이유는 이처럼 거창하지 않을 수도 있다. 패션 월드에 옷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아진 지금, 다른 것들은 배제하고 그저 옷 하나만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하나. 그렇게 ‘얼굴’을 지운 2026 F/W 런웨이 위에는 옷과 태도만이 고스란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