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연재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하나의 질문으로 글을 시작해 보자.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란 무엇일까? 오늘날 이 단어는 정치, 경제, 환경, 기업 경영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사용된다. 원래 이 개념은 산업화 이후 자원의 과도한 사용과 환경 파괴가 심각해지면서 환경 문제와 함께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후 이 개념은 환경 정책을 넘어 사회와 경제 활동 전반을 설명하는 원리로 확장했다. 기후 변화와 자원 고갈, 생태계 파괴 같은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지속가능성은 단순한 환경 담론을 넘어 사회 전체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일반적으로 지속가능성은 미래 세대의 삶의 조건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사회와 경제 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 방식을 의미한다. 즉 지금의 생산과 소비가 자연과 사회의 기반을 파괴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패션에서 지속가능성은 무엇을 의미할까. 패션 산업에서 이 개념은 조금 다른 맥락에서 사용된다. 패션은 전통적으로 새로운 유행과 빠른 변화, 그리고 대량 생산과 소비를 기반으로 작동해 왔다. 시즌마다 새로운 컬렉션이 등장하고, 수많은 제품이 짧은 시간 안에 생산되고 소비된다. 이런 구조는 패션 산업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산업 가운데 하나로 만들었지만 동시에 환경과 사회에 상당한 부담을 남기기도 했다. 그래서 최근 패션 산업에서 이야기되는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친환경적인 옷을 만드는 문제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패션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개념에 가깝다. 무엇으로 옷을 만드는지, 어떤 방식으로 생산하는지, 그리고 누구의 노동을 통해 만들어지는지와 같은 문제들이 함께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패션 산업은 다양한 방식의 대응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소재의 선택에서부터 생산 공정, 공급망 관리, 그리고 노동 조건에 이르기까지 산업의 여러 단계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나타난 변화는 소재의 영역이다. 패션 산업의 환경 부담이 면화, 가죽, 울 같은 자연 자원의 대량 사용과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브랜드들이 재활용 섬유나 바이오 기반 소재, 재생 농업 방식에서 생산된 원료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원료 생산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Louis Vuitton

루이 비통이 최근 발표한 ‘2030 생태 재생(Regeneration 2030)’ 전략은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속가능성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면, 재생(regeneration)은 훼손된 생태계를 회복시키고 자연 시스템의 재생 능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루이 비통은 자사의 원재료 가운데 90퍼센트 이상이 자연에서 유래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단순히 환경 영향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생태계를 복원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재생 농업을 공급망의 핵심에 두고 토양 건강과 생물 다양성을 회복하는 방식의 원료 생산을 확대하고, 약 백만 헥타르 규모의 서식지 복원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접근은 지속가능성을 단순한 환경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 자원과 생산 구조의 관계를 다시 설정하는 문제로 바라보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소재 변화와 함께 강조되는 또 다른 영역은 생산 공정이다. 패션 산업의 환경 부담은 단지 어떤 원료를 사용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크게 발생한다. 염색과 가공 단계만 구체적으로 떠올려봐도 많은 에너지와 물이 필요로 한다. 원단을 염료가 담긴 대형 수조에 여러 차례 담그고 세척하는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에 대량의 물과 열 에너지가 사용된다. 의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의 상당 부분이 이런 제조 단계에서 발생한다는 분석도 많다. 이런 이유로 최근 많은 브랜드들이 생산 공장의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재생 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제조 과정 자체를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H&M이 발표한 지속가능성 보고서는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다. 보고서에 따르면 H&M은 2019년을 기준으로 자사의 직접 배출과 에너지 사용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약 41퍼센트 줄였다. 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배출 역시 약 34퍼센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변화는 생산 공장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재생 전력을 확대하며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실제로 H&M은 협력 공장에서 사용되던 석탄 보일러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완전한 퇴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변화만으로 패션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인식도 점점 확산되고 있다. 패션 산업의 환경, 사회적 영향의 상당 부분이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지 않는 공급망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의류는 방글라데시, 베트남, 중국, 인도 등 여러 국가에 흩어져 있는 공장과 협력 업체를 통해 생산되며, 브랜드는 이러한 생산 시설을 직접 소유하거나 운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구조에서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에 대한 책임이 공장과 하청 업체, 브랜드 사이에서 분산되기 쉽다. 동시에 공장들은 더 낮은 가격으로 주문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비용이나 환경 관리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압력도 함께 발생한다. 그 결과 친환경 설비나 공정 개선을 위한 투자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패션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은 단지 생산의 지리적 분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노동 구조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많은 의류 생산이 노동 비용이 낮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지역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패션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은 오랫동안 저임금 노동과 불안정한 작업 환경에 의존해 왔으며, 빠른 생산과 낮은 가격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산업 구조 역시 이러한 노동 환경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최근에는 생산 지역의 노동 조건과 노동자의 안전, 그리고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지속가능성이 단순히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드는 문제를 넘어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조건과 권력 관계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양한 문제 해결의 시도 속에서 일부 브랜드들은 생산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소규모 생산이나 유연한 공급망을 결합한 모델, 남은 원단이나 데드스톡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 등이 그 예다. 생산 방식은 필요 이상의 생산을 줄이고 이미 존재하는 자원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패션 산업의 대량 생산 구조와는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모델 역시 여러 한계를 안고 있다. 생산 규모를 크게 확대하기 어렵고 공급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에서 현재의 글로벌 패션 산업 구조와 완전히 양립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패션 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계획과 행동이 곧바로 산업 전체를 지속가능하게 만든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속가능성은 이미 완성된 해답이라기보다 앞으로 지켜가야 할 하나의 약속에 가깝다. 패션 산업이 스스로의 생산 구조와 소비 방식을 다시 생각하고 변화의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패션이 더 지속가능해지기 위해 생산 방식과 공급망을 바꾸려 한다면, 그 변화는 결국 패션이 움직이는 속도와 리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시 말해 패션이 작동하는 시간의 방식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